삼천리 Together Vol. 89  2019.08월호

People Story

깊이 빠져드는 사유의
책을 만나다

삼천리그룹은 직원들에게 연중 전자도서관 서비스를 통해
자기계발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바쁜 일상 속에서도 적극적으로
책을 읽으며 지식과 지혜의 울타리를 넓혀가고 있는 임직원들이
< Together > 독자들과 함께 공유하고픈 추천도서와 서평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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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학생 시절 『달려라 아비』로 처음 입문한 김애란의 세계에서 나는 여전히 허우적거리고 있다. 단편은 뒷이야기가 아쉬워 읽고 나면 마음이 헛헛해지기에 좋아하지 않음에도 김애란 작가의 단편집만큼은 매번 챙겨보게 된다. 담담한 문체로 독자의 허를 찌르기 때문이다. 중국 현대문학 거장인 옌렌커 역시 ‘최애’ 한국소설가로 김애란을 꼽기도 했다.

『바깥은 여름』은 7가지 단편을 담고 있다. 7명 주인공은 모두 결핍을 가지고 있으나 아무도 슬픔을 직접 토로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어느새 감정이입을 하며 공감하게 된다. 가족 또는 반려견의 죽음 그리고 사랑과 언어의 상실 등의 이유로 정서적으로 불완전한 주인공들은 바깥의 계절과 다른 온도차를 경험하는데 바로 이것이 여름이라는 계절이 표제에 담긴 이유일 것 같다. 책에 수록된 7가지 단편은 모두 각자의 무게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중 ‘입동’은 가히 압도적이다. 아무리 더운 여름일지라도 사고로 아이를 잃은 부부의 집은 발끝만 닿아도 추운 겨울이지 않을까. 극작가 출신인 작가의 표현력 덕에 그들의 상실에 대한 이야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혹시나 아직 김애란 세계를 접해보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꼭 한번 이 책을 펼쳐보기 바란다. 어느새 주인공에게 온 마음을 쏟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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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져 가는 실존에 대한 러브스토리

여기 한 남자가 있다. 35년째 책을 파쇄해 폐지로 압축하는 일을 하는 주인공 한탸. 책을 사랑하지만 책을 파괴하는 일을 하는 그는 책을 통해 지성을 쌓아 올리고 책 속의 아름다운 문장을 통해 위로 받는다. 그런 그가 초현대식 기계라는 변화의 물결 앞에서 앞서 사라져간 책들과 같은 순간에 놓이게 된다. 이 책은 그의 생각과 일생을 롱테이크 기법으로 따라가듯 담아내고 있는데 체코의 거장 보후밀 흐라발이 내뱉는 작은 읊조림은 어느덧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잊혀져 가는 것에 대해 알람처럼 시끄럽게 울리며 묻는다. 지금의 시대는 모든 것이 편리하다. 기다림 없이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 있고 생각한 모든 것이 가능하며 누구와도 언제든 연결이 이뤄진다. 그럼에도 어째선지 우리는 불편하며 나날이 더 고독하고 외롭다. 책의 마지막 장면. 주인공 한탸의 결심과 행동에 가슴이 먹먹해지고 공감을 표할 수밖에 없는 것은 현대사회의 우리가 마주하는 불편의 모습과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책에 둘러싸인 채 지하실에 박혀 고독하게 일하던 한탸는 21세기가 도래해도 달라지지 않았다. 바스락거리던 종이책들이 하얀 빛을 뿜어내는 모니터로 바뀌었을 뿐.

이 얇고 가벼운 책을 읽고 나면 무거운 사유 속에 있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나로 살아가는 것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이렇듯 얇고 가벼운 책이 무거운 사유로 이어지는 반면 모니터 속 가볍게 즐기는 15분은 결코 깊은 사유로 이어지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에 오밀조밀한 문장 속에서 가볍지 않은 물음을 떠올리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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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의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다

1927년 함경남도 북청에서 태어나 격랑의 시대를 살아온 작가의 어머니를 주인공으로 말 그대로 ‘내 어머니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어머니 인생에 있어서의 터닝 포인트를 기점으로 이야기를 절묘하게 분배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시대 상황은 힘들지만 부모와 함께 살며 즐거웠던 유년기를 그린 1권, 결혼과 함께 해방을 맞지만 한국전쟁 속에 부모·형제와 생이별을 하고 남쪽으로 피난해 내려온 2권, 맨손으로 살림을 일구고 아이를 낳아 키우며 어려운 삶을 살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한 3권, 자식들이 장성하고 노년이 되었지만 인생의 고단함은 계속되는 4권까지. 한마디로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어머니, 또 누군가의 할머니라는 여러 이름을 가지고 한 평생을 살아온 한 여성의 일대기를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은 만화책이지만 평범한 만화책은 아니다. 우선 그림체가 독특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섬세한 펜터치로 정교하고 유려하게 그린 만화에 익숙한 우리에게 굵은 선과 먹을 이용한 판화체의 그림은 어색하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또 투박해 보이면서도 정감이 넘쳐 주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기도 하다. 작품의 흐름에 오롯이 집중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이유는 말씨다. 함경도 방언을 일상에서 자연스레 구사하는 주인공의 어투를 작품에 고스란히 녹여 어머니가 자신의 일생을 자신의 언어로 설명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에 독자는 사투리로 풀어가는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에도 집중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어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바로 옆에서 듣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에 남의 어머니 이야기지만 읽다 보면 어느새 내 어머니 이야기를 보는 듯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퍼하며 동화되는 것이 바로 이 작품이 주는 가장 큰 묘미라 할 수 있다.

댓글 7

  • 권단희님

    소개해주신 책과 함께 더 풍요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겠어요^^

  • 유은영님

    가을도 다 되니 좋은책 읽고싶네요ᆞ당장 서점으로 달려가고싶네요

  • 임미영님

    자기계발 중 가장 추천하고 추천받는 방법이 독서인데 위 3분이 추천해 주신 독서에 대한 감상평을 바로 제가 따로 검색도 해봤습니다만 이번 가을이 가기 전까지는 저 역시 꼭 읽고서 마음의 양식을 가득채우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신있게 권해줄 수 있도록 빠짐없이 꼼꼼하게 읽어야 겠습니다!
    좋은 책 유익한 책 소개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이혜령님

    요즘은 글을 잘 못읽어서 만화를 잘 보게 되는데 깊이있는 만화책을 소개해주셔서 감사해요+_+!

  • 독서랑님

    특정한 작가의 작품을 사랑한다는 것은 야구의 특정한 팀의 플레이를 좋아하는 마음과 같다고나 할까요?
    좋아하는 마음이 뭍어 있어서 나도 그만 그 작가의 작품속으로 들어가서 작가의 사랑을 받고 싶네요.
    서평 잘 읽었습니다.

  • 김소영님

    좋은 책을 소개해주는 코너 정말 좋네요.
    이제 가을이라 큰 도움이 될수 있는 길잡이가 될수 있을것 같습니다.

  • 감나영님

    직원들에게 연중 전자도서관 서비스를 통해서 자기 개발의 기회를 주는 삼천리그룹의 경영이념이 너무도 마음에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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