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Together Vol. 92  2019.11월호

Life Story

지역 명소는 물론
제철 별미까지

가을 식도락 여행

어느 곳이든 그 지역을 대표하는 명소가 있다. 특히 만추에 찾으면 더 좋은 곳이 있기 마련.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 아닌가! 산야가 홍시 빛깔로 물드는 이맘때 풍성한 먹거리까지 챙겨보는 여행은 어떨까?
빛깔 고운 과일을 시작으로 바다가 키워낸 생선까지 맛보고 왔다.

글 / 사진. 임운석 여행작가

[남해 가천 다랭이마을] 사연 있는 마을에서 특별한 유자를 맛보다

가천 다랭이마을은 남해의 대표적인 자연경관마을이다. 마을 전망대에 서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계단식 논밭이 한눈에 들어온다. 척박한 땅을 일궈 옥토로 가꾼 섬사람들의 노고가 배어있는 곳이다. 마을 앞으로는 푸른 남해바다가 일렁인다. 갯바위가 많고 파도가 높아 배 한 척 접안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런 이유로 바닷가 마을이지만 정작 뱃일을 할 수 없으니 손바닥만 한 논밭과 갯바위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며 삶을 이어가야 했다.

마을 골목길에 들어서면 야트막한 담에 그려진 벽화가 여행자를 맞는다. 주름진 할아버지의 얼굴, 좁은 논밭을 가는 소 등 모두 이곳의 일상을 담은 벽화들이다. 마을에서 빼놓지 말고 맛봐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남해유자잎막걸리이다. 유자는 남해의 특산물인데 온화한 해양성 기후와 토질이 유자 성장에 알맞아 남해 유자는 향기가 짙고 과피가 두꺼워 전국적으로 인기다. 이 마을에 살았던 조막심 할머니가 처음 만들었던 유자막걸리는 오래 전 손님상에 내놓던 별미였다. 지금은 할머니의 아들이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다. 안주는 해산물이 가득 들어간 파전이 어울린다. 마을 여행이 끝나면 상주은모래비치와 남해독일마을도 함께 들러보자. 남해의 푸른 바다와 더불어 이곳만의 특별한 풍광을 즐길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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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문경] 오랜 길의 가치를 품은 문경새재에서 사과를 맛보다

문경새재는 오랜 옛날부터 영남의 주요 관문이었다. 과거 보러 가던 선비와 괴나리봇짐을 멘 보부상, 나라님께 올리는 진상품을 잔뜩 싣고 우마차가 덜커덩거리며 다녔다. 입신의 꿈을 품은 선비에게는 도전의 길이요, 민초들에게는 땀과 눈물의 길이었다. 세월이 흐른 지금 문경새재는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로드로 거듭났다.

문경새재 길 초입에 자리한 옛길박물관은 우리나라 최초로 길을 테마로 한 박물관이다. 박물관을 뒤로하고 걷다 보면 제1관문인 주흘관에 닿는다. 독수리가 날개를 펼친 듯 우아한 성벽과 위엄 있는 관문이 볼만하다. 제2관문인 조곡관을 지나 제3관문 조령관까지 잘 다져진 흙길을 걷는 맛은 남다르다. 문경새재를 찾았다면 문경사과를 맛보자. 문경은 중산간 지역으로 밤낮의 일교차가 크고 비옥한 토질, 청정자연환경 덕에 품질 좋은 사과가 생산된다. 육질이 단단하고 향이 짙으며 평균 당도 15브릭스로 맛과 향에서 전국 최고다. 문경의 또 다른 테마는 석탄산업이다. 20여 년 전 석탄을 실어 날랐던 철로를 달리는 문경철로자전거와 문경석탄박물관에서 예전 광부들의 삶을 느껴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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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구룡포] 해안 절경 속 별미 과메기를 맛보다

포항 구룡포는 예로부터 황금어장이었다. 대게, 고래, 오징어, 청어, 꽁치 할 것 없이 수산물이 넘쳐났다. 구룡포항 뒷골목으로 발걸음을 들이면 낯선 거리와 마주한다. 이곳은 2012년 구룡포 근대역사관이 문을 열면서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로 단장했다.

포항 과메기는 구룡포 사람들의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거친 바닷가에서 어장과 씨름하던 하루를 끝내고 과메기 한접시와 소주로 시름을 잊었다. 한때 구룡포 사람들만 즐기던 과메기의 비릿한 맛을 찾아 찬바람이 불면 전국에서 포항으로 몰려든다. 과메기는 날로 먹는 생선으로 회도 훈제도 아닌 오로지 바닷바람을 몸 깊숙이 받아들여 특유의 감칠맛을 낸다. 일교차에 의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1주일 정도 바닷바람을 쐰다. 생선 단백질은 공기 중에 산패하는 성질이 있지만 꽁치껍질이 살을 둘러싸고 있어 썩지 않고 숙성한다. 포항까지 왔다면 유명한 일출명소인 호미곶 해맞이공원을 빼놓지 말자. 인근에는 대한민국 등대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국립 등대박물관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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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 꽃과 문학의 고장 화성에서 광어를 맛보다

화성 우리꽃 식물원에선 1천여 종의 다양한 토종식물들이 사계절 아름답게 꽃을 피운다. 관리동과 우리꽃 전시관을 지나 보이는 사계절관은 이곳의 랜드마크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전통 한옥 형태의 유리온실로 웅장한 외관이 인상적이다. 유리온실 앞에는 피크닉 테이블이 마련돼 있어 도시락을 싸서 가족 나들이 오기에 좋다. 온실 안은 삼천리 금수강산의 5대 명산을 테마로 조성돼 있어 산수화를 보는 듯하다. 야외에는 산책로와 전망대 등 유유자적 산책하기 좋은 곳들이 이어져 있다.

화성시 동탄 신도시에 있는 노작공원은 문학가 홍사용(1900~1947)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공원이다. 1984년 그의 대표작 ‘나는 왕이로소이다’의 시비 건립을 계기로 출발했다. 시인이며 수필가, 희곡작가, 연극인 등 다방면의 문학가로 활동했던 홍사용은 암울한 일제강점기 시절 문학작품을 통해 민족의 한을 대변했다. 공원 안에 있는 홍사용문학관으로 들어가 문학 전문 도서관과 북 카페, 작품 전시실을 차례로 들러보며 문학의 향기에 취해보자. 화성은 서해바다를 접하고 있는 도시로 궁평항 수산시장에 가면 싱싱한 활어회를 맛볼 수 있다. 제철 맞은 광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횟감 중 하나로 봄철 산란기 전이 살이 도톰하게 올라 육질이 단단해져 있을 때라 가장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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