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Together Vol. 111  2021.6월호

Life Story

역사와 자연이 깃든 반나절 산책길
수원 농업혁명의 길 VS 충주 충주호 종댕이길

길은 많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역사든 풍경이든 이야깃거리가 있기에 풍성해진다.
길에 깃든 이야기는 숨겨진 보물과도 같아 알고 걸으면 더 의미가 깊어진다.
호젓한 길을 걸으며 길이 전하는 의미와 이야기에 푹 빠져보자.

글 / 사진. 임운석 여행작가

푸른 신록이 넘실대는 수원 농업혁명의 길

정조가 사랑했던 계획도시 수원에는 농업혁명의 역사가 깃들어 있다. 정조는 수원 권선구 서둔동에 저수지를 만들고 대단위 둔전을 개발했다. 그것은 굴곡진 일제강점기를 지나 해방 후 농촌진흥청과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으로 이어졌다. 이 땅의 먹거리를 위해 농업을 치열하게 키워왔던 역사의 길은 ‘농업혁명의 길’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곳은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 호젓하게 걷기 좋다.

이 길에서 처음 만나는 곳은 여기산이다. 야트막한 구릉에 지나지 않는 서둔동의 뒷산격인 여기산에서는 한반도 고고학계의 판을 흔들만한 선사시대 유적이 발견됐다. 청동기와 원삼국시대의 집터가 발견됐고 검게 탄 볍씨도 출토돼 일대에서 벼농사가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또 이름만 들으면 누구라도 아는 명사의 무덤도 있다. 씨 없는 수박으로 유명한 우장춘 박사의 무덤이다. 구석기인들이 벼농사를 짓던 그 땅에 우리나라 농업발전사에 빛나는 족적을 남긴 큰 별이 잠들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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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산 앞을 흐르는 축만제는 정조가 만든 인공저수지로 ‘만 석의 생산을 축원한다’는 뜻을 담고 있으며 힘찬 필체의 표석이 아직 남아있다. 농사를 위해 만든 축만제는 현재 도심 속 호수공원으로 거듭나 시민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호수 둘레를 따라서는 수양버들과 갯버들, 당단풍나무, 메타세쿼이아, 소나무 등 다양한 수목이 사계절 색다른 매력을 뽐낸다. 축만제는 상류에서 따뜻한 물이 유입되기 때문에 겨울에도 얼지 않는다. 그 덕에 수도권 최고의 철새도래지가 됐다. 수문 바로 앞의 한옥 한 채가 눈에 띄는데 수원시 향토유적 제1호 항미정이다. 소박하고 단아하지만 선비의 풍류가 느껴진다. 조선 마지막 왕이자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였던 순종이 이곳에 잠시 머물렀다.

길은 옛 서울대 농대 캠퍼스로 이어진다. 백 년의 숲이라 불릴 만큼 울창한 수목이 시선을 압도한다. 도심 속 너른 평지에서 이런 숲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세월의 연륜이 느껴지는 아름드리 벚나무, 수양버들, 전나무, 느티나무 등 다양한 수목이 모여 거대한 녹색공간을 채우고 있다. 캠퍼스에는 근현대사의 질곡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해방 이후엔 농촌진흥청이 들어섰고 서울대 농대가 설립돼 한국 농업발전의 견인차 구실을 했다. 지금은 관악캠퍼스로 이전해 서울대 농생명과학 창업지원센터와 복합문화공간인 경기상상캠퍼스로 새롭게 태어났다. 인근 탑동시민농장은 수원시민들에게 주말농장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배움에 목마른 만학도를 가르쳤던 서둔야학도 농장 한편에 자리해 있다. 여기산에서 출발한 농업혁명의 길은 그렇게 7.3km를 걸어 이곳에서 길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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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리 방방곡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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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 속 바다를 품은 충주 충주호 종댕이길

충주·제천·단양에 걸쳐있는 인공호수 충주호는 육지 속 바다로 불릴 만큼 드넓다. 소양호 다음으로 담수량이 많고 주변 경관 또한 뛰어나고 어종이 풍부해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충주호의 풍광을 오감으로 느끼고 싶다면 충주 풍경길이 제격이다. 그중에서도 ‘종댕이길’은 최고의 눈맛에 걷는 재미까지 가득하다. 종댕이라는 귀여운 이름은 충주호 근처 상종마을과 하종마을 사람들이 심항산을 종당산, 종댕이산이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다. 길은 계명산 줄기인 심항산을 휘감아 돌면서 충주호를 감상하도록 조성된 숲길인데 순환형 코스(11.5km) 4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종댕이길 1구간은 마즈막재 주차장에서 시작된다. 이곳에서 900m 남짓 데크로드를 걷다 보면 나뭇잎 사이로 충주호의 모습이 언뜻 비친다.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오솔길로 접어든다. 신록이 우거진 빽빽한 활엽수림은 비밀의 정원으로 들어가는 듯 신비롭다. 울창한 수목이 그늘을 만들어 초여름 머리 위로 내리쬐는 땡볕을 막기에도 그만이다. 오솔길 끝자락에 잠시 충주호를 조망하라는 듯 정자가 여행자의 발길을 붙잡는다. 이곳에서 내려다본 충주호는 액자에 담긴 그림처럼 자연의 걸작 같은 느낌이다.

정자를 지나면 곧이어 생태연못과 삼형제나무, 제1조망대, 종댕이고개를 만날 수 있다. 특히 종댕이고개는 한 번 넘을 때마다 건강수명이 한 달씩 늘어난다는 재미난 이야기가 전해온다. 높이가 낮고 경사도 완만해 건강수명 경신에 도전해볼 법하다. 심항산이 접해 있는 계명산은 예부터 지네가 많아 계족산이라 불렸다. 지금도 곳곳에 지네가 사는 돌집들이 있어 호기심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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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댕이길 제2조망대는 충주호를 가장 가깝고 넓게 볼 수 있는 곳이다. 탁 트인 호수 앞에서 가슴을 펴고 깊이 심호흡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저만치 날아갈 것이다. 그래서 제2조망대의 이름이 ‘가슴을 펴라 전망대’이다. 호수 위에는 독특한 구조물도 있는데 ‘충주호의 별’이라는 수초섬이다. 물 위에 떠 있는 별 모양 수초섬을 보면서 일상의 잡념을 버리고 사색에 잠기라는 콘셉트로 디자인됐다. 신경림 시인의 ‘별을 찾아서’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코스 절반을 넘어서면 피톤치드 솔숲에 다다른다. 소나무군락이 빽빽이 들어서 있어 산뜻한 솔향에 머리가 맑아지는 곳이다. 종댕이길의 랜드마크격인 출렁다리는 100m 정도 길이로 발 아래 호수 위로 부는 바람을 느껴볼 수 있다. 계명산 자연휴양림 입구가 보이면 코스 막바지에 다다른 것이다. 이곳에서 1km 남짓 걸으면 처음에 왔던 갈림길에 도착하며 길이 마무리된다. 이렇게 유유자적 한유하게 숲길과 호수길을 걸으면서 시간을 보냈다면 몸과 마음에는 이미 활력이 가득 채워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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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리 방방곡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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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최인혁님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사라져서 저도 수원 농업혁명의 길과 충주 충주호 종댕이길에
    꼭 가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좋은 소개글 감사합니다 ^^

  • 송윤지님

    충주호 종댕이길 이름도 특이하구 풍경이 멋지네요! 힐랑하러 가고싶어요????

  • 이준범님

    충주호는 한번도 안가봤는데~ 가보면 좋겠어요.
    풍경도 좋고 산책하기 좋겠네요 ㅎㅎ

  • 이수연님

    역사와 자연이 깃든 반나절 산책길
    수원 농업혁명의 길 VS 충주 충주호 종댕이길
    둘 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인데요..
    코로나19가 종식되면 꼭 가보고 싶어요..

  • 박정란님

    주말에 가까운 곳에 있는 수업농업혁명의길 걷기에 참여해봐야 겠어요. 좋은길 소개 감사드려요.

  • 김윤희님

    수원에 살아서 익숙한 사진을 보니 반갑네요. 농업혁명의 길 한번 걸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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