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Together Vol. 118  2022.01월호

Special Story

한국 배터리는 어떻게 세계 최고가 되었나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이 이끌고 있는 한국 배터리 산업은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시장에서
지난해 1~10월 기준 점유율 56.2%로 1위를 차지했다. 세계 최고 과학기술을 가진 미국·일본·유럽을
제치고 한국 배터리는 어떻게 시장 1위를 차지할 수 있었을까? 모바일 제조산업 덕분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보면 한국의 재벌체제 영향이 가장 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세 그룹은 배터리 산업의 미래 가능성만 보고 지난 20년간 수조 원을 투자했지만 아직까지도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전문경영체제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며 오로지 총수의 뚝심경영으로만
가능한 일이다.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세계 1위에 오른 중국 배터리산업도 비슷한 원리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 성장한 한국 배터리의 미래는 과연 어떨지 알아본다.

글. 전기신문 윤병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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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에 그만둔 보쉬… 배터리는 너무 리스키해

2012년 9월 삼성SDI와 독일 자동차부품회사 보쉬는 4년 간의 배터리 합작을 청산했다. 양사는 2008년 7월 삼성SDI의 배터리 셀 기술과 보쉬의 배터리관리 시스템(BMS) 기술 및 영업력의 시너지를 목표로 배터리 개발 및 생산 합작사인 SB리모티브를 설립했다. 하지만 4년 만에 삼성SDI는 SB리모티브의 보쉬 지분 50%를 5,700만 달러에 인수했다. 보쉬가 배터리 사업에서 철수한 것이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전문가에 따르면 보쉬는 배터리 사업에 대해 “너무 리스키하다”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리스키(risky)는 2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배터리는 화재 위험성이 높다는 것과 투자 대비 수익환수기간이 너무 길다는 것이다. 보쉬의 분석은 틀리지 않았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자사 배터리가 탑재된 현대차의 코나EV 등과 GM의 볼트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해 각각 2만 6,699대와 14만 2천여 대에 대해 배터리 리콜을 실시하고 있다. SK그룹의 총수는 지난해 말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배터리에 20년 가까이 많은 자금과 연구개발 노력을 기울였지만 여전히 수익을 내고 있지 못하다”며 특히 “자본 지출 규모가 매우 커서 가끔은 이 같은 숫자들이 겁이 난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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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배터리 사업에서 수익을 내는 곳은 삼성SDI밖에 없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1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 6,927억 원을 달성했지만 여기에서 화재에 따른 배터리 리콜비용을 반영하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SK온(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은 3분기 누적으로 3,729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삼성SDI는 3분기 누적 영업이익으로 8,610억 원을 달성했다. 하지만 대부분이 소형전지와 전자재료 사업에서 발생한 것이고 중대형전지 비중은 매우 적은 편이다. 이처럼 배터리 사업은 장기간 천문학적 투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삼성, LG, SK 그룹은 신수종 확보를 위한 장기전략과 총수의 뚝심경영이 결합돼 결국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시장에서 점유율 1위로 올라설 수 있게 됐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중국 제외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판매량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40.5GWh(점유율 36.1%)로 1위, 이어 일본 파나소닉이 28GWh(25%), 중국 CATL이 14GWh(12.5%), SK온이 12.4GWh(11.1%), 삼성SDI가 10GWh(8.9%)를 기록해 국내 3사가 총합 56.1% 점유율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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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공개 앞둔 LG, SK… 예상시총은 70조, 30조

한국 배터리의 투자는 계속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연 155GWh 생산능력을 2025년까지 430GWh로 확대하고 SK온은 현재 연 40GWh 생산능력을 2030년 500GWh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40GWh로 추정되는 삼성SDI도 공격적 확대를 예고하고 있다. 배터리 생산능력은 보통 10GWh 건설에 1조 원가량 비용이 들어가는 점을 감안하면 각 사마다 수십조 원의 투자재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기업공개를 통해 재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승인받았고 2022년 1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뒤 1월 말에 상장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주식공모 규모는 희망공모가 상단 기준으로 10조 9천억 원이며 이를 통한 예상 시가총액은 70조 원대로 알려졌다. 모기업 LG화학은 구주 매출을 통해 최대 2조 5천억 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2022년 중 기업공개를 실시할 예정인 SK온 예상시총도 30조~35조 원가량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 LFP배터리는 위협요인… 2025년 이후 경쟁 본격화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0년 461억 달러에서 2030년 3,517억 달러로 10년간 8배 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2020년 304억 달러에서 2025년 1,507억 달러, 2030년 3,047억 달러로 10년간 10배 성장이 예상된다.

그렇다면 한국 배터리는 미래에도 과반 이상의 점유율을 가져갈 수 있을까? 글로벌 에너지 정보분석기관인 S&P 글로벌 플래츠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배터리가 향후 3~4년간은 세계 전기차배터리 시장을 선점할 것으로 평가했다. 미국과 유럽의 배터리제조업체들이 잇따라 설비 구축에 나섰지만 한국 업체들을 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이 분석은 반대로 보면 2025년 이후부터는 미국과 유럽의 배터리 경쟁력이 한국 배터리와 견줄 만큼 상당히 올라 올 것임을 의미하고 있다.

중국의 LFP(리튬·철·인산)배터리도 한국 배터리의 위협요인이다. LFP는 배터리 양극재 구성 메탈을 뜻하는 것으로 리튬·철·인산으로 조성된다. LFP배터리는 한국의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배터리보다 용량에서는 뒤처지지만 화재 위험성이 낮고 가격이 저렴한 게 강점이다. 이러한 이유로 세계 전기차 1, 2위 업체인 테슬라와 폭스바겐그룹은 LFP배터리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종합적으로 보면 한국 배터리는 2025년 이전까지는 성장을 계속하겠지만 이후부터는 미국, 유럽 그리고 일본 배터리와 본격적인 경쟁이 이뤄지기 때문에 이전만큼의 성장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쟁에서 이기려면 현재보다 화재 안전성이 뛰어나고 가격 경쟁력도 있어야 하며 안정적인 광물 확보 루트도 가져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활성화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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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기고자의 견해로 삼천리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 4

  • 윤한샘님

    한국베터리의 위상을 정확히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많은 공부하였습니다

  • 최규리님

    한국 배터리가 발전해 온 길과 나아가야 하는 방향성을 잘 짚어준 기사인것 같습니다

  • 이정훈님

    한국 배터리의 성장이 정말로 눈부신거 같아요~

  • 박병석님

    배터리 시장이 정말 핫하네요. 한국이 세계최고의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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