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Together Vol. 123  2022.06월호

Special Story

전기차, 보급보다 전기 청정화에 우선순위 둬야

친환경과 맞물려 전기차가 급속도로 발전·보급되고 있다.
하지만 전기 생산을 위한 연료까지 살펴본다면 이 역시 아직은 친환경에 가깝지 않다.
그렇다고 문제점만 지적하고 있을 수는 없을 터.
이에 재생에너지로 지구를 가동시킬 수 있을 때까지는 탄소 등을 줄일 수 있는 효율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보급 중심이 아닌 전기 청정화에 포커스를 둔 방향일 것이다.

글. 에너지플랫폼뉴스 김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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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해차량 전기차, 연료까지 포함해 살펴보면

정부는 전기차를 무공해차량으로 분류하고 있다. 대기환경보전법령에서 규정하는 저공해자동차 중 가장 윗단 1종에 포함되려면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 탄화수소, 입자상물질이 전혀 배출되지 않아야 하는데 전기차가 여기에 포함되는 것이다. 휘발유나 가스 같은 화석연료를 소비하는 내연기관차도 저공해차 범위에는 속하지만 배기가스가 전혀 배출되지 않는(Zero Emission Vehicle) 전기차와는 비교할 바 못된다. 연료 환경 품질이 개선되고 경유차에서 발생하는 매연을 포집하는 DPF 같은 친환경장치가 부착돼도 내연기관차에서 배출되는 유해배기가스를 모두 차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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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연료까지 포함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전기차를 구동하는 에너지가 전기인데 어떻게 생산하느냐에 따라 환경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석탄이나 가스 같은 화석연료로 전기를 생산하려면 불가피하게 환경 유해물질이 배출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화석연료를 투입해 생산된 전기를 사용하는가 아니면 직접 화석연료로 이용해 달리는가 차이일뿐 전기차나 내연기관차 모두 환경 유해 논란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이 같은 사실은 다양한 실증 연구 데이터를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 김재경 연구위원은 지난 2018년 ‘자동차의 전력화 확산에 대비한 수송용 에너지 가격 및 세제 개편 방향’을 발표했는데 Well-to-Wheel 과정에 발생되는 전기차 미세먼지가 휘발유차의 93%에 달한다고 평가했다. Well-to-Wheel은 원유가 생산되는 유정(Well) 그리고 차량 운행의 마지막 단계인 바퀴(Wheel)를 말한다. 연구에선 화석연료 생산의 출발지점인 유전에서 수송수단인 바퀴가 구동되는 과정까지의 환경친화성을 평가했는데 1km 주행할 때 발생되는 전기차 온실가스가 휘발유차의 53%, 미세먼지는 92.7% 수준에 달했다. 이는 연구에 사용된 2016년 기준 우리나라 발전원 비중에서 유연탄 비중이 40%를 넘었고 LNG도 23%를 차지하는 등 화석연료발전이 65%를 웃돌았던 통계를 반영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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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에너지경제연구원 김재경 박사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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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에너지경제연구원 김재경 박사 보고서

이와 유사한 자료는 또 있다. 현대차와 기아 같은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전기·수소차 같은 무공해차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나라 자동차업체들은 내수 시장에서 9만 6,666대의 전기차를 판매한 반면 해외 시장에는 이보다 6만여 대 많은 15만 4,071대를 수출했다. 그런 국내 완성차들이 모인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면서 ‘전기차만 친환경차고 내연기관차는 공해차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독일 경제연구소의 2019년 4월 검증 결과도 있다. 독일 경제연구소가 독일 전원구조를 감안한 LCA(전주기 평가, Life Cycle Assesment) 관점에서 자동차 환경 성능을 평가했는데 테슬라 모델3가 1km 주행할 때 156∼181g 온실가스가 발생된 반면 경유차 모델 벤츠 C220d는 141g에 그쳤다. 독일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40.4%에 달할 만큼 친환경 전원 역할이 큰데도 화석연료를 직접 소비하는 내연기관의 환경 성능이 전기차보다 우수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대목이 있다. 전기차 역시 주행과정에서 내연기관차와 똑같은 비배기가스를 배출한다는 점이다. 비배기 미세먼지는 수송수단의 주행과정에서 브레이크패드나 타이어 마모과정을 통해 발생되는 비산먼지 등을 일컫는다. 주행 당시는 물론이고 도로 지면에 쌓인 미세먼지 입자들이 재부유(再浮遊)과정 등을 거치며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끼치는데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 때문에 비슷한 출력의 내연기관차보다 중량이 더 무거워 비배기 분야 미세먼지 배출량이 높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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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에너지경제연구원 김재경 박사 보고서

전기차도 유해가스 배출, 도로이용세 등 부과 필요

물론 전기차 자체는 무공해고 탄소중립을 이끌 친환경 교통수단이 틀림없으니 방법은 전기 생산과정에서의 환경 성능을 보완하는 것일 터다. 이와 관련해 국제에너지기구 IEA는 지난해 5월 발표한 ‘NZE(Net zero by 2050) 시나리오’에서 발전 부문 온실가스 배출을 먼저 줄이고 산업과 수송 부문의 전기화 경로를 제시해 주목을 끌었다. 발전 청정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는 것이 온실가스 배출 저감에 유효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때문에 IEA는 2030년 발전 부문 온실가스 감축율을 56.9%로 높게 설정하고 수송 부문은 20.0%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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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우리는 같은 기간 수송 부문 온실가스 저감 목표를 37.8%, 발전 부문은 44.4%로 설정했다. IEA 시나리오와 비교하면 발전 청정화보다 수송 부문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저감에 집중하는 모양새인데 전기가 깨끗해지지 않으면 전기차 확대 보급 의미가 퇴색된다는 점에서 전략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 그렇다고 당장 모든 전기를 태양광이나 바람 같은 자연에너지로 생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새 정부 들면서 온실가스 배출에서 자유로운 원전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원전 기여도를 마냥 늘릴 수만도 없다.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에너지 전환과정에서 천연가스 같은 브릿지 연료 활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는 이유다.

한국전력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1MWh 발전과정에서 LNG 온실가스 배출량은 0.363CO₂/MWh인데 반해 무연탄은 0.914CO₂/MWh, 유연탄은 0.823CO₂/MWh로 평가돼 LNG가 청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전소별 대기오염 배출량도 석탄은 6만 3,377GWht였지만 천연가스는 7,582GWht에 그쳤다. 산업통상자원부는 LNG발전소를 정상 가동할 때 일산화탄소와 미연 탄화수소가 거의 발생되지 않는다는 분석 결과도 제시하고 있다.

화석연료 중독에서 벗어나 무공해 재생에너지로 전환돼야 하는 당위성은 백 가지 천 가지 이유로도 모자란다. 지구의 영속성을 위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기 때문이다. 다만 상당한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기도 하다. 그래서 재생에너지로 지구를 가동시킬 수 있을 때까지 탄소 등을 줄일 수 있는 현명하고 효율적인 전략이 필수다. 무배기가스 차량인 전기차의 초기 시장 형성을 위해 구매보조금이나 충전요금 인하 같은 보급 장려책도 전략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천문학적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국가 재정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 전기차 보급 확대보다 전기 청정화에 우선순위를 두는 정책 전환이 요구된다. 또 최근 녹색교통운동이 주최한 윤석열 정부 교통정책 방향 토론회에서 제시된 것처럼 전기차 역시 주행과정에서 다양한 비배기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만큼 친환경차에도 도로이용료를 부과하는 등 탄소 가격 중심의 과세체계로 변경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 이 기사는 기고자의 견해로 삼천리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 5

  • 김태현님

    전기를 만드는 방법이 반 이상 화석연료인데 청정에너지가 아님

  • 이수연님

    전기차, 보급보다 전기 청정화에 우선순위 둬야..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전기차 역시 주행과정에서 다양한 비배기 미세먼지를 배출한다는 것, 이 기사를 통해 알게 되었거든요..

  • 김대엽님

    항상 의문을 가지고 있던 내용이네요. 저역시 전기차가 진정한 친환경인지는 의문입니다.
    재생에너지로 지구를 가동시킬 수 있을 때까지 탄소등을 줄일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될때인것 같습니다.

  • 강정희님

    갈수록 전기차가 많아지는 요즘 한번쯤 생각해봐야할 좋은 기사인것 같습니다.
    무공해차량 전기차, 연료까지 포함해 살펴볼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된것 같습니다.

  • 김지환님

    요즘시대에 정말 필요한 전기차 좀더 상용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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