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스 안전관리 강화대책 26년차,
효율화 로드맵 재추진 필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도시가스 안전관리 환경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국내에 도시가스가 도입된 지 40년이 넘었고 관련 안전관리 기술도 함께 발전했으니 이제야말로 시대 변화에 걸맞은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새로운 안전관리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지금은 도시가스 안전관리에 있어 효율화 로드맵을 재추진해야 하는 때다.
달라지는 도시가스 안전관리 환경
2022년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에 들어갔다. 이 법에선 노동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중대재해 종류는 ▲사망자 1명 이상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내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실 수많은 반대와 논란 끝에 도입됐다. 그런데 아직은 현장에서 실질적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고용노동부가 7월 19일 ‘2022년 상반기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현황’을 발표하긴 했으나 통계만으로는 제도 도입에 따른 충분한 효과를 확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발표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에 발생한 전체 산업재해 사고건수는 총 303건으로 전년 동기 334건과 비교해 31건이 줄어들었고 9.3%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또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는 320명으로 전년 동기 340명과 비교해 5.9% 감소하는 데 그쳤다. 전체적인 사고건수 감소와 비교해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도 기대만큼 크게 감소하지 않은 것이다.
법 시행 후 달라진 업계의 분주한 움직임
어쨌든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위험물을 다루는 가스업계 역시 관련 법에 대응한 자구책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안전관리를 전담하는 대표임원을 별도 선임하고 독립적 예산운영권과 함께 안전관리조직에 대한 인사권을 부여하는 등 다양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사실 도시가스를 비롯해 가스 분야의 경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중대재해처벌법에 준하는 막중한 책임규정을 준수하고 있었다. 과거 각종 대형 가스사고가 발생할 경우 해당 회사의 최고경영자 또는 관련 최고책임자들이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가스3법(도시가스사업법,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액화석유가스안전관리 및 사업법)에서 각 회사 대표를 안전관리 총괄자로 규정하고 있는 점도 그에 대한 방증이다.
하지만 새로 적용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그간 가스사고에만 한정됐던 책임규정과 다르다. 가스사고 책임뿐 아니라 회사나 사업장 관련된 산업재해 전반을 포괄한다는 점에서 경영자의 관리범위와 책임이 더욱 넓어지고 무거워졌으니 말이다. 경영진으로서 책임지고 신경 써야 할 부분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때를 같이해 현재 인공지능을 비롯한 드론, ICT(정보통신기술)와 IoT(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 관련 기술도 크게 진화한 상황이니 이에 발맞춰 도시가스 안전관리체계 역시 다시금 변화해야 할 때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관련 기술들은 이미 우리 주변 현장에서 하나 둘 적용되고 있으며 가스누출을 비롯해 배관탐지 기술 등 관련 계측 기술 역시 민감도와 정확도가 높은 첨단장비로 빠르게 교체되고 있다.
엄정한 안전관리규정 적용의 효과
한편 국내 도시가스사업법은 1994년 아현동 밸브기지 폭발사고, 1995년 대구 상현동 도시가스 폭발사고, 1996년 대한도시가스 정압기 연쇄 분출 등 잇따른 사고를 겪으며 세세한 사항까지 법으로 규정하는 강화된 안전관리체계가 적용됐다. 특히 15km마다 도시가스 배관안전점검원을 선임토록 한 규정이나 도시가스배관 매설 시 한국가스안전공사 감리를 받도록 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규제다. 이 외에도 배관의 매설심도를 비롯해 각종 안전관리규정들도 해외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강도 높은 엄정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이 같은 규제 중심 정책은 1995년 261건에 달했던 도시가스사고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사고건수는 제도 시행 불과 3년여만인 1999년 26건으로 1/10 이하로 감소했고 2017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최근 6년간 발생한 가스사고는 LPG(부탄연소기 포함) 380건, 도시가스 138건, 고압가스 80건 등 598건으로 줄었다. 이 중 도시가스사고는 한 해 평균 23건으로 대부분 누출이나 경미한 화재나 폭발 등 가벼운 사고에 그쳤다.
도시가스 안전관리 효율화 로드맵의 시작
이에 정부는 2005년 도시가스 안전관리 효율화 로드맵을 추진키로 했다. 로드맵이 제기된 것은 향상된 안전의식과 신제도·신기술을 수용함으로써 정부와 기업, 가스사용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안전관리 개선방향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발전된 기술이 현장에 잘 적용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이를 통해 보다 효과적인 안전관리를 수행함으로써 비용절감과 함께 가스안전에 대한 자율적인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한다는 것이 그 출발점이었다.
이러한 로드맵이 처음 제기된 것은 2002년이었는데 당시 도시가스업계는 가스사고 감소와 함께 과도하게 적용되고 있는 배관안전점검원을 비롯해 도시가스 분야에 강화된 규제를 현실에 맞게 완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안전관리의 새로운 접근방법에 대한 공감대 속에서 2005년 4월 수도권 5개 도시가스사 및 가스안전공사와의 간담회에서 ‘도시가스 규제 합리화 로드맵’ 연구를 위한 추진방안을 잠정 합의했다. 같은 해 6월과 10월 도시가스협회 및 한국가스공사, 한국가스안전공사가 로드맵 구성을 위한 연구계획과 추진방향을 다시 협의했고 2006년 6월부터 2007년 6월말까지 13개월간 ‘도시가스 안전관리 규제 합리화 로드맵’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져 최종적으로 ‘도시가스 안전관리 효율화 로드맵(안)’이 탄생했다.
발전된 기술을 적극 수용하는 규제 합리화 목표
‘도시가스 안전관리 효율화 로드맵’은 안전관리 비용은 최소화하면서도 안전성은 현재와 동등 이상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전제로 출발했다. 발전된 기술을 적극 수용하는 동시에 정부와 사업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도록 규제를 합리화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에 ▲규제의 합리적 완화 ▲공익적 목적 달성 ▲안전기술 선도 ▲미래성장 Seed 발굴이란 기본원칙이 적용됐다.
로드맵 개선과제의 발굴과 검토를 위해 당시 가스안전공사는 용역수행기간 중 로드맵 검토 TFT를 설치하고 기술기준처장을 팀장으로 제도·검사·진단·연구 등 4개 작업반을 구성해 15차례 이상 토론과 협의를 거쳐 총 40개 개선과제를 발굴했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안전수준평가제 도입 등 6개 과제를 선정하는 한편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 제도 조사를 통해 QRA(정량적 위험성 평가)와 IMP(종합적 건전성관리 프로그램)제도 등 2개 과제도 선정했다. 또 최근 7년간 도시가스협회와 시공협회 등에서 건의해 온 제도 개선사항 중 32개 과제를 추가로 선정하고 업계에서 건의한 23개 개선과제를 포함해 총 63개 과제를 선정했다. 이를 종합해 중복과제와 비효율적과제를 제외한 4개 분야 총 45개가 최종 개선과제로 선정됐다.
분야별 안전제도 개선과제와 조건
그리고 로드맵(안)은 4개 신제도와 연계해 8개 연구과제, 2개 시범적용과제, 35개 제도개선과제 등 4개 분야 45개 과제를 연차별로 완성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이 중 4개 분야는 ▲설계·시공 분야 ▲유지관리 분야 ▲타공사 분야 ▲검사확인평가 분야 등이며 각 분야의 과제는 각각 QRA(정량적 위험성 평가), IMP(종합적 건전성관리 프로그램), 타공사 원콜 시스템, 안전수준평가 등 새로운 선진 안전관리제도를 접목해 기존 16개 제도를 종합적으로 개선했다.
공급시설 설계·시공 분야는 ▲일반도시가스사업자 고압공급 허용 ▲압력조정기 허용대상 차등화 ▲공공용지 정압기 설치 용이화 ▲하천 횡단배관 심도 차등화 등 4개 제도가 검토돼 개선됐다. 유지관리 분야는 ▲전위원격감 시시스템 도입 ▲T/B 설치간격 완화 ▲누출검사 보링제도 완화 ▲환상망 예비정압기 기준 완화 ▲환상망 정압기 안전장치 및 배관 기밀시험 완화 등 5개 과제가 선정돼 개선이 이뤄졌다. 타공사 분야는 ▲안전점검원 완화(안전점검원의 업무범위 확대) ▲병렬배관 통합관리 ▲매설상황 확인지역 확대 등 3개 과제가 개선됐다. 검사확인평가 분야는 ▲조정기 점검 차등화 ▲정기검사 차등화 ▲보험요율 차등화 ▲공급자 점검 차등화 등 4개 과제가 개선됐다.
당시 가스안전공사는 EOCS 도입으로 매설심도가 완화되고 안전점검원 업무범위 확대와 병렬 배관 통합관리가 허용될 경우 매설심도 완화로 48억 원, 안전점검원 업무범위 확대로 99억 원, 병렬배관 통합관리를 통해 30억 원 등 연간 177억 원의 안전관리비용이 절감될 것이라 분석했다. 그렇게 추진된 도시가스 안전관리 효율화 로드맵이 2009년 제도에 반영돼 현재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안전관리 효율화 로드맵 2.0 필요
그렇게 도시가스 안전관리 효율화 로드맵이 제도에 반영된 지 12년이 지났다. 최근 도시가스산업은 공급정체기에 들어섰고 안전관리장비를 비롯한 관련 기술도 2009년과 비교해 현격한 성장이 이뤄졌다. 원격감시와 차단 기술은 과거와 비교해 더 정밀해졌다. 배관의 전산화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10여 년 전 FID 기술을 기반으로 한 도로의 가스누출 감시차량은 레이저 기술을 기반으로 한 OMD, 트레이서에탄 등 첨단장비가 대체하기 시작했다. 월등한 속도와 정밀한 감시능력을 탑재하고 있어 보다 효율적인 감시가 가능해졌다.
4차 산업기술인 IoT, ICT, 드론 등을 이용한 다양한 첨단기술이 도시가스 안전관리 분야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특히 삼천리가 새롭게 적용하기 시작한 ‘스마트배관망 시스템’은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데이터마이닝 기술 등을 접목한 차세대 도시가스 배관관리 시스템으로 도시가스 시설관리에 필요한 현장데이터를 수집·분석할 뿐 아니라 이를 사물인터넷 통신으로 전송해 현장상태를 면밀히 파악함으로써 이상상황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처럼 ICT 기술을 기반으로 한 4차 산업이 도시가스사의 안전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휴대용 검사장비도 먼 거리에서 가스누출 여부를 보다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레이저 계측장비가 일반화되고 있다. 가스압력기록계는 이미 오래 전 디지털 측정장치로 전환됐고 이젠 실시간 감시방식의 적용을 앞두고 있다. 이 밖에 차량을 활용하던 공급배관 감시도 곧 드론을 이용해 모니터링하는 시대가 멀지 않아 보인다. 인력을 동원해 수행하던 단순점검기능은 이젠 장비와 첨단 안전관리 시스템이 대신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세계 공급망 재편 움직임으로 인해 천연가스가격이 지속적으로 인상되고 있다. 국내 도시가스산업은 이미 포화상태가 도래했다. 또 전기와 지역난방을 비롯해 타 에너지와의 경쟁도 이미 시작됐다. 이에 지금은 시대 변화와 기술 진보에 따른 제도 개선이 다시금 필요한 시대라 할 수 있다.
※ 이 기사는 기고자의 견해로 삼천리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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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을 위해 많이 힘쓰고 있네요.
실제로 사고가 점점 줄어들고 있네요.
도시가스 안전관리에 있어 효율화 로드맵 기사 유익하게 읽었습니다.
다른곳에서는 접할수 없었던 내용이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도시가스 안전을 위해서 항상 노력하고 잘 활용해야 될것 같아요.
앞으로도 안전하고 예쁘게 관리 기대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