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Together Vol. 110  2021.5월호

Life Story

목가적 풍경이 그림이 되는 곳
안성 호밀밭 vs. 고창 청보리밭

신록이 푸른 이맘때면 농촌처럼 소박하고 평화로우며 서정적인 곳이 그립다. 그곳은 마치 유럽의 여느 지방처럼 아름답고 우리나라 외딴 오지처럼 한갓지다. 떠나기엔 부담스러운 지금이니 랜선으로나마 그 목가적인 풍경에 빠져보자.

글 / 사진. 임운석 여행작가

푸른 초원의 한가운데서 느끼는 편안함

안성팜랜드는 아침 일찍 찾으면 좋다. 129만㎡ 광활한 초지가 끝도 없이 펼쳐지는데 태양이 머리 꼭대기에 오르기 전에는 초원 위로 안개가 덮여 신비로운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초원을 수놓는 식물은 다름 아닌 호밀. 푸른 호밀을 상상하겠지만 사실 연무에 휩싸인 넓은 들판은 고요하고 적막하다.

그러나 태양빛이 강해지면서 안개는 사라지고 호밀 본연의 색이 나타난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노래가 절로 떠오르는 장면이다. 드넓은 구릉에 한없이 펼쳐진 호밀밭. 때마침 불어닥치는 바람이 호밀밭을 이리저리 가로젓는다. 바람은 보이지 않지만 바람이 지나간 자리엔 흔적이 남는데 좀 더 세찬 바람이 몰아치면 휘휘~ 휘파람을 분다. 이보다 목가적일 수 없다. 홀로 서 있는 나무도 한편의 서정시처럼 우아하기만 하다. 이곳의 낭만적인 분위기는 그렇게 봄기운을 한껏 북돋운다.

안성팜랜드는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지정한 가축을 중심으로 20여 종 200여 마리의 가축들과 함께 아이들이 마음 놓고 즐길 수 있도록 국내 최대 체험형 놀이농장을 목표로 개관했다. 코로나 시대여서 실내시설은 운영이 중단됐지만 ‘가축놀이 한마당’과 ‘양떼 몰이’ 등 공연과 가축들에게 먹이를 줄 수 있는 야외 가축 체험장은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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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경기도 기념물 제82호인 구포동 성당은 프랑스 출신 안토니오 공베르 신부가 설립한 곳으로 100년이 넘은 건물이다. 서양의 로마네스크양식과 한국 전통 건축양식이 절묘하게 조화돼 이색적인 멋을 풍긴다. 성당에 쓰인 기와와 돌은 안성 보개면 신안리에 있던 유교 강당이 헐리면서 생긴 자재를 사용했고 목재는 압록강변과 서산의 나무를 이용했다고 한다.

아름다운 시로 마음을 매만져준 조병화 시인 문학관도 안성에 있다. 조병화 시인은 1921년 안성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인생의 마지막을 보내며 곳곳에 흔적을 남겼다. 말년을 보냈던 청와헌, 문인들의 사랑방이었던 편운재, 조병화 묘소로 이어지는 편운 동산이 그것이다. 하얀 외벽과 붉은 지붕이 인상적인 편운재는 1962년 시인의 어머니가 별세하자 묘소 옆에 세웠던 묘막으로 시인이 생전에 작업실로 썼던 집필실과 화실을 옮겨와 보존하고 있다. 조병화 시인은 1945년 등단 이후 2003년 작고하기 전까지 160여 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방방곡곡 방방곡곡

삼천리 방방곡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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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 따사로운 초록빛 바다에서 만끽하는 행복

5월에 가장 싱그러운 풍경을 연출하는 곳이 있다. 고창 학원농장 청보리밭이다. 청보리밭에 들어서면 풋풋한 내음이 봄바람에 실려 온몸을 휘감는다. 아득하게 뻗은 보리밭에서는 클래식음악이 흘러나오는데 청보리밭과 어우러지며 영화의 한장면처럼 잘 어울린다.

보리는 지난해 10월에 파종을 시작으로 겨울을 보내고 4월 중순에 이삭이 나와 알이 맺히기 시작한다. 봄볕이 완연한 4월 하순부터 5월 상순까지는 놀라운 속도로 자라 이 시기가 보리의 청춘기라는 뜻으로 청보리라고 부른다. 그리고 5월 중순이 지나 6월에 이르면 수확하기 좋은 황금보리로 옷을 갈아입는다. 결국 청보리는 보리의 품종이 아니라 보리가 가장 예쁜 시기를 뜻하는 말이다. 사람의 청년 시절과 비슷한 셈.

보리밭은 이른 아침이나 해질녘이 가장 아름답다. 보리밭 사잇길로 걷다 보면 바람의 노래를 듣게 되는데 바람소리에는 사사삭 보리가 흔들리는 소리만 있는 게 아니다. 샛노란 유채밭에서 꿀 채집에 나선 꿀벌들의 윙윙윙 날갯짓소리도 뒤섞여 있다. 초창기에는 보리밭뿐이었지만 몇 해 전부터는 유채꽃을 함께 심어 완연한 봄빛이 더욱 충만해졌다. 보리밭에는 딱히 위락시설이 없는데 그냥 보리밭 사잇길을 걷는 것만으로 행복해지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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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을 돌려본다. 서정주 시인 문학관은 폐교된 선운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 개관했다. 학창 시절 ‘국화 옆에서’를 읊조리지 않은 학생이 있을까? 서정주 시인은 생전에 노벨문학상 후보로 5번이나 추천됐을 만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인이다. 탁월한 감수성과 미학적인 시는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역작으로 길이 남을 것이다.

시인은 가고 없지만 흔적만은 문학관 곳곳에 남아있다. 문학관에 들어서면 친필 시들이 가득하며 창가에는 주인 떠난 책상이 외롭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평소 즐겨 쓰던 안경과 친필원고, 손때 묻은 타자기 등 유품들도 전시돼 있다. 그리고 전망대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시인이 평소 여행하며 찍었던 사진들이 걸려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고창에 오면 꼭 먹어봐야 할 별미가 있다. 바로 유명한 풍천장어다. 풍천은 바닷물이 하루에 2번씩 들어오는 고창의 강 이름이다.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갯벌인 풍천에서 사는 풍천장어는 비린맛이 적고 담백하다. 또 식감이 쫄깃해 일반 장어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자연산 풍천장어는 워낙 고가여서 쉽게 맛볼 수 없지만 양식 장어를 자연산에 가까운 장어로 탈바꿈시키는 새로운 양식 기술 덕에 가성비는 좋아졌다. 좋은 풍경에 맛까지 완벽하니 5월에 걸맞은 이만한 여행지가 또 있을까 싶다.
방방곡곡 방방곡곡

삼천리 방방곡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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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 이준범님

    청보리밭 푸르른게 참 좋네요~ 걸어보고 싶어요.

  • 이양례님

    건강에 최고인 풍천장어! 유명맛집도 많은데 소개해 주셨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

  • 이혜령님

    요즘은 사람없는 곳을 찾느라 바쁜데 목가적인 분위기의 푸른밭을 홀로 거닐고 있으면 힐링도 되고 안전하기도 하겠어요. 좋은곳 소개 감사합니다.

  • taesoo님

    떠나고 싶게 만드네요.

  • 최인혁님

    목가적 풍경이 한가득 담긴 사진들만 봐도 절로 힐링되는 기분이네요 ^^
    기회가 되면 저도 안성과 고창으로 꼭 여행을 떠나보고 싶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 연정아님

    드넓은 초록의 바다네요~~~
    아직 가보지는 못했지만, 초록 바다에 풍덩 빠져보고 싶네요~

  • 김태현님

    양 떼가 보이는 드넓은 초원 좋네요

  • 구희영님

    친근한듯하면서도 왠지 이국적인 느낌도 나고 너무 아름다워요

  • 이광현님

    그림같은 풍경에 마음이 힐링되는 것 같아요.

  • 이종수님

    와우~ 너무나 멋스럽고 가보고 싶어요. 안구정화되고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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