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문화를 만나면 더 풍성해진다
여행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면 영화는 타인의 삶을 통해 나를 되돌아볼 수 있게 한다.
그래서 이 둘이 만나면 지루했던 일상에 활기가 바쁜 일상에 여유가 지친 일상에는 감동이 스며든다.
이번호에선 그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여행을 소개한다.
하동에서는 소설과 드라마 속 감성을 만날 수 있다
지리산과 섬진강이 만나는 하동. 지리산 형제봉이 섬진강으로 자맥질하듯 흘러내리는 이곳에 별천지 같은 들판이 펼쳐져 있다.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악양 들녘이 그곳인데 여기가 박경리 작가의 대하소설 『토지』의 주 무대다. 『토지』는 작가가 1969년 6월부터 집필을 시작해 1994년에야 완성했다. 집필에만 25년이 걸린 소설로 총 5부 25편의 방대한 분량이다. 『토지』는 악양 들녘이 있는 하동을 배경으로 동학혁명부터 해방까지의 긴박한 역사를 가족사와 함께 큰 호흡으로 훑어 내려간다. 작가는 소설을 구상한 후 적당한 무대를 찾기 위해 발품을 팔았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찾은 곳이 경남 하동 평사리다.
소설은 TV 드라마로도 제작됐는데 세트장이 평사리에 남아 있다. 평사리를 한눈에 내려다보려면 한산사 전망대를 찾아보자. 평온한 악양 들녘을 감상하며 카페에서 여유롭게 차를 즐겨도 좋다. 드라마 <토지> 세트장에는 주인공 길상이네 집,
용이네 집, 두만이네 집 등 문패까지 친절하게 달려 있다. 소소한 일상이 살아 숨 쉬는 듯해 일반 드라마 촬영지와는 격이 다르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초가들을 지나면 솟을대문이 우뚝한 고래등 같은 저택을 마주할 수 있다. 궁색한 초가에 비해
1만㎡나 되는 대지에 14동 한옥이 모여 있는 것이 전형적인 조선시대 반가의 모습이다. 서희가 기거했던 안채와 길상이가 머물렀던 행랑채 등 책이나 드라마에서 봤던 장면들이 고스란히 눈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최참판댁에서 꼭 챙겨봐야 할 곳이 있다. 멀리 굽어 흐르는 섬진강과 막힘없이 펼쳐진 악양 들녘이 한눈에 보이는 사랑채 누마루다. 시원한 풍광에 탄성을 터뜨리고는 시선이 들판 한가운데 있는 부부송에 꽂히면 길상과 서희의 모습도 스치듯 비칠 것이다.
세트장을 벗어나 마을길을 따라 걸으면 대봉감으로 유명한 상신마을에 닿는다. 이곳에 최참판댁의 실제 모델이었던 조씨 고가와 돌담길이 있다. 조씨 고가는 조선 개국공신이었던 조준의 직계 손인 조재희가 낙향해 지었다. 공사기간만 16년이 걸렸고 거느리는 식솔과 줄을 잇는 손님들로 밥 짓는 연기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우스갯소리로 조 부잣집에서 흘러나온 쌀뜨물로 섬진강이 뿌옇게 변했다고 할 정도다. 한편 하동 ‘박경리토지길’은 두 코스로 나뉜다. 실제 『토지』의 배경이었던 평사리를 지나는 1코스(18km)와 19번 국도를 따라 꽃길을 걷는 2코스(13km)다. 벚꽃이 만개할 때 찾는다면 십 리에 걸쳐 벚꽃이 푸지게 핀 2코스가 제격이다.
미추홀에는 지금 아니면 다시 보지 못할 곳이 있다
후미진 골목에는 고층 건물들에서는 맡을 수 없는 사람의 향기가 난다. 성공의 잣대처럼 보이는 고급 자동차나 명품은 없지만 삶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가는 서민들의 삶이 골목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정서를 담은 영화와 드라마는 보는 이에게 삶의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힘이 있다. 인천광역시 미추홀구에는 특히 가슴 따뜻한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가 많은데 구청은 이 길들을 엮어 ‘미추홀 촬영길’이라 이름지었다.
미추홀 촬영길에는 우각로마을과 숭의평화예술시장을 잇는 1코스와 제물포 주변을 연결한 2코스 그리고 인하대 일대를 배경으로 한 3코스 등 모두 6개 코스가 있다. 그중 지금이 아니면 영영 볼 수 없는 재개발구역에 묶인 곳이 숭의동 부근 촬영길 1코스다. 우각로마을은 골목길이 마치 소의 뿔처럼 휘어져 미로처럼 이어진다. 이 오래된 골목길을 배경으로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비롯해 드라마 <나의 아저씨>와 <보이스>가 촬영됐다. 우각로는 경인선 철도 1호선 도원역에서 2번 출구로 나오면 곧바로 연결되는데 철거를 기다리고 있는 낡은 건물들과 전봇대의 전깃줄이 마치 거미줄처럼 연결돼 영화적 감성을 자극한다. 한때 마을을 되살려보려는 노력도 있긴 했다. 행복창작소와 도예 공방 등이 문을 열었고 칙칙한 담장에는 벽화도 그려졌다. 하지만 지금 남은 것은 적막과 쓸쓸함뿐이다. 이 흔적들이 모두 사라질 때 이곳 사람들의 추억마저 사라지지 않을까 안타깝다.
숭의평화시장은 삼각형 건물로 사방으로 총 6개의 출입구가 나 있는 독특한 구조다. 배우 유지태와 이다윗이 주연한 영화 <스플릿>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현재는 유동인구가 급격히 감소해 겨우 시장의 명맥을 잇는 수준이다. 미추홀구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숭의평화창작공간을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인천 유일의 목공예마을도 이곳에 있다. 대로변에 늘어선 가게에 들어서면 30년 이상 죽은 나무에 생명을 불어넣어온 장인의 숨결이 느껴진다. 한창때는 목공 장인만 20~30명에 달했으나 지금은 그 수가 많이 줄었다. 남은 몇몇 장인들은 협동조합을 만들어 공동작업을 하고 있으며 목공예센터를 건립해 누구나 목공예를 직접 배우고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보는 취미반을 운영 중이다. 짧은 체험과정도 있으니 아이들과 함께 들러봐도 좋을 듯하다.
개성파 배우 심은경을 일약 스타가 되게 한 영화 <써니>도 미추홀에서 촬영됐다. <써니>는 1980년대 인기 있던 음악을 앞세워 레트로 열풍을 일으켰는데 스크린을 가득 채운 후미진 골목과 낡고 오래된 배경 그리고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추억을 되뇌게 하는 데 음악과 미추홀의 골목이 한몫했다. 이후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도 연이어 제작됐다. 이렇게 추억의 곳곳들을 만날 수 있는 미추홀이지만 그게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른다. 그러니 혹시 여행 계획이 있다면 조금 더 서둘러야 할 것이다.
소설 '토지'에서 나오는 최참판 댁이 실제로 있는 곳이 아니었고 조씨 고택이 모델이었었군요. 이번 기회에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고택의 고풍스런 자태가 너무 유려하고 아름답네요. 이번 봄 여행은 그 곳으로 가 보려고 마음 먹었네요. 알찬 여행정보 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은 벌써 그 곳으로 달려갑니다.
인천 사람으로서 익숙한 미추홀구의 모습이 등장해서 반갑네요 ^^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학창 시절에 소설 토지를 읽어본 적이 있었기에 그 배경인 하동의 다양한 모습이 매우 흥미로웠다!!!
봄이 오고 있는 지금이 토지 세트장이있는 하동에 가보기 딱 적기인거 같네요 소설만 읽었었는데 실재 세트로 재현되어 있는것을 직접보면 소설이 더 사실적으로 다가올거같네요
평사리 하동 쌍개사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설레는 향기를 느끼게 하는 곳
올해도 어김없이 찿아오는 봄의 향기를 맞으러 가고 싶은 곳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유익 정보입니다.
대하드라마 "토지"의 촬영세트장이 하동군이 있었네요, 고즈넉한 옛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는군요. 악양 들녘을 사진으로만 봐도 이리 좋은데 실제 가면 더 아름답겠죠. 4월이면 벚꽃이 만개한다니 꼭 가봐야겠습니다^^
고향이 경북이라 하동군 내용이 눈길을 끌었어요~ 이제 곧 4월인데 하동 십 리 벚꽃길에 벚꽃이 만개하는 모습을 꼭 보고 싶네요^^
좋은 내용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성인에게는 아날로그 추억의 감성을 선물해 주는 곳이네요.
아이와 같이 가면 좋을 것 같아요
아이에게는 요즘 느껴보지 못한 옛 정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겠어요
성인에게는 아날로그 감성을 선물해 주고,
아이에게는 새로운 느낌의 감성을 선물해 주네요.
바야흐로 낮이 따뜻해지니 정말 봄이 왔나와요, 악양 한번 다녀오고 싶네요.
라이프 스토리에서 본 하동여행 이야기를 제일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붐비는 도심을 떠나 한적한 곳에서 숨좀 쉬고 여유를 갖고 싶네요
좋은 정보 얻고 갑니다. 다음 호도 기대할게요~
가까운 곳에 써니 촬영장이 있는 줄 몰랐네요.
롤러스케이트장도....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한산사 전망대에서 보이는 풍광이 끝내주세요. 기회가 된다면 봄의 하동을 만나보고 싶어졌습니다.
풍성하고 낭만가득찬 행복한 내용 알찬 소식 반갑네요^^ 풍성하면서도 비쥬얼 가득찬 봄의 향기가 물씬 전해지는 내용 새롭네요.
평화롭게 정돈된 하동의 모습과 이미지 봄의 전령같은 벚꽃향 은근한 봄의 느낌 아름답네요,
여행이 주는묘미가 느껴지는듯해요
골목길이 많은 추억을 품었겠어요
하동에서는 소설과 드라마 속 장면과 더불어 역사 여행을 떠나는듯 정말 행복한 기사인것 같습니다.
평소 여행을 좋아하지만 요즘 같은 시기에는 많은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여행정보를 만날수 있어서 정말 행복한것 같습니다.
토지의 주무대였던 하동 평사리는 다녀왔는데 고즈넉하니 진짜 멋진 곳이었습니다
영화 써니도 재밌게 봤었는데 인천 미추홀이 무대였군요
드라마와 영화 세트장을 비롯해 방문해 보고 싶은 곳 가득한 하동의 매력을 제대로 알 수 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