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mm 높이로 만들어지는 세상

이번 봉사활동은 NGO에서 제작한 점자벽보 키트를 직원들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키트에는 점자일람표를 비롯해 점자보드와 점자재료들이 들어 있었는데 보드판 위에 점자일람표를 따라 점자용 스티커를 붙이면 되는 단순한 내용이지만 비슷비슷해 보이기 때문에 잠시 잠깐 집중력을 잃으면 비슷한 점들 사이에서 이내 길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이에 직원들은 더 신중하고 또 세심하게 작업을 진행해야 했다.

점자벽보에서 점자블록은 보드판보다 약 5mm 정도 되는 높이로 솟아 있다. 그 작은 차이로 인해 손 끝이 벽보 위 점자에 닿았을 때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점자벽보는 시각장애인들이 글자를 처음 익힐 때 가장 필요한데 선천성 시각장애를 가진 이들뿐 아니라 중도에 시각장애인이 된 이들 역시 이를 통해 쉽게 점자를 익힐 수 있다. 신기한 건 같은 자음의 ㄱ이라도 받침으로 쓸 때는 또 점자가 달라진다는 것. 점자라는 새로운 언어의 세계가 결코 쉽지 않음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렇게 두어 시간 집중해서 하니 어느새 벽보가 완성됐다. 완성된 벽보는 NGO ‘체인지메이커’로 다시 수거돼 간단한 검수를 거친 후 전국 각지의 시각장애인시설에 전달된다. 그리고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학습기회가 줄어든 시각장애인들이 점자로 한글 자모, 영어 알파벳, 숫자 및 다양한 단어들을 익히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글자를 배우고 글을 읽는 것은 누구에게나 당연한 권리일 터. 평소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누군가의 권리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비대면 봉사활동의 의미는 특별하지 않을까 싶다.

[점자벽보 만들기 후기]
삼천리 수원안전관리팀 이영우 대리

중학생 첫째와 초등학생 둘째에게 특별한 봉사를 알려주기 위해 신청했습니다 생각보다 만드는 시간은 짧았지만 이 벽보를 사용할 아이들을 위해 그 시간을 알차게 사용하며 또 정성껏 만드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더군요. 그동안은 코로나19로 인해 봉사의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이번 기회로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 것 같아 정말 좋았습니다.

삼천리 고객지원팀 이재호 차장

아이한테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고 저 또한 궁금해서 신청해보았습니다. 이번 작업을 통해 작지만 도움이 됐다는 뿌듯함도 얻었고 시각장애인들의 어려움도 직접 느낄 수 있어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요즘 같은 코로나 시대에도 시각장애인들은 손으로 직접 만져야 소통이 되는 만큼 개인방역을 위한 개선 또한 꾸준히 검토돼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네요.

삼천리 노경협력팀 최지욱 사원

점자벽보를 만들면서 시각장애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시간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소리내 읽으면 1분도 채 걸리지 않는 내용을 점자로 만들기 위해 약 1시간 30분이 걸렸으니까요. 또 이 작업을 하면서 왜 시간과 돈을 들여 택배를 보내고 또 후원자가 점자벽보를 만들게 했을까 생각해 보았는데 그건 여러 사람이 체인지메이커가 되면 그 목표를 달성하는 시간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라는 답을 찾았습니다. 여러 가지로 의미 있는 생각을 할 수 있었던 활동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