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Together Vol. 131  2023.2월호

Special Story

재미와 경험 즐기는 MZ세대를 잡아라

MZ세대 트렌드가 이슈다. 이들의 소비는 영향력도 커 산업을 이끌고 있다. 외식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무겁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이들에게는 재밌고 색다르면 된다. 말이 쉽지 사실 그게 제일 어려운 부분이긴 한데 일단 살펴보자. 이들이 무엇에 열광하는지 안다면 앞으로의 외식업계 미래도 보일 테니 말이다.

글. 파이낸셜뉴스 박문수 기자

전문가칼럼 전문가칼럼

눈으로 먹고 SNS로 저장하는 MZ세대

고를 수 있는 것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사람들은 구독 혹은 체험이라는 이름으로 다채로운 문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서 이를 가장 활발히 활용하는 세대가 바로 MZ세대다. 이들은 현재의 행복을 누리기 위해 소비하는데 그 중심에는 무엇보다 재미와 즐거움이 있다. 이들이 즐기는 재미는 문화를 형성하고 누구보다 앞선 경험은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 그래서 외식판에도 소비자 경험 바람이 불고 있다. 식품·외식업계 대표들은 신년사에서 너나없이 위기상황을 진단하면서도 “소비자에게 음식이 아니라 문화와 경험을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MZ세대는 말과 글보다 사진과 영상 문법에 익숙한 세대다. 이들은 눈으로 먹고 SNS에 저장한다. 그래서 색다른 경험을 주지 못하는 식당은 가지 않는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만둣국이 나오면 그 연기까지 카메라에 담으려 애쓴다. 이들은 경험을 기록하는데 그것이 노출되고 검색에 걸리면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십만 명에게 눈으로 보는 맛이 전달된다. 소비 경험을 나누는 것이다. 그렇게 MZ세대의 소비는 SNS에서 떠돌며 흐름을 만든다.

사실 MZ세대라는 구획이 너무 폭넓은 세대를 억지로 끼워 맞췄다는 지적이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이들에게 주목하는 이유는 마케팅 분야에서 이들의 소비가 지속해서 통용되기 때문이다. 특히 한 끼 식사에 십수만 원을 턱턱 내놓을 구매력을 갖추었음에도 외진 뒷골목 간판 없는 식당도 찾아가 줄을 서니 한마디로 이들의 취향만 저격한다면 성공은 따라오기 마련인 셈이다.

전문가칼럼 전문가칼럼

추억·색다름·경험 모두 MZ세대의 취향 저격

지난해 편의점을 강타한 ‘포켓몬빵’ ‘메이플스토리빵’ ‘연세우유생크림빵’ 등 양산빵은 소비자 경험의 측면에서 영리했다. 포켓몬빵은 MZ세대의 학창시절 향수를 끄집어냈다. 게임 ‘메이플스토리’에서 슬라임 잡던 기억을 찾아 방탄소년단 진도 편의점을 헤맨 것이 알려지며 메이플스토리빵도 지난해 1,200만 개나 팔렸다. 그리고 생크림 중량을 기존 상품 대비 2~3배 담은 연세우유생크림빵은 반갈샷 그림을 만들어냈다. 꽉 찬 생크림빵을 반으로 뚝 갈라서 인증하는 #반갈샷 해시태그가 인스타그램과 SNS에서 유행하고 있다.

샤브샤브집 ‘안녕쿠마’는 육수를 곰인형 모양 젤리로 굳혀 인스타 성지로 떠올랐다. 쿠마는 맛없는(無) 젤라틴으로, 그 모양이 너무도 작고 귀여워 그야 말로 찍을 맛을 구현해냈다. 영하를 넘나드는 엄동설한에도 식당 앞에는 곰인형젤리를 찍으려는 이들로 긴 줄이 늘어섰다. 식당에서는 수저로 곰인형 육수젤리를 툭툭 건드리면 곰인형이 부들거리면서 찍기 좋다고 안내한다. MZ세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정확히 짚어내 리드하는 것이다.

1904년 설립된 서울 최대 최고의 재래시장인 광장시장은 먹투어 필수코스다. 먹기 위한 여행으로 광장시장을 찾는 이들은 유명 유튜버가 들렸던 붕어빵 가게 앞에서 최소 1시간을 기다린다. 팥소를 대신한 치즈와 소스는 우리가 아는 붕어빵 맛을 뒤집었다. 기존과 다른 붕어빵의 비주얼은 경험 지향 소비를 즐기는 MZ세대에게 기다릴 가치가 있는 메뉴로 여겨졌고 그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SNS에 새로운 붕어빵을 인증한다. 게다가 광장시장에는 꼬마김밥, 육회, 빈대떡 등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은 메뉴들 역시 가득해 시장이라는 공간이 주는 색다름을 즐기기에도 충분하다.

여의도의 더현대 서울을 비롯해 전국의 유명 쇼핑몰들을 위주로 입점해 있는 ‘호우섬’도 MZ세대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클래식이 돼버린 만두 빚는 모습을 노출한 열린 주방은 인스타 쇼츠각이 나오는 구도로 설계됐고 탕수육을 튀겨내고 짜장소스를 볶아내는 셰프들의 분주한 모습 속에서 척척 메뉴가 차려지는 모습은 웨이팅의 지루함을 덜어주었다. 고객들은 짧은 영상을 찍어 라이브와 쇼츠를 올리며 스스로 입소문을 내고 있다. 게다가 만두피에 오징어먹물을 담아 하얀 만두를 블랙 하가우로 리뉴얼한 메뉴는 낯선 생김새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 여기에 앞선 경험을 선점해 자랑할 맛까지 살려냈다.

전문가칼럼 전문가칼럼

공간·이미지도 힙해지는 특별한 변신

식품기업들도 맛을 넘어 다양한 방식으로 공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체험형 특화공간을 선보이고 있다. 임시매장(팝업스토어)을 열고 브랜드를 경험하게 하는 것. 농심은 지난 1월 9일 서울 성수동에 ‘신라면 카페테리아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농심이 신라면을 주제로 선정해 임시매장을 열고 대형 오프라인 행사에 나선 건 37년 전 신라면 출시 이후 처음이다. 신라면이 거리에 나선 이유는 바로 MZ세대에 맞는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서다. 한 번에 20명 입장이 제한되는 이곳에선 신라면 봉지 모양의 키보드 커버와 스마트폰 그립톡 등의 굿즈도 판매 중이다.

전통 있는 위스키 중 하나인 ‘시바스 리갈’은 가수 블랙핑크 리사의 술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8,600만 명을 보유한 리사는 지난해 좋아요를 가장 많이 받은 여성 아티스트다. 시바스 리갈을 생산·유통하는 페르노리카는 리사를 모델로 내걸고 패키지를 출시했다. 압구정에 전체 3층 규모의 팝업을 열고 한 층을 리사 패키지 홍보 공간으로 꾸몄다. 힙한 포토존은 물론 스트릿 브랜드와의 협업, MZ세대의 취향을 그대로 저격하는 리미티드 에디션 출시까지. 볼거리와 즐길 거리 어느 하나 놓치지 않은, 그야말로 MZ세대의 PLAY GROUND를 조성해 이목을 끌고 있다.

전문가칼럼 전문가칼럼

이렇듯 여러 이유로 MZ세대의 소비는 핫해졌다. 종합해보면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MZ세대를 사로잡는 건 결국 재미다. 추억도 경험도 이미지 변신도 모두 재밌을 때 가치가 더해지는 법. 이런 재밌는 음식과 공간이 좋아요와 구독자를 부르는 시대가 됐다. 다행인 건 재미는 한계가 없다는 것이다. 요구하는 이들도 그렇지만 이를 생산해내는 공급자 측면에서도 그렇다. 즉 얼마든지 발전시킬 요소가 다분하다는 의미. 그러니 식품·외식업계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것만은 아니다. 모든 기업에는 MZ세대 직원들이 있으니 내부적으로 자문하면서 즐거운 요소들을 생각해본다면 결과적으로 소비 취향을 저격할 아이템들이 무궁무진하게 떠오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 이 기사는 기고자의 견해로 삼천리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 3

  • 박민영님

    '안녕쿠마'는 처음 들어봤는데 궁금해서 바로 찾아보러 갑니다.

  • 임언희님

    재미와 경험 즐기는 MZ세대를 잡아라 기사 정말 흥미롭게 봤습니다.
    MZ세대 맞는 마케팅의 중요성을 인식할수 있네요.

  • 김태현님

    시간을 만족하게 사용하는 용기, 나도 배워야지

TOP
Together Vol
개인정보처리방침  I  07328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6길 42 (주)삼천리
ⓒ Samchully Corp, All rights resrved....
지난호 보기
개인정보처리방침
Prev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