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차이나 시대를 마주한 미래 자동차 전쟁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이에 자동차 제조사들은 친환경자동차 개발과 투자에 중점을 두고 있다. 자율주행과 커넥티드 기술이 전기차와 만나면서 IT 기술로 무장한 신생 자동차업체가 기존 자동차업체를 위협하고 있지만 기존 자동차업체들도 만만치 않은 기술로 시장을 추격 중이다. 그렇기에 미래 자동차에 대한 연구개발과 투자는 생존과 직결된다. 조금의 여유도 없는 상황. 미래차 시장의 승기를 잡기 위해 지금 모든 자동차업체들이 치열한 전쟁에 뛰어들었다.
전기차 시대, 가장 큰 소비자에서 판매자로 변신한 중국
미래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를 알고 싶다면 우선 지난 100년간 이어진 내연기관의 시대가 저물고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현실부터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깨닫고 변화가 절실한 시대를 살고 있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빠르게 바뀌면서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연간 전기차 판매 대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중국 시장의 변화가 눈에 띈다.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173만 대였다. 이는 글로벌 전기차 판매 증가분의 66%에 달하고 글로벌 전체 판매비중의 22%를 차지한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하게 가파른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비해 유럽 시장과 미국 시장의 성장세는 각각 17%, 9.4% 정도다. 이런 성장세를 기반으로 중국 자동차업체들이 해외 시장 진출을 확대 중이라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은 중국 자동차업체의 세계 시장 진출을 내심 두려워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업체들은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가성비를 주 무기로 상용차를 포함해 올해 세계 시장 수출물량을 350만 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며 2025년까지 530만 대를 수출하겠다는 포부다.
특히 중국 자동차업체 중 BYD의 성장세는 무서울 정도다. 변방의 자동차 제조업체가 2020년에 41만 대를 판매하더니 2021년도에 80만 대 판매를 달성했고 지난해에는 약 187만 대를 중국과 세계 시장에 내다 팔았다. 올해 내수 및 수출 판매목표는 4백만 대라고 한다. BYD의 강점은 역시 가격. 중국 내에서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 내연기관차와 가격이 비슷할 정도라 가격경쟁력이 높다. 중국은 가장 큰 소비자에서 이젠 전 세계에서 전기차를 가장 많이 파는 판매자가 됐다.
전기차 선두기업 테슬라의 상승세는 꺾이는 중
그렇다면 그동안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강자로 군림해온 테슬라는 어떤 상황을 마주하고 있을까? 2019년 미국 시장에서 테슬라의 전기차 판매점유율은 76%였다. 당시 전기차 시장 규모는 23만 대 정도. 그러나 72만 대를 넘어선 지난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 점유율은 65%로 줄었다. 미국 시장 안에서는 아직 굳건한 편이긴 하나 세계무대에서 예전과 같은 지위를 누리기에는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연기관차를 50년 혹은 100년 이상 제조해온 기존 자동차업체들이 새로운 전기차를 출시하며 테슬라와의 경쟁을 심화하고 있고 앞서 말했듯 중국 자동차업체들의 도전도 거세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존 자동차업체가 시장에 출시된 전기차모델 71종 중 42종을 선보였다는 사실은 테슬라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게다가 테슬라는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10만 대 이상의 전기차를 판매한 BYD의 기세에 눌려 상해공장의 생산량을 줄이는 등 고초에 시달리기도 했다.
전동화를 꿈꾸는 기존 자동차업체들의 추격전
이쯤에서 기존 자동차업체들이 세우고 있는 미래 자동차에 대한 전략을 짚어보고 가자. 토요타는 지난해 유일하게 천만 대 이상의 자동차를 판매하며 시장 1위를 지켰다. 그러나 그들도 전기차로의 탈바꿈 측면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었다. 토요타 최초의 전기차가 지난해 출시와 동시에 바퀴가 빠지는 결함으로 리콜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전기차에 관한 기술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자 토요타는 전략팀을 구성해 새로운 전기차 전용 플랫폼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그리고 2030년까지 전기차 350만 대 판매 계획을 변경하지 않고 하이브리드카와 수소차의 생산체제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쉐, 벤틀리 등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폭스바겐그룹은 미래 전략으로 전동화(내연기관차를 전기화하는 것)를 야심 차고 빠르게 진행해왔다. 2020년엔 소프트웨어 자회사를 설립하며 그룹 내 전 모델을 통합해 내재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그룹 내 브랜드들의 서로 다른 요구와 이해 충돌로 계획을 전면 수정하기도 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2028년 즈음엔 시장에서 폭스바겐그룹의 전기차 플래그십 모델을 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BMW 올리버 집세 회장은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 2023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BMW의 미래 비전을 전기, 재활용을 의미하는 순환, 디지털이라 밝혔다. 이 자리에서 BMW는 차세대 디지털 혁신 기술을 반영한 i 비전 Dee(Digital Emotional Experience)를 선보였으며 콘셉트카를 통해 자동차 외장컬러를 바꾸고 차창에 운전자 아바타를 표시하는 E-ink 기술 등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기술들은 2025년부터 BMW의 새로운 플랫폼이 될 노이에 클라세를 통해 출시하는 모델에 적용할 예정이다.
자율주행 기술, 아직은 6단계 중 3단계 정도 완성
여기서 미래차 기술의 또 다른 큰 축인 자율주행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자율주행은 비자동인 0단계부터 완전 자율주행인 5단계까지 총 6단계로 구성되며 현재 수준은 3~4단계로 이야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미국 자동차 시장의 대표주자인 포드는 지난해 폭스바겐과 제휴해 진행해온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를 중단했다. GM 크루즈도 2018년부터 50억 달러의 자금을 소진하고 있지만 큰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현대차그룹이 16억 달러를 투자한 모셔널도 현재 40억 달러의 자금을 소모하고 있다. 애플이 자율주행차를 연기하고 2026년에 운전석이 있는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한 것만 봐도 완전자율주행으로의 급진적 발전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상황 속에서 대부분의 자동차업체들도 결단을 내렸다. 완전자율주행 기술의 구현이 쉽지 않다고 판단해 레벨 4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보다는 낮은, 레벨 2~3의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는 방향으로 선회 중인 것이다. 대표적으로 볼보와 메르세데스-벤츠는 자율주행 레벨 3 모델을 사용한 양산차를 출시할 예정이며 현대차 역시 올 상반기에 제네시스 G90을 통해 레벨 3 자율주행 기술을 상용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미래차 시장을 이야기할 때 고려해야 할 것들을 살펴보았다. 지난해 전기차가 글로벌 자동차 판매비중의 10%를 차지하는 등 전기차의 성장세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게다가 올해부터 전기차의 판매비중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하니 미래차 시장의 승기를 잡기 위한 전쟁이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압도적이었던 테슬라의 등장, 그걸 또 뒤집는 슈퍼차이나, 그 와중에 무시할 수 없는 기존 자동차업체의 기술경쟁력, 아직 도달하지 못한 자율주행 기술까지. 확실시되는 부분 없이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가히 어수선하면서도 첨예하다. 미래 자동차 시장의 리더가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전략을 빠르게 수립하고 기민하게 변화시키는 수밖에 없다. 물론 승자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 이 기사는 기고자의 견해로 삼천리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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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은 아직 에러가 있지만, 그 에러가 크게 와요
미래 자동차 시장이 어떻게 될지 매우 궁금해 집니다. 누가 승자가 될까요
슈퍼차이나 시대를 마주한 미래 자동차 전쟁 기사 정말 잼있게 읽었습니다.
전세계의 전기차 시장 흐름을 잘 파악하고 우리도 준비를 잘해야 될것 같습니다.
테슬라의 독주가 점점 멈추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BMW 의 전기차 매우 기대중입니다. i4, i7, ix 너무 좋은차이고 앞으로 더 발전되어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도 좋은차가 많이 나오길 바랍니다.
전기차에 평소 큰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슈퍼차이나 시대를 마주한 미래 자동차 전쟁 기사 정말 크게 와닿았던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기사 부탁드리며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자동차 시장의 미래를 관심을 갖고 지켜볼 수 있게되었네용. 감사합니다.
과연.. 미래차 시장의 주역은 누가 될까요? 테슬라가 초반 전기차 시장을 쓸었지만 역시 중국 무시 못하네요. 정말 흥미진진합니다.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의 성장세는 무섭지만, 신뢰성 역시 자동차를 구매할 때 꼭 고려해야할 사항이니 한국에서도 그 공세가 잘 먹힐지는 의문입니다.
앞으로 전기차와 자율주행의 발전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흥미롭게 지켜보고 싶네요.
전기차에 관심은 있지만 아직 조금 조심스러운 것 같아요. 향후 좀 더 대중화가 되면 구매를 고려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