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Together Vol. 143  2024.2월호

겨울숲은 우리에게 또 다른 것을 선물한다

흔히 제철음식이 있듯 여행에도 제철이 있다고 말한다. 봄엔 숲과 꽃, 여름엔 해변, 가을엔 단풍… 이런 식이다. 그러나 제철이 아닌 때 찾은 곳에는 제철에 느낄 수 없는 특별한 그 무엇이 있다. 그 특별함을 만나고자 겨울에 숲을 찾았다.

글/사진. 임운석 여행작가

대구 사유원, 겨울 풍광에 미학의 옷을 입히다

겨울 사유원의 풍경은 헐벗은 나무와 잔설이 녹아 얼룩진 석상, 자연과 조화된 건축물이 마치 하나인 듯 서로 조화롭다. 지금껏 수목원의 주인은 각종 식물이고 객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사유원은 주인과 객이 만나 하나됨을 지향한다. 자연의 영원성과 인간의 미적 사유가 버무려져 치유라는 영역까지 성큼 나아간다. 대구 군위군 부계면 창평리에 자리한 사유원은 2021년 9월에 문을 열었다. 총면적 33만여㎡(10만 평)로 민간수목원으로서는 꽤 큰 규모다. 17년째 조성 중이라는 설명이 쉽게 이해될 정도. 사유원이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된 이유는 명료하다. 수목원에 깃든 설립자의 철학과 세계적 건축가 알바로 시자를 비롯해 한국 대표 건축가 승효상 등 국내외 대가들의 협업 때문이다. 그 결과 개장 2년 만에 방문객 7만 명이라는 결실을 거뒀다. 놀랍게도 당시는 엄혹한 코로나 팬데믹 중이었다.

사유원을 찾은 날은 바람이 매서웠다. 어쩌면 마음속 깊은 곳에 봄을 향한 그리움이 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누군가 말했다. 우매한 자는 고민하고 현자는 사색한다고. 그러나 사유원에 이미 발을 들였다면 그 말이 옳든 그르든 상관없다. 구절양장 같은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사색의 맛에 흠뻑 빠질 테니 말이다. 사유원의 산책코스를 모두 돌아보려면 4시간이 필요하다. 걷다 보면 그 이상이 될 가능성은 훨씬 크다. 앙상한 가지와 횡횡한 바람이 가득하지만 오히려 쓸쓸한 겨울이어서 그것이 마음에 작은 위로가 된다. 피곤했던 눈과 귀는 차가운 바람과 낙엽 부서지는 소리에 여유를 얻고 온갖 상념에 찌든 머릿속은 자박자박 걷는 발소리에 안식을 얻는다. 수많은 사람이 사유원을 찾은 이유가 다 같을 수는 없을 터. 하지만 분명 이런 이유도 한 부분을 차지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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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원 산책은 연못의 물길을 따라 오르면 된다. 건축가 알바로 시자의 작품 소요헌과 사유원 중심부에 자리한 모과나무 군락지 풍설기천년, 겨울이 고스란히 담긴 연못 사담, 한국 정원 유원, 별을 향한 간절함이 묻어 있는 첨단,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명정과 탁 트인 쉼터 가가빈빈으로 향하는 길. 걷는 발걸음마다 세월의 흔적이 여실히 드러나는 소사나무, 배롱나무, 모과나무가 마중하고 꾸밈없는 노출 콘크리트와 붉은색 코르텐강(산화강판)이 헛헛한 겨울 풍경에 사유원만의 정체성을 완성시키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자연이 내어준 사색과 명상의 공간이다. 한겨울에도 사람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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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 : 사유원 054-383-1278

수원 영흥수목원, 더 나은 도시와 더 나은 일상을 만들다

가정은 가족이 생활하는 집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정엔 집(家, 가)이라는 울타리에 정원(庭, 정)이 공존하고 있다. 그런데 급속한 산업화에 따라 뜰이 사라진 채 아파트로 대표되는 주거 형태가 자리 잡았고 일반적으로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어가는 시점에선 가드닝 산업이 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말인 즉 집은 집대로 살고 있으면서 풍요로워진 삶에선 가드닝을 또 따로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정원 가꾸기로 해석되는 가드닝(gardening)이 본격적인 문화 소비생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작게는 베란다에 나만의 정원을 가꾸는 것에서 시작해 집 앞뒤 뜰을 가꾸는 일까지 가드닝의 세계가 활짝 열렸다. 정원을 통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수원시 영통구에 자리한 영흥수목원은 일상 속 도심 수목원을 표방한다. 지금 당장 정원을 가질 수 없는 도시인들에게 공유정원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로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영흥수목원이 울창한 아파트 틈바구니에 자리한 까닭도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앞마당을 자처했기 때문이다. 2023년 5월에 문을 연 이곳은 영흥숲공원이 둘러싸고 있다. 산지 지형을 따라 1천여 종의 식물이 다양한 주제에 따라 자리한다. 방문자센터 책마루를 시작으로 계절 초화원, 암석원, 그라스원, 정조효원, 겨울정원, 전시온실로 나뉜다. 규모는 14만여㎡로 아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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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처음 방문하면 수목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방문자센터와 카페, 책마루를 마주하게 된다. 현재는 <수원의 식물전>이 전시 중이다. 영흥수목원의 정조효원은 수원을 사랑했던 정조대왕의 정신과 일대기를 담은 정원인데 덕화당과 동락정에 살포시 내려앉은 설경이 정겹다. 전시온실은 수목원 개장과 함께 SNS 핫플에 등극했다. 쌀쌀한 날씨에도 푸르름을 뽐내는 다양한 아열대식물과 특이한 수련과 연꽃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잎과 꽃이 모두 떨어진 겨울엔 암석원도 볼만 하다. 관람코스는 주제원(1.5km, 약 30분), 전시숲(2.5km, 약 1시간), 생태숲(2.5km, 약 1시간) 코스로 나뉜다. 앞서도 언급했듯 이곳은 크지 않은 규모지만 정원 전문가 양성은 물론 식물과 가드닝 체험까지 모두 가능하다. 또 오는 4월 5일 식목일을 맞아 수원시립교향악단 금관 5중주의 특별공연도 예정돼 있다. 한마디로 생활 속 정원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는 셈. 그러니 팍팍한 도심생활에 활기가 필요하다면 겨울에도 푸르른 이곳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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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 : 영흥수목원 031-369-2390

댓글 4

  • 최인혁님

    유익한 정보 감사합니다~

  • 김태현님

    쓸쓸하면서 시원한 느낌을 받네요

  • 김소영님

    겨울 풍광에 빠져들수 있는 너무도 유익한 정보인것 같습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우리가족에게 또 다른 행복함을 선물해주신것 같습니다.

  • 김윤희님

    도심에서 숲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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