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 떠나기 좋은 개항누리길

주말에 인천에서 가장 핫한 곳을 꼽으라면 차이나타운일 것이다. 이국적인 건축물들이 많아 볼거리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행은 맛으로 승부한다’는 강한 신념을 가진 맛객들에게도 역시 차이나타운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노른자위다. 게다가 인문학과 걷기 여행에 대한 관심이 용광로의 쇳물처럼 식을 줄 모르고 있으니 다방면으로 매력만점인 여행지가 아닐 수 없다.

인천은 근대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부산항 및 원산항과 함께 1883년 인천항이 개항하면서 수많은 근대 문물이 밀물처럼 유입된 곳이기 때문이다. 개항 당시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현재 인천 중구청으로 사용 중인 인천부 청사 거리를 거닐어보자. 일본식 가옥으로 단장한 건물들이 거리를 따라 줄지어져 있으니. 이처럼 일본식 가옥이 많은 이유는 이곳이 일본인 조계지(외국인이 자유로이 통상 거주하며 치외법권을 누렸던 곳)였던 까닭이다.

개항누리길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것들도 가득하다. 옛 일본 제1은행 건물인 인천개항박물관에서는 최초의 철도, 최초의 전환국, 최초의 근대식 우체국 등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다양한 전시물들을 볼 수 있다. 또 현재 인천근대건축전시관으로 문을 연 곳은 과거 1936년에 조선식산은행 건물이었다. 이곳에선 이국적인 건축물들을 디오라마로 재현해놓은 걸 볼 수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드라마 < 미스터 선샤인 >의 배경을 보는 듯하다.

일본 조계지를 지나면 인천항 개항 이듬해인 1884년 청의 치외법권 지역으로 생겨난 차이나타운이 자리해 있다. 과거에는 중국산 제품들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대부분이었으나 요즘은 중국 음식점들이 한 집 건너 한 집 꼴로 들어서 있다. 차이나타운에서 자유공원으로 비탈진 길을 오르다 보면 삼국지벽화거리를 지나게 된다. 삼국지의 여러 장면 가운데 핵심적인 장면을 뽑아 벽화로 재현해놓았다. 그림이 사실적이고 그림을 설명하는 짧은 문장도 있어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비탈길은 자유공원으로 이어진다. 인천항 개항 5년 만에 만들어진 자유공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공원으로 알려져 있다. 높은 지대에 자리한 덕분에 주변 경관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데 한미수교 백주년기념탑과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킨 맥아더 장군 동상 등 볼거리와 쉼터가 잘 조성돼 있다. 해질녘에는 인천국제공항을 오가는 비행기들이 붉게 물든 하늘을 가르며 그림처럼 날아간다.

개항누리길은 3개 코스로 나뉜다. 이 가운데 추운 겨울에는 인천역을 시작으로 차이나타운거리-삼국지벽화거리-자유공원-제물포구락부-인천근대건축전시관-한중문화관으로 이어지는 1시간 코스가 가장 적당하다. 또 한중문화관 옆에는 복합문화예술공간인 아트플랫폼도 있다. 1930~1940년대 건축물을 리모델링해 창작스튜디오, 공방, 갤러리, 공연장 등으로 사용 중이다.

기억을 되짚는 배다리 헌책방 골목

오래된 것에서는 냄새가 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손때 묻은 헌책 냄새는 고약하기보다 아련한 마음이 앞선다. 책에 담긴 추억 때문이다. 인천 동구 금곡동과 창영동이 만나는 골목에 가면 유난히 헌책 냄새가 아득하다. 이 골목은 경인선 철로가 놓이기 전 인천에서 서울로 통학하던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던 길이다. 학생들이 많았던 만큼 자연스럽게 헌책방이 하나둘 자리 잡았다. 이후에도 한때는 10여 곳 이상 헌책방 가게들이 성업했으나 최근에는 5개 서점만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헌책방에서 파는 책들은 국문학 고서와 미술·음악·한방·어린이 전집류는 물론이고 요즘은 찾는 사람이 극히 드문 사전류까지 전 분야의 다양한 책들이다.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책만 파는 것이 아니라는 점. 헌책 서가 한편에 카페를 꾸며놓고 아날로그 감성에 빠져보려는 여행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허름한 골목 담벼락에는 벽화를 그려 놓아 배다리 사람들의 옛 모습과 생활도 엿볼 수 있다. 특히 한미서점은 인기 드라마 < 도깨비 >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예전에 비해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