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Together Vol. 119  2022.02월호

Life Story

올해는 별볼일이 많으면 좋겠어요

겨울은 모든 것이 잠드는 계절이다. 하늘도 그렇다. 사계절 중 유난히 어둠이 긴 까닭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새까만 밤하늘의 어둠에 익숙해질 무렵 여린 빛을 발하는 별들을
보게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에 지금이라서 더 낭만적으로 즐길 수 있는 별볼일 여행을 소개해본다.

글 / 사진. 임운석 여행작가

겨울이어서 더 아름다운 영월

강원도 영월을 휘감아 도는 서강의 물길이 청령포에서 얼어붙었다. 서강이 동·남·북 3면을 에워싸고 서쪽은 깎아지른 절벽이 기다린다. 배가 아니고서야 청령포에 발을 디디기란 쉽지 않다. 철옹성처럼 쉽게 접근할 수 없으니 창살 없는 감옥이 분명하다. 청령포는 수양대군이 조카 단종의 왕위를 찬탈한 뒤 유배시킨 곳이다. 그래서 청령포에는 단종이 생활했던 어소가 재현돼 있다.

어소 입구에 허리를 90°로 꺾은 채 절하는 듯한 모습의 소나무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청령포는 송림이 울창하다. 2004년에는 산림청이 ‘아름다운 천년의 숲’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솔숲에서 가장 키가 큰 소나무는 수령 6백여 년이 넘은 관음송(천년기념물 제349호)인데 이 이름은 단종의 유배생활을 보고(觀, 볼 관), 오열하는 소리(音, 소리 음)를 들었다는 뜻에서 지어졌다. 16세의 단종이 눈물 흘리며 자주 찾은 곳은 또 있다. 청령포에서 가장 높은 육육봉이 그곳으로 지금은 노산대라 부르며 망향탑이 세워져 있다. 단종은 이곳에서 권력과 인생무상을 느꼈으리라.
방방곡곡 방방곡곡

첩첩산중에 둘러싸인 영월은 지역 별미가 많다. 수수부꾸미는 수수 가루를 뜨거운 물로 반죽해 동글납작하게 빚은 뒤 여러 가지 소를 넣어 기름에 지진 떡이다. 찰수수를 사용해 차진 식감이 좋으며 달콤한 팥소가 더해져 맛있다. 메밀전병도 겨울이 제맛이다. 얇은 메밀반죽에 당면과 김치를 볶은 소를 넣고 돌돌 말아 부치는데 김치의 시큼하고 매콤한 맛과 메밀의 고소한 맛이 어우러져 겨울철 주전부리로 으뜸이다. 곤드레나물밥도 맛봐야 할 산간음식이다. 원래 이름은 고려엉겅퀴인데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술 취한 모습 같다고 해서 곤드레라 부른다. 간장에 쓱쓱 비벼 먹으면 특유의 고소한 맛이 입 안 가득 번진다.
방방곡곡 방방곡곡

맑고 시야가 깨끗한 겨울철은 어느 때보다 별 구경하기 좋은 계절이다. 영월읍 봉래산 정상에 있는 별마로천문대는 지자체 1호 천문대다. 대부분의 천문대가 그렇듯 영월 별마로천문대도 산길을 올라야 한다. 광공해(光公害)가 없어야 별을 더 또렷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오지 같은 곳에 자리한다. 별마로천문대는 예약제로 운영되는데 1시간 동안 진행되는 별자리 설명과 천체 관측 프로그램 이용료가 어른 7,000원이다. 관측에 앞서 천체투영실에서 계절에 따라 변하는 하늘의 모습을 먼저 편안하게 즐기자. 그리고 20여 분의 설명이 끝나면 야외 천체관측실로 이동. 보조관측실에 들어서면 여러 대의 망원경이 하늘을 향한 대포처럼 곧추서서 관찰자를 기다린다. 망원경마다 관측 가능한 별에 초점을 맞춰놓은 상태라 조심스럽게 눈만 갖다 대면 별을 볼 수 있다. 그렇게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가슴 한편에는 별처럼 아름다운 추억이 코~옥 박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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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리 방방곡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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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절 바람 쐬기 좋은 군포

군포는 예부터 군(軍)과 연관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임진왜란 때 관군에게 음식을 제공했다는 설이 있다. 식량을 제공하고 배불리 먹이려면 농사에 적합한 곳이어야 하기에 군포에는 저수지가 많다. 군포에는 반월저수지 외에도 갈치저수지도 있다.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조성한 것으로 군포의 진산 수리산 골짜기에 있다.

여느 도심 저수지답게 이곳 또한 수변을 따라 1km 남짓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는데 짧은 구간이지만 가볍게 산책을 즐기려는 사람들을 여럿 만날 수 있다. 저수지를 산책하는 사람들은 주변 맛집에서 식사를 즐긴 후 산책을 겸하곤 한다. 1km 구간이 부담스럽지도 아쉽지도 않은 이유다. 동장군이 내려앉은 저수지에는 얇은 얼음이 드리워져 더욱 춥게 느껴진다. 게다가 갈대마저 앙상한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낸 채 듬성듬성 꽂아놓은 듯해 한없이 을씨년스럽다. 하지만 새로운 봄을 준비하는 겨울은 겉으로는 초라해도 땅 아래 수많은 생명을 품고 있다. 화려한 껍데기를 벗고 내면의 본질과 마주하는 겨울은 그래서 의미 있는 계절이다.
방방곡곡 방방곡곡

저수지 주변에는 불향 가득 머금은 고추장 숯불구이 맛집 수리산두꺼비(031-502-0636)와 밥도둑 간장게장과 구수한 콩국으로 유명한 식도락(031-437-3335) 등 맛집이 줄지어 포진해 있다. 그중 터줏대감이라 정평이 난 곳은 이백(031-437-9951)이다. 한자리에서 20년째 피자만 고집스럽게 구워내고 있다. 놀랍게도 카페 주인은 도자기를 굽는 도예가다. 인테리어 소품을 비롯해 식기와 테이블세트 등 실내 모든 것을 자신의 예술작품으로 채웠다. 카페가 갤러리를 겸하는 셈이다. 이 카페가 자랑하는 화덕피자는 하루 전날 만들어 숙성시킨 도우를 이용해 즉석에서 구워낸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피자와는 깊이가 다르다. 또 최근 SNS에 분위기 맛집으로 등극한 카페 속달로도 인근에 있다. 농가를 카페로 리모델링한 곳인데 군더더기 없는 모던한 감각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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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포 누리천문대는 군포시 대야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시민천문대다. 대야도서관 4층과 옥상정원에 있다. 먼저 4층 천문우주체험관과 4D 입체 영상관에서 우주여행을 체험하고 이어서 옥상정원으로 향해보자. 옥상에 설치된 5m 원형돔에 발을 들이면 천체 자동탐색 시스템을 갖춘 중형 굴절망원경을 마주할 수 있다. 낮에는 태양을 밤에는 별자리와 달은 물론이고 행성과 성운까지 다양한 천체를 직접 관측할 수 있다. 규모는 작지만 천체투영기도 갖추고 있어 사계절 밤하늘의 별자리를 실제와 똑같이 실내 원형돔 천장 스크린에 투영해 볼 수 있다. 그래서 낮은 물론 흐린 날에도 언제든지 별자리를 관측하는 체험이 가능하니 겨울의 낭만을 찾고자 한다면 지금이라도 서둘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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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리 방방곡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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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 최인혁님

    이번 글을 보니 볼거리 즐길거리 가득한 영월, 군포에 놀러가고 싶어지네요 ^^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연정아님

    요즘은 정말로 별 볼수 있는 기회가 너무 적은거 같아요~
    별도 볼수 있고, 지역 관광도 할수 있는 기회가 될거 같아요~

  • 신부경님

    영월에 이렇게 볼거리, 먹거리가 다양한줄 몰랐어요
    급 떠나고 싶은 여행지네요 이번주말에는 가족들과 방문해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힐링하고싶네요
    좋은 정보 항상 감사합니다

  • 이혜원님

    집에서 멀지않은 군포에 저런 좋은곳이 있었네요
    기회되면 한번 방문해봐야겠어요^^

  • 김태현님

    강원도의 자연은 아름답지만 혹독하죠.  이런 환경 속에서 많은 별을 볼 수 있어요

  • 전외주님

    근처 도서관에서 천체관측 이런 행사하는데 가보질 못했습니다. 얼른 신청해 구경가야겠어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조민희님

    별도 보고 싶고 메밀전병 먹고 싶습니다. 꿀꺽♡

  • 정환종님

    겨울산의 경치를  정말 잘 잡았내요 멋진 풍경 입니다
    제가 현장에 갔다온 느낌입니다
    멋진 장소 소개 감사해요

  • 배지현님

    영월과 군포의 먹거리, 볼거리들을 잘 설명해주셔서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앞으로도 유익한 여행 정보 많이 얻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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