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Together Vol. 121  2022.04월호

Special Story

가스차, 저공해차서 제외?
기술과 산업 여파 고려해 속도 조절 필요

가스차가 곧 저공해차 분류에서 퇴출될 모양이다. 하지만 수송 부문의 탄소중립 실현과 가스차 연착륙을 위해
관련 규정 삭제는 좀 더 유예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술수준·해외정책·산업 파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변화의 초입에 선 이때 반드시 살펴봐야 할 그 근거들을 소개한다.

글. 이투뉴스 채제용 기자


제3종 저공해자동차 규정 삭제, 2030년까지 유예 주장

휘발유·경유차에서 수소·전기차로 가는 가교 역할이 기대됐던 CNG·LPG차가 저공해차 분류에서 퇴출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무공해차 종류가 많이 늘어난데다 기술수준이 향상돼 더 이상 가스차량을 지원할 실익이 없다는 정부의 판단에서다. 2030 NDC 상향, 2050 탄소중립 선언 등 수송부문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자동차 보급정책을 무공해차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도다.

이에 따라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저공해자동차에서 무공해자동차 중심으로 분류체계가 개편되며 CNG·LPG자동차가 포함된 3종 저공해차 규정이 삭제된다. 또 2023년부터 부과예정인 저공해차 보급목표제 미달 자동차 판매자에 대한 기여금 상한기준 매출액 범위가 15인승 이하 자동차 판매 매출액으로 명시된다. 현행 대기환경보전법 제2조에는 1종 저공해차는 전기·수소차(무공해), 2종 저공해차는 HEV·PHEV, 3종은 CNG·LPG차로 분류돼 있는데 일정 기간 개편을 거쳐 2~3종으로 분류돼 있는 하이브리드·LPG·CNG차를 저공해차에서 제외하고 1종으로 분류된 전기·수소차만 저공해차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의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돼 4월 19일까지 의견수렴 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가스’의 역할이 분명한 만큼 적어도 2030년까지는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을 싣고 있다. 2030 NDC 목표 상향조정으로 인한 저공해자동차 보급목표 설정과 목표 미달성 시 기여금에 대한 조문 신설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상용차 시장의 기술수준, 해외 유사 적용사례, 바이오가스 활용 및 효과를 고려해 상용차의 제3종 저공해자동차 기준 삭제를 2030년까지 유예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칼럼 전문가칼럼

수소 상용차 보급, 정부계획은 10% 미만… 나머지는?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은 승용 및 소형 승합차와 중대형 상용차의 보급여건 차이다. 현재는 NDC 보급목표 실현을 위해 자동차제작사의 기술 및 시장 보급여건 등을 고려해 ‘승용차 및 15인승 이하 승합’에 한해 기준을 설정하고 중대형 버스·화물차 등 중대형 상용차는 제외시켰다. ‘중·대형 상용차 평균 에너지 소비효율 기준 및 온실가스 기준의 적용·관리 등에 관한 지침’ 제정, 제작사의 자발적 연비 개선 및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천연가스의 온실가스 감축효과는 다시 한번 확인된다. 해당 지침에 따르면 경유:천연가스:전기·수소=1:2:3으로 나타난다. 천연가스자동차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인정된 셈이다.

대기환경보전법에서 제3종 저공해자동차 조항을 삭제할 경우 제작사의 저공해상용차 기술개발 등의 투자 감소와 중·대형 상용차의 무공해차 전환에 소요되는 기간을 고려할 때 오히려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차량 증가가 예상되는 것도 우려를 더한다. 정부의 수소상용차 보급계획은 2030년까지 3만 대, 2050년까지 11만 대이며, 전기차의 경우 2025년까지 버스 19만 3천 대, 화물차 1만 1천 대다. 이는 전체 상용차 등록대수의 1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수소차·전기차 등 무공해자동차의 안정적인 보급 이전에 상용차 부문의 천연가스자동차 보급을 통한 저공해화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반증이다.
전문가칼럼 전문가칼럼

해외 유사 정책사례도 다르지 않다. 상용차의 기술성 및 운행 특성을 고려한 승용차와의 차별화된 기준 적용이 필요함에 따라 국내 저공해자동차 기준에 대해 상용차 기준에 대한 별도의 유예기간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주요 선진국의 무공해자동차 의무판매제 보급목표는 소형 승합 및 트럭으로 한정하고 있으며 중대형 상용차 적용에 대해서는 추가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명시해놓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운행되는 대형 화물운송용 트럭의 천연가스 사용량이 급증하는 것에서 이 같은 정책방향의 필요성은 그대로 드러난다.
전문가칼럼 전문가칼럼

유럽 NGVA에 따르면 온실가스 저감효과로 대형 화물차의 천연가스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최근 2년간 천연가스충전소가 140% 이상 늘어나 올해 2월 기준 5백 개소가 운영 중이라고 한다. 또 미국 Alternative Fuels Data Center에 따르면 현재 17만 5천 대의 천연가스 중대형 화물차와 1,610개소의 충전소가 운영 중이다.
전문가칼럼 전문가칼럼

美 CARB “천연가스 Carbon Index가 전기보다 효과적”

이와 함께 바이오가스 등 신재생에너지 활용을 고려한 중장기 전략도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바이오가스 등 신재생에너지의 사용 확대는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주요 방안으로 정부는 신재생연료 의무혼합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디젤을 시작으로 천연가스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에 바이오디젤 및 바이오가스 연료제조기준이 포함돼 있다. 유럽 및 미국은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정책으로 천연가스자동차에 바이오가스를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캘리포니아는 운송 부문에서 소비되는 천연가스의 약 89%를 바이오CNG로 활용 중이며 디젤 중장비 차량의 천연가스로의 교체를 지원하고 있다.

이미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효과도 검증됐다. 미국 캘리포니아 항공자원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2021년 3분기 기준 캘리포니아의 저탄소연료 표준 프로그램에 보고된 천연가스의 Carbon Index는 마이너스 28.17gCO2e/MJ로 전기보다 온실가스 저감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Carbon Index는 공급원료 유형, 원자재, 가공, 운송 및 최종 사용 등 생산에서 소비까지 연료의 전체 수명 주기에서 총 탄소배출량을 평가해 결정된다.
전문가칼럼 전문가칼럼

현재 기술수준으로 신재생에너지원을 활용해 수전해방식으로 생산되는 그린수소도 생산량이 극히 제한적인데다 전기분해에 사용되는 물정제 기술의 한계로 인해 당장 상용화가 어려운 실정이다. 그린수소를 대체할 블루수소도 현재로서는 한계가 분명하다. 블루수소는 천연가스를 개질해 수소를 생산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는 CCUS 기술을 활용해 포집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그린수소와 마찬가지로 탄소포집 기술 CCUS도 연구단계에 그치고 있다.

반면 CNG 등 천연가스에 대한 친환경성은 이미 충분히 검증됐고 수소 등과 달리 기술력과 인프라도 충분히 확보돼 있다는 점에서 탄소중립 실현과정의 역할은 충분하다. 결과적으로 무공해차 보급이라는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CNG·LPG 등 가스 산업의 인프라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이다. 여기에는 가스 산업 기반을 통한 LNG벙커링 등 미래 신산업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는 기대도 더해진다. 유럽이 탄소중립이 가능한 연료로 바이오가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동안 일방적으로 목표를 세워 강행하는 정책으로 인한 폐해를 에너지뿐 아니라 건설, 부동산, 보건 등 각 분야에서 수없이 겪은 바 있다. 그리고 정책의 시행착오로 인한 부담은 오롯이 관련 업계와 국민의 몫이다. 지금은 시장과 산업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전문가칼럼 전문가칼럼

댓글 2

  • 이준범님

    환경을 위해서 수소를 적극 이용하면 좋겠지만 기술의 한계가 있네요.
    천연가스, 바이오가스의 이용이 필요하겠습니다.

  • 이희진님

    가스차도 약간 그레이수소랑 입지가 비슷하군요. 아직 기술개발이 덜 되어 있는 신기술들이 정착하기 전까지 교두보 역할을 해주는 것. 뭐 그래도 대세는 바뀌지 않겠네요.

TOP
Together Vol
개인정보처리방침  I  07328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6길 42 (주)삼천리
ⓒ Samchully Corp, All rights resrved.
지난호 보기
Prev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