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Together Vol. 137  2023.8월호

작지만 가치는 큰 생태탐방 여행

여행의 가치는 여행의 기간이나 여행에 든 비용에 비례하지 않는다. 소탈하지만 가치는 큰 여행지들도 있으니 말이다. 자연을 벗 삼아 풍경을 즐기면서도 이것저것 볼거리·즐길거리 많은 여행지로 의왕과 마라도를 소개한다.

글/사진. 임운석 여행작가

작지만 옹골진 구성의 ‘의왕 레솔레파크’

우리말 ‘옹골지다’는 실속 있게 속이 꽉 찬 것을 일컫는다. 사람이나 음식도 옹골진 게 좋듯 경기도 의왕시 레솔레파크도 참 옹골져서 좋다. 공원 이름부터 음계처럼 리드미컬하다. 호수를 뜻하는 영어 레이크(lake)의 ‘레’, 우리말 소나무를 뜻하는 ‘솔’, 철도의 영어 레일(rail)의 ‘레’를 조합해 지어졌다. 이름 하나에 공원 주변 의왕호수와 소나무숲 등 지역적 특성이 들어 있는데다 우리나라 철도 역사와 함께한 의왕의 역사성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이름 못지않게 속은 더 알차다. 다양한 자연생태환경을 갖추고 있어 가족과 함께 여유로운 나들이를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게다가 의왕의 대표적 생태관광지인 왕송호수가 지척이어서 더위를 식혀줄 시원한 바람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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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솔레파크는 공영주차장을 기준으로 왕송호수 작은도서관, 습지데크, 도섭지, 잔디광장, 연꽃습지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함께 즐기면 좋은 곳으로 왕송호수캠핑장, 에코어드벤처, 레일바이크, 조류생태과학관, 반려견놀이터도 있다. 이 중 왕송호수 작은도서관은 기후·환경을 주제로 특화된 도서관인데 여름을 맞아 생태와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매주 토요일에는 북스토리텔러가 책 읽어주는 프로그램도 진행하는데 신청은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도서관 앞에는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어린이용 짚라인과 조형물들도 있어 포토존으로 인기다.

습지데크와 도섭지에는 높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키 큰 메타세쿼이어나무가 데크를 따라 늘어섰고 그 아래엔 무성한 연꽃이 한가득이다. 시원한 자연을 감상하며 가벼운 산책을 즐겼다면 이번엔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경기정원문화박람회에 출품된 정원으로 향할 것이다. 이곳엔 피터팬의 요정 팅커벨이 나올 법한 ‘팅커벨의 작은 오두막’과 의왕시의 산, 호수, 물길 등 자연의 숨결을 정원으로 표현한 ‘자연동행’, 왕송호수의 일렁이는 물결을 표현한 ‘윤슬위를 걷다’, 가족을 위한 ‘꿈으로의 소풍’ 등 아기자기한 정원이 마련돼 있다. 이렇게 다채로운 매력에 사로잡혀 크진 않지만 알찬 정원을 감상하다 보면 레솔레파크의 옹골진 매력에 빠져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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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 : 왕송호수 031-345-3534

작은 섬 큰 만족 선사하는 ‘제주도 마라도’

많은 이들이 마라도를 찾는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 최남단이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마라도는 남북으로 길쭉한 고구마를 닮았다. 해안을 따라 섬 전체를 한 바퀴 돌아도 고작 4.2km라 걸어서 1시간이면 충분하다. 제주도 모슬포 운진항 그리고 송악산항 각각에 마라도 살래덕선착장까지 가는 여객선이 있는데 두 곳 모두 30분 정도 걸린다. 마라도는 바닷속에서 독립적으로 화산이 분화해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되지만 분화구는 찾아볼 수 없다. 마라도 해안은 검은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기암절벽과 해식동굴이 장관인데 대표적으로 고빼기쌍굴과 대문바위가 있다. 모두 배가 선착장에 도착할 때 관찰할 수 있다. 이후 가파른 언덕을 오르면 드넓은 초원과 그 너머 탁 트인 바다가 펼쳐진다. 산책로 한편에는 바다에서 해녀를 지켜주는 할망당(애기업개당)이 자리하는데 예부터 해녀들은 할망당을 수호신으로 여겼다. 할망당 가까운 곳에는 돌을 동그랗게 쌓아 불을 피워 해녀들이 몸을 녹이며 쉬던 불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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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에는 의외의 풍경이 있다. 길게 늘어선 짜장면 가게들이다. 이 거리를 일명 블랙로드라고 부르는데 짜장면 가게가 10여 곳에 이른다. 1997년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짜장면 시키신 분”이라는 이동통신 광고에 마라도가 등장한 이후 가게들이 하나둘 문을 열어 문전성시를 이룬 것이다. 블랙로드 한편에는 마라분교가 있다. 한때 30여 명이 모여 공부했다지만 지금은 텅 빈 교정에 태극기만 휘날린다. 마라도에 없는 것은 학생들만이 아니다. 마라도에는 숲이 없다. 고종 21년(1884) 처음 입도가 허락되면서 개간을 목적으로 숲에 불을 지른 이후 지금처럼 민둥섬이 됐다. 그나마 등대 주변에 숲이 조금 있긴 하나 1990년대 이후 조림한 것이다.

반대로 마라도에 있는 것 중 독특한 풍경이 하나 있으니 바로 우리나라 3대 종교가 모두 ‘우리나라 최남단’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한자리에 모여 있다는 것이다. 교회 예배당은 1984년에 개척해 지금까지 예배를 드리고 있고, 절은 바다가 바라다보이는 곳에, 성당은 마라도 등대 아래에 있다. 성당 앞에 있는 바다를 향한 큰 바위는 장군바위인데 사람이 이 바위에 올라가면 파도가 세진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로 마라도에서 신성시되는 바위다. 이 장군바위 뒤로는 대한민국 최남단비와 마라도 등대가 있다. 1915년부터 불을 밝히고 있는 마라도 등대는 세계해도에 제주도는 나오지 않아도 마라도 등대는 표시될 만큼 중요한 등대다. 마지막으로 등대 앞 절벽에 있는 선인장 군락을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승객을 가득 태운 여객선이 거친 파도를 헤치며 다가올 것이다. 이때가 어느덧 마라도를 떠나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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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 : 제주관광정보센터 064-740-6000

댓글 4

  • 김호철님

    레솔레파크의 습지데크 산책로를 한 번 걸어보고 싶어요!!!

  • 김윤희님

    레솔레파크. 이름의 뜻이 재미있네요.

  • 최인혁님

    저도 의왕과 마라도로 생태탐방 여행을 떠나보고 싶네요 ^^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김태현님

    마라도의 짜장면은 매력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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