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패러다임 속 도시가스업계의 향방은
도시가스 산업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국내외 상황을 면밀히 살피며 선제적 대응이 필요할 때다.
현재의 문제점들을 함께 살펴보며 깊이 고민해보자.
시대의 변화 요구에 대한 도시가스사들의 대처는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대한민국 전체 가구 수는 총 2,034만 9,567가구다. 이 중 7월 현재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된 가구는 1,979만 5,280가구로 97%에 이른다. 도시가스 배관이 접근할 수 없는 지역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국 대부분 가정에서 도시가스를 주 연료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성장기를 넘어 극도의 포화상태에 이른 산업이라는 평가가 딱 들어맞는다. 도시가스사가 신규수요 개발과 사업다각화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 역시 이 산업의 포화상태를 탈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시가스 산업의 문제를 시간의 흐름에 따른 산업 자체의 성장과 쇠퇴에서만 찾을 수는 없다. 급변하는 경영환경 변화, 글로벌 LNG 시장 상황과 메이저기업들의 움직임, 법과 제도의 변천 등 수많은 변수들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산업을 리드하는 것은 차치하고 시대의 흐름을 따라잡는 것조차 숨 가쁘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대의 변화 요구에 도시가스사들이 대처하는 현재 모습은 과연 어떠한가. 이 물음에 답해보라. ① 매우 적극적 ② 적극적 ③ 소극적 ④ 매우 소극적. 이에 대한 당신의 선택은?
가스 산업 구조 개편 논의는 어떻게 됐나
천연가스 직수입(시장 개방)과 동일한 의미로 한때 우리는 가스 산업 구조 개편을 밤낮으로 고민했던 적이 있다. 단일기업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스 수입회사인 한국가스공사의 독점구조를 깨 경쟁을 통해 LNG를 도입하자는 게 구조 개편의 주요 골자다. 당시 가스공사의 도입물량을 3부분으로 쪼개 3개 기업에게 나눠주자는 극단적인 권고안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어쨌든 십수 년 동안 이어진 구조 개편 논의는 노조의 극심한 반대와 변화의 바람을 제대로 타지 못한 채, 표류하던 정책적 혼선까지 이어지면서 흐지부지됐다. 이후 LNG 직수입이 구조 개편의 바통을 이어받아 천연가스 산업의 개방과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여기서 구조 개편 논의 당시 크게 부각되지 못한 이슈지만 집어 볼 만한 대목이 있다. 상류부문인 한국가스공사의 독점구조를 깨려면 바로 하류부문인 도시가스사의 지역 독점구조 또한 함께 해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구조 개편 반대론자들이 내세운 여러 가지 로직 중 하나다. 도시가스 소매부문의 독점구조를 깨지 못하면 소매 유통망을 갖고 있지 않는 도매부문(한국가스공사)의 구조 개편이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없다는 논리다. 이에 대한 당사자인 도시가스 산업 관계자들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이 질문은 고민할 것도 없이 대부분 수용 불가였다. 수익 보장이 확실한 지역 독점구조를 버리자는 주장을 누가 쉽게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는 곧 변화를 거부하는 도시가스사의 한 단면이 되고 있다.
전력·가스 산업 완전 개방한 일본이 주는 시사점
그런데 일본은 우리와 달리 급격한 변화를 선택했다. 소매 시장을 포함한 전력 및 가스 시장의 완전 자유화. 일본은 2016년 4월 전력 소매 시장 자유화를 시행했다. 자유화 시행 2달 전 약 150개 신규사업자가 전력 소매업체로 등록했고 시행 8개월 만에 360개가 넘는 신규업체가 시장에 진입했다. 그리고 제도 시행 7개월 만에 2백만 명이 넘는 소비자가 업체를 선택했다. 지역 독점형태의 전력 소매 시장이 완전한 경쟁체제로 변화한 것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2014년 리서치기관을 통해 전력 소매 시장 자유화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당시 결과에 따르면 시장 자유화가 되면 판매업체를 바꾸겠다는 응답이 전체 응답자의 54%였다. 교체에 부정적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9% 뿐인데 이 중에서도 현재 판매업체가 마음에 든다고 답한 응답자는 단 1%에 불과했다.
2018년 4월 일본은 가스 소매 시장까지 완전 자유화를 시행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요금 선택의 기회를 줬다. 단일사업자가 가스 도·소매 사업을 영위하는 것 또한 가능해졌다. 송형상 한국가스공사 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의 에너지 시장 개혁 로드맵에 따른 가스 시장 개혁의 마지막 단계는 2022년 4월 대형가스 3개사(도쿄가스, 오사카가스, 도호가스)의 배관부문 법적 분리다. 물론 일본의 전력·가스 시장 개혁이 곧 산업의 선진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도 같은 길을 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권유도 필요하지 않다. 다만 일본의 전력·가스 시장 자유화가 소비자에게 미친 긍정적인 영향들은 한번쯤 고민해 볼 일이다.
LNG 단순 직수입 너머 우회 직수입까지…대비가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LNG 직수입에 더해 민간사 및 발전사들의 LNG 터미널 확장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또 다른 변화를 겪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외 발전용 및 산업용 대규모 사업자의 자가소비용 LNG 직수입이 허용되면서 지난 2005년 포스코와 SK E&S가 먼저 직수입을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기준 자가소비용 LNG 직수입 사업을 수행하는 회사는 포스코, SK E&S위례에너지서비스, 파주에너지, 중부발전, 동서발전, GS파워, GS EPS, GS칼텍스, S-Oil 등 총 11개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부터 직수입물량이 크게 증가하기 시작해 지난해 국내 도입물량의 22.1%까지 직수입물량이 확대됐다. 이러한 직수입물량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하지만 도시가스사의 위기를 초래하는 부분은 단순한 LNG 직수입에 있지 않다. 문제는 기존 직수입사의 해외법인을 통한 산업용 LNG 우회직수입의 급격한 증가다. LNG는 산업용사업자의 직수입물량으로 2015년 기준 최종소비의 2% 비중에 불과했지만 이후 직수입회사가 많아지고 도입 규모 역시 커짐에 따라 지난해에는 13.5%까지 확대됐다. 우회직수입을 통해 직수입 경험이 없는 중소규모 물량 수요자의 직수입 접근성이 확대되면서 도시가스사의 산업용 물량비중이 점차 축소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회직수입 확대로 인한 문제는 국내 도시가스사 전체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실제 우회직수입을 통해 산업용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주체가 바로 기존 LNG 직수입사업자인 SK E&S나 GS에너지 등이 대표적이기 때문이다. 이들 사업자들은 도시가스사를 계열사로 보유하고 있다. 즉 하나의 주체가 산업용 LNG 공급에 대한 도입·도매와 소매를 분리해 수행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다만 삼천리나 경동도시가스 등 기존 직수입사업자와 크게 연관이 없으면서 동시에 산업용 공급물량 비중이 높은 도시가스사의 경우는 고민이 필요하다. 한국가스공사 또한 LNG 도입·도매 사업의 영역을 계속해서 직수입사업자에게 잠식당하는 상황인 만큼 이들 도시가스사와 같은 입장이다. 직수입자가 편법적으로 도매사업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우회직수입에 대한 규제 촉구 목소리가 한국가스공사 등에서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제 민간사들에 이어 한전 발전 자회사까지 LNG 직수입을 넘어 LNG 터미널 건설·운영 사업에도 우후죽순 뛰어들고 있다. 업역 파괴는 기본이다. 생존을 위한 치열한 몸부림이 여기저기서 포착된다. 급변하는 산업환경의 급류 속에서 허우적거리지 않기 위한 준비는 이제 스스로의 몫이 됐다. 지역 독점의 달콤하고도 안전한 권리가 도시가스사에게 영원한 행복을 안겨주지는 않을 것 같다. 혁신과 변화 그리고 치열한 고민과 준비. 진부하지만 언제나 옳은 화두다.
※ 이 기사는 기고자의 견해로 삼천리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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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용은 모르나 가정용은 조금씩 전기로 바뀌지 않나요
기사를 읽고 나니 도시가스 산업 분야도 개편과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느껴지네요 다른 나라의 성공사례를 통해서 우리도 배우고 수정할 문제가 있다면 서서히 고쳐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를 끊임없이 변하고 우리도 변화의 흐름을 잘 따라가 도태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이 드네요.
독점이 깨지는 날 다양한 변화와 기회가 생길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마지막 말이 와 닿네요. '혁신과 변화 그리고 치열한 고민과 준비. 진부하지만 언제나 옳은 화두다'
혁신과 변화 그리고 치열한 고민과 준비. 진부하지만 언제나 옳은 화두다. => 제 인생도 마찮가지네요 새겨듣고 생각하겠습니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 전력, 가스 시장 자유화가 부정적이지만은 않네요. 모쪼록 가스 산업 구조 개편 전에 많은 연구와 다양한 국가의 사례를 통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흘러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