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Together Vol. 126  2022.09월호

Special Story

기후위기 불안, 일단은 수소 혼입이 대안

기후위기 극복을 말로만 외칠 수 없을 정도로 여러 재해가 전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이에 넷제로는 전 지구적 목표가 됐다. 그런데 이를 위해 필요한 과정에 또 여러 문제들이 자리하고 있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래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수소와 천연가스를 블렌딩하는 수소 혼합이다. 여기서 도시가스업계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관심을 가지고 고민해보자.

글. 에너지경제신문 김연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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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를 위협하는 기후변화 위기

“괴물 몬순이 전국에 끊임없는 대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유례없는 여름철 폭우로 인해 역사상 최악의 홍수 피해를 겪고 있는 파키스탄의 셰리 레흐만 기후변화장관의 말이다. 보도에 따르면 8월말 발생한 홍수로 인해 파키스탄은 국토 1/3이 물에 잠겼고 어린이 380여 명을 포함해 1,100여 명 넘는 사람들이 사망했다. 또 파키스탄 인구 7명 중 1명꼴인 3,300만 명 이상이 홍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일부 지역에는 평년 강수량의 780%가 넘는 443㎜의 비가 내리면서 강이 범람해 가옥이 파괴되고 도로가 끊기는 등 최악의 피해가 발생했다. 훼손된 인프라를 복구하려면 최소 1백억 달러(약 13조 4,450억 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우리도 기상 관측 이래 사상 최악의 홍수를 치렀다. 8월 8일 서울에서는 하루 동안 381.5mm의 폭우가 쏟아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에서 폭우가 4백mm 가까이 온 경우는 1907년 기상 관측 이래 처음이다. 이는 한두 국가에서만 발생하는 특수상황이 아니다. 폭염과 혹한, 산불, 홍수 등 극단적 기후변화가 전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현실이다. 영원히 얼어붙은 상태를 유지할 것 같았던 북극 영구동토층도 녹기 시작했다. 이에 글로벌 기후위기는 앞으로 더 자주 더 불규칙적으로 우리 일상을 파고들 것이란 전망이다.

넷제로는 위기 극복을 위한 글로벌 대안

이러한 글로벌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인류가 대안으로 내놓은 것 중 하나가 ‘탄소중립(넷제로)’이다. 탄소중립이란 인간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저감하고 배출된 온실가스는 산림 등 순흡수원이나 탄소 포집·저장 기술을 이용해 제거함으로써 순배출 0이 되도록 하는 활동을 말한다. 파리협정에서 합의된 대로 금세기 말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 아래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 넷제로를 달성해야 한다. IPCC가 지난 2018년 발간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21세기 중반 또는 그 이전에 전 세계적 탄소중립을 실현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하는 국가 수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데 2021년 10월 기준 총 55개국이 명확한 목표연도와 함께 탄소중립을 공식적으로 선언했거나 문서화 또는 법제화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헝가리, 루마니아, 캐나다, 아일랜드, 유럽연합, 영국, 스웨덴, 스페인, 뉴질랜드, 독일, 프랑스, 덴마크 총 14개국은 탄소중립목표의 법제화를 마쳤다. 지난해 우리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고 2050년까지는 국내 순배출량 0(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사실상 확정했다.

이렇게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력 부문 탈탄소화, 에너지효율 개선 및 수요관리,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신기술들의 상용화 및 확대가 필요하다. 특히 2030년까지는 연간 4조 달러 규모의 에너지 전환 관련 투자가 필요하다. 에너지 전환을 통한 탈탄소를 지향하는 우리 정부의 정책적 목표 중 하나가 수소경제사회로의 이행이라 정부는 2019년 1월 세계 최고수준의 수소경제 선도국가 도약을 내세우며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고 2년 뒤인 2021년 2월에는 세계 최초로 수소법 제정 및 본격 시행에 돌입했다. IEA의 ‘글로벌 수소리뷰 2021’에 따르면 향후 10년이 수소를 통한 청정에너지 전환 달성에 매우 중요한 시기다. 이에 각국 정부는 2030년까지 할당제나 가스관 내 수소 주입 등의 시책을 통해 수소 수요 기반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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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운송 인프라 개발 위해 파이프라인 건설 필요

그리고 안정적이고 경제성 있는 수소유통체계 확립을 위해서는 파이프라인 운송 확대가 필요하다는 게 각국 정부의 견해다. 수소는 가스 형태로서 파이프라인 또는 튜브트레일러로 운송되거나 냉동탱크를 통해 액상 상태로 운송 가능하다. IEA 분석에 따르면 1,500∼3,000km 이하 구간에서는 파이프라인 수소 운송이 비용 면에서 가장 효율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보다 긴 거리에서는 운송선을 통한 액상수소, 암모니아 혹은 LOHC(Liquid Organic Hydrogen Carries) 운송이 더 효율적으로 작용한다는 평가다.

파이프라인 운송은 이미 성숙 기술로 독일에서는 1938년 라인-루르 도시 지역에 수소 파이프라인 시스템을 건설했으며 현재까지도 운영 중이다. 수소 파이프라인은 자본집약적 프로젝트로 막대한 초기투자가 필요한 만큼 규제 프레임이 정비되지 않거나 수요가 태동단계에 있을 경우는 상당한 규모의 리스크와 건설비용이 유발된다. 현재 각국이 제시한 수소전략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신속한 수소 운송 인프라 개발이 관건인데 각국 정부가 약속을 지키려면 2030년까지 1만km, 넷제로 시나리오 충족을 위해서는 2만km 이상의 파이프라인 건설이 필요하다. 그래서 중·단기적으로 기존 가스관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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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가스 블렌딩은 효과적 임시대안

수소는 천연가스와 블렌딩이 가능하며 수소를 천연가스에 20%가량 블렌딩할 경우 탄소집약도가 약 7%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소와 가스를 블렌딩해서 거래하거나 기존 가스관을 개조해 활용할 경우 네트워크 구축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수소-가스 블렌딩은 수소 전용 운송 시스템이 출범하기 전까지 효과적인 임시대안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세계 각국에서도 수소-가스 혼합 공급 사업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한국도시가스협회 조사에 따르면 유럽과 미국에서는 현재 수소를 천연가스배관에 최대 12%까지 혼입해 공급 중이다. 유럽,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수소 혼입을 위해 진행 중인 프로젝트도 22개에 달한다.

영국에서는 정부 주도로 천연가스 네트워크 100%를 수소로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영국은 2032년을 목표로 천연가스 네트워크의 100% 수소 전환을 위해 수소 생산-수송-저장-CCS(탄소 포집·저장)-활용(가정, 산업용) 등 전 단계에서 기존 천연가스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H21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4개 지역 천연가스 공급회사가 참여해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정부는 2045년까지 넷제로 달성을 위해 수소 혼입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가스 주배관망에 수소 2% 혼입을 통한 탈탄소화에 나선 것이다. 수소 혼입량은 최초 2%로 시작해 2030년 10%까지 확대하는 게 목표다.

호주 정부는 1억 8천만 달러 이상을 투입해 수소 혼합 시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수소와 천연가스 혼합 및 사용에 관한 실증 프로젝트로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빅토리아주에서 수소 10% 혼합 실증사업이 진행된다. 미국의 경우 미국 최대 가스공급사인 SoCalGas의 탄소중립 전략 ‘ASPIRE 2045’를 통해 가스-수소 혼입 사업이 추진 중이다. 캘리포니아주에 적용 가능한 수소 혼입제도를 수립해 2025년 수소 혼입 최대 20%까지 확대하는 등 수소 실증 프로젝트 5개 사업이 진행 중이거나 완료된 상황이다. 프랑스에서는 최초 ‘Power to Gas to Grid 프로젝트’를 통해 재생에너지를 바탕으로 수소를 생산, 가스 네트워크에 수소를 최대 20%까지 혼입하는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도시가스업계도 5만km에 이르는 지역배관을 활용한 수소 사업 참여방안을 강구 중이다. 2025년까지 정부 R&D 과제를 통해 배관에 대한 수소 호환성 및 안전성을 검증하고 검증결과를 바탕으로 수소 혼입 실증 추진 및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을 통한 제도화작업을 진행한다. 중저압배관 가스-수소 혼입 실증사업에 대해서는 오는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참여를 희망하는 도시가스사 공급지역을 대상으로 고압배관에 대해서는 같은 기간 제주 한림기지 발전소배관을 대상으로 실증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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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스업계도 수소 공급 위해 함께 노력할 때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수소 혼입을 위한 다양한 시범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기술적·제도적 장벽이 존재한다. 고압가스의 경우 품질 관련 구성, 칼로리 밸류, 웨버지수 등이 국가별로 상이하게 규제되고 있어 파이프라인을 통한 수소 운송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최종사용자 역시 수소 순도를 서로 다르게 규정하고 있으며 가스 품질에 따른 호환성 문제 발생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수소 공급 사업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우리의 선택이자 도전 과제 중 하나다. 특히 기존 천연가스배관을 활용한 수소공급 방식은 가장 현실적 대안으로 수소경제 조기정착 및 확대에 있어서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유럽 등에서 진행한 실증사업에서는 약 1백 가지의 다양한 가스기기에 대한 수소 혼입 영향 검토가 이뤄졌다. 그 결과 역화, 효율성, 배출가스 문제 등의 경우 수소 혼입 20%까지는 특별한 문제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연구결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도시가스 PLP 배관의 경우 저강도 강철이라 수소취성에 대한 면밀한 조사 및 실증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장기 사용 배관에 대해서는 수소 전용 배관 도입을 정책적으로 고려하는 한편 열량에 민감한 산업용 기기(공정용)는 수소 혼입에 대한 효율 및 제품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여져 정확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 우리가 보급하고 있는 수소는 대부분 화석연료에서 생산된 그레이수소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청정수소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탄소배출 감축효과는 미미하다. 이는 수소 생산 측면에서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하지만 도시가스배관의 수소 혼입 실증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현실화할 경우 산업체는 물론 일반 가정까지 전국 구석구석에서 청정수소 이용이 가능해진다. 이에 도시가스업계가 수소 공급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 이 또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당장 필요한 인류의 최소한의 행동 중 하나일 것이라 믿는다.

※ 이 기사는 기고자의 견해로 삼천리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 6

  • 김병수님

    넷제로 달성을 위한 수소경제의 전세계와 우리나라의 실제 사례를 알기쉽게 설명해주었네요.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 이준범님

    도시가스배관을 이용해서 청정수소가 가정까지 배달되는 날을 기대하겠습니다.

  • 구동규님

    8월8일 서울에 떨어진 물폭탄이 기후변화 심각성을 말해줍니다 이번 글이 우리가 기후변화 에 대응하는 데 경각심을 깨우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 김태현님

    도시가스로 수소를 이용한다. 좋은 방법이네요

  • 임언희님

    기후위기 불안에 대비한 수소 대안에 대한 유익한 기사 잘봤습니다.
    수소의 미래에 대해서 다양한 분석기사 정말 좋네요.

  • 송민주님

    수소가 방법이다, 라는 이야기 많이 들었었는데, 계속 수소 이야기가 나오네요~
    좋은 해결 방안이 나오기만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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