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떠나는 감성 여행
높고 청명한 하늘, 울긋불긋한 나뭇잎, 선선한 바람… 모두 가을을 알리는 풍경이다. 그런데 이런 계절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사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바쁘다는 핑계로 피곤하다는 핑계로 말이다. 그래서 권해본다. 이번 가을만큼은 계절의 변화를 외면하지 말고 다시 오지 않을 2022년 10월의 어느 멋진 날을 가슴으로 마주해보면 어떨까.
내 안에 꿈틀거리는 감성과 흥을 깨우러 ‘안성’으로 가자
안성은 시를 읊조리며 여행하기 좋은 곳이다. 특히 가족공원인 안성맞춤랜드에 있는 박두진문학관은 더욱 그렇다. 1916년 안성에서 태어난 박두진 시인. 문학관에서는 그의 시 세계와 철학, 평소 생활상까지 살펴볼 수 있다. 박두진 시인은 청록파 시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청록파는 1946년 박두진, 박목월, 조지훈이 공동으로 출간한 청록집에서 유래된 말인데 수록된 시들은 자연을 노래한 서정시처럼 보이나 실상은 자연을 통해 민족의식을 일깨우고 있어 의미가 깊다. 대표적 시가 박두진 시인의 ‘해’다.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이 시는 대중가요로도 리메이크돼 많은 이들에게 더 잘 알려져 있다. 문학관에서 시인의 삶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서재와 집필실이다. 전시된 모든 소품은 손때 묻은 시인의 유품이어서 감흥이 남다르다. 시인은 외모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자신에게 엄격하고 군더더기 없는 삶을 살았다고 하는데 30여 권에 이르는 시집과 수필 등 주옥 같은 작품을 살피다 보면 어느덧 시인의 감성으로 충만해질 것이다.
안성,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아마도 ‘안성맞춤’과 ‘남사당패’일 것이다. 안성맞춤은 ‘안성의 맞춤 유기’라는 뜻이고 남사당패는 조선 후기에 활동하던 유랑예인 집단이다. 우리나라에는 놀이패가 여럿 있었지만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대부분 사라졌고 안성의 남사당패만 그 명맥을 잇고 있다. 이에 남사당놀이는 1964년 국가무형문화재, 200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2001년부터 개최된 ‘안성맞춤 남사당 바우덕이 축제’는 올해로 22회를 맞았다. 특히 2003년에 시작된 주말 상설공연은 안성을 대표하는 문화공연으로 자리 잡았다. 안성의 남사당패가 유명해진 것은 꼭두쇠 바우덕이 덕분이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은 바우덕이는 남사당패에게 춤과 소리 등 온갖 기예를 배워 전국을 돌며 출중한 기예를 선보이며 민초들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 무렵 경복궁 중건 공사가 한창이었는데 공사에 끌려온 노역자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를 때였다. 그때 흥선대원군이 바우덕이가 이끄는 남사당패를 불러 노역자들의 흥과 사기를 돋웠고 그 결과 중건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공으로 바우덕이는 정3품 당상관 벼슬을 받았다. 공연장에서는 이런 바우덕이의 파란만장한 인생 스토리를 한편의 마당놀이로 신명 나게 풀어낸다. 흥겨운 태평소 연주를 시작으로 풍물패의 공연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어름(줄타기), 관객이 참여하는 버나(대접돌리기), 비보이처럼 춤추며 상모를 돌리는 12발 상모, 인간 탑을 쌓는 무동놀이 등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흥겨운 무대가 펼쳐진다. 어떤가. 그 흥겨움에 동참해보고 싶지 않은가. 그렇다면 어서 안성으로 발길을 재촉해보자.
* 문의: 안성시청 문화예술사업소 031-678-2512
삶의 노래가 물결처럼 흐르는 ‘대구’ 김광석 거리로 가자
대구를 관통하는 신천을 따라 이어져 달리는 신천대로. 그 옆 한갓진 옹벽에 기댄 김광석 거리 앞에 서면 곧게 뻗은 골목이 한눈에 들어온다. 골목 들머리엔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김광석 조형물 ‘사랑했지만’이 있다. 청춘의 고뇌를 토해내듯 노래하는 모습에 많은 사람이 발걸음을 멈춘다. 그 뒤로는 방천시장과 김광석의 인생과 노래에 대한 기록들이 이어진다. 이곳에 김광석 거리가 조성된 이유는 그가 이 거리가 있는 대구 대봉동에서 태어나 다섯 살까지 살았기 때문이다. 이후 상경한 김광석은 ‘노래를 찾는 사람들’ ‘동물원’ 등에서 보컬로 활동하다 솔로로 나섰고 천 회가 넘는 소극장 공연을 마치며 통기타가수로서 입지를 굳혔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은 자신의 노래 ‘서른 즈음에’처럼 짧았고 외로웠다.
김광석은 슬픔을 노래하되 통속적이지 않고 우울한 감정에 빠져들지만 과장하지 않으며 희망을 노래하되 상투적이지 않았다. 그래서 20대 청춘부터 청장년을 넘어 노년층까지 끌어안았다. ‘이등병의 편지’ ‘서른 즈음에’ ‘일어나’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골목에는 ‘사랑했지만’ ‘먼지가 되어’ ‘이등병의 편지’ ‘거리에서’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등의 노래가 물결처럼 흘러내린다. 감성적이고 호소력 짙은 그의 목소리가 골목을 가득 채우면 어느 순간 골목을 거니는 많은 이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김광석 동상과 노래를 모티브로 한 벽화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긴다. 응팔세대를 위한 추억 소환 아이템들도 많다. 쪼그려 앉아서 하는 게임기, 교련복과 검정 교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 가게, 액세서리, 수공예품을 파는 가게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김광석 거리 끝에 ‘김광석 스토리하우스’가 있다.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로 추모존, 내청춘이력서존, 내노래존, ICT영상청음존으로 꾸며져 있다. 자필 악보와 수첩 등 김광석의 삶과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유품들도 천여 점에 이른다. 전시된 사진 중에는 코흘리개 시절부터 교회 성가대에서 활동하던 중·고등학생 시절의 모습을 비롯해 딸과 함께 찍은 사진 등 가족이 아니면 쉽게 볼 수 없는 것들도 많아 팬이라면 꼭 한번 찾아볼 만하다.
* 문의: 김광석길 관광안내소 053-661-3328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저도 안성과 대구로 가을 여행 떠나보고 싶네요 ^^
와~ 안성 너무 좋아요!!
박두진 시인, 김광석님, 두 분 모두 제가 너무 좋아하는 분들인데 말이죠!!
감성을 생각하게 하는 여행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