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Together Vol. 134  2023.5월호

Life Story

잔잔한 마음을 흔드는 레트로 감성 여행

폐역으로 전락했던 곡성역에 증기기관차가 달리고 있다. 또 1천여 종에 달하는 장미도 여왕의 자태를 뽐내며 반긴다. 레트로 감성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이 감성을 인천 동구에서도 느낄 수 있다. 배다리 헌책방 골목에서 우각로까지 이어진 골목. 이곳엔 옛것들이 문화예술로 새롭게 단장하고 사람들을 기다린다.

글/사진. 임운석 여행작가

전남 곡성에서 만나는 기차와 장미

기차역을 재현해놓은 옛 곡성역. 이곳은 섬진강기차마을로 더 잘 알려진 곳이다. 1933년 지어진 옛 곡성역(등록문화재 제122호)은 1999년까지 익산과 여수를 잇는 전라선열차가 지나다녔던 역이다. 이곳 대합실은 1930년대 건축양식에 따라 지은 표준형 역사 건물인데 고풍스러운 멋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고 딱딱한 긴 나무의자도 향수를 자극한다. 근대사 배경의 영화에나 나올 법한 모습이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기차 여행의 로망을 실현해주는 것이 있으니 고전영화에서 본 듯한 증기기관차가 바로 그것이다. 이 기차는 전시용이 아니다. 기차마을에서 침곡역을 거쳐 가정역까지 10km 구간을 천천히 달리는 진짜 기차다. 그래서 30분의 짧은 구간이지만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 들뜬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계절에 따라 변화무쌍한 섬진강의 풍경은 덤이다. 가정역에 도착해 레일바이크로 갈아타면 좀 더 가까이서 섬진강을 마주할 수도 있다.


방방곡곡 방방곡곡

섬진강기차마을을 찾아야 할 이유가 또 있다. 그윽한 향기를 뽐내는 장미가 있어서다. 장미의 가시는 독특한 매력을 가졌는데 가시 덕분에 ‘꽃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다. 공원은 1004 장미공원이라 불린다. 세계 방방곡곡 1,004종에 이르는 장미가 수천만 송이 꽃을 피우는 장미공원의 규모는 4만㎡로 아시아 최대다. 개화시기를 순차적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가을까지 장미를 볼 수 있긴 하나 5월에서 6월까지가 제철이다. 더불어 7월에는 사계절 장미가 꽃을 피워 그 또한 볼 만하다.

장미정원에 들어서면 눈과 코가 행복하다. 빨강, 주황, 노랑, 하양, 그리고 2가지 이상 색이 섞인 것까지… 화려한 색채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향기 또한 은은한 것부터 자극적인 것까지 제각각이다. 크기는 또 어떤가. 이렇게 다양한 장미가 있는 줄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1,004종이란 말이 절대 과장이 아니다. 이 외에도 음악분수와 이웃한 중앙광장과 이벤트광장, 작은 연못에 홀연히 떠 있는 소망정, 이국적 풍취를 자아내는 풍차, 공원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등도 둘러볼 만하다. 더불어 세계 우수 장미전시관에선 품종과 향기, 모양까지 세계 최고수준인 장미들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으니 꼭 챙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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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 : 섬진강기차마을 061-363-9900

인천 동구 우각로 따라 걷는 근현대사길

예부터 인천은 한반도의 관문이었다. 특히 인천광역시 동구는 다른 구·군보다 근대문물을 한발 앞서 받아들인 까닭에 근대사 여행지가 여럿 있다. 그중 배다리 헌책방 골목에서 우각로까지 이어진 길은 아날로그 감성이 짙은 곳이다. ‘쇠뿔고개길’이라 불리는 우각로는 배다리마을 서쪽으로 난 길로 일제강점기 개항장에서 서울로 가던 경인가로였다.

배다리마을은 예전에 이 마을 어귀까지 바닷물이 들어와 배와 배를 연결해 다리를 만들어 건너 다녔다고 해서 부르게 된 이름이다. 이곳에 구한말 청·일본 조계지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 1899년 경인철도가 개통되자 학교와 시장을 비롯해 전국에서 규모가 큰 성냥공장들이 들어섰다. 이 골목에 성냥박물관이 문을 연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한국전쟁 이후엔 피란민들까지 뒤섞여 어려운 시절을 함께 보냈는데 그 무렵 헌책방이 여럿 들어선 후 이곳은 헌책방 골목이라 불리게 됐다. 한편 배다리 헌책방 골목은 인기 드라마 <도깨비>와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극한직업>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최근에는 1930~1950년대 여인숙 골목을 재현한 복합문화공간 배다리 아트스테이 1930도 문을 열었는데, 이를 통해 더 많은 관광객들이 배다리 헌책방 골목의 매력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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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각로 일대는 우각동으로 불리다 일제강점기에 창영정, 해방 이후에 창영동, 지금은 다시 우각로로 불리고 있다. 마을 이름이 시대에 따라 엎치락뒤치락 한 것이다. 고갯길에 자리한 창영초등학교는 1907년 인천 최초로 문을 연 학교다. 1922년에 지은 본관 건물은 한눈에 봐도 고풍스러운 멋을 느낄 수 있다. 특히 1층과 2층에 아치를 적용해 당시에도 매우 아름다운 건축물로 손꼽혔다고 한다. 이 학교의 자랑은 3·1 만세운동을 인천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다는 점과 이름만 들어도 알만 한 졸업생이 많다는 것. 그중엔 중대원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수류탄을 온몸으로 덮어 산화한 강재구 소령도 있다.

창영초교와 이웃한 영화초등학교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초등학교다. 미국 감리회 선교사가 1893년 설립했다. 이에 학교 옆에는 창영감리교회가 1938년부터 나란히 자리해 있고, 교회 언덕 뒤로는 감리교 여선교사 기숙사와 남자 기숙사 터가 남아 있다. 남자 기숙사 터에는 1955년 인천세무서가 들어섰다. 개항과 함께 시작된 우리나라 기독교 역사를 들여다보면 초기 선교사들의 헌신이 남다른 걸 알 수 있다. 그중 하나가 학교와 병원 등을 세워 지역을 섬겼던 것인데 우각로가 그 현장인 셈이다. 한편 우각로 일대는 한때 수많은 영화의 촬영장소였으며 예술가들이 모여 문화마을로 가꾸기 위해 노력했던 곳이었지만 아쉽게도 현재는 재개발이 한창이다. 조금이나마 옛 것의 흔적을 느낄 수 있을 때 우각로를 방문해 근현대사를 마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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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 : 인천광역시 동구청 032-770-6114

댓글 3

  • 최인혁님

    봄을 맞아 저도 레트로 감성 여행 떠나보고 싶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 김치성님

    국내의 레트로 여행지에 대한 상세한 정보 너무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알찬 정보 많이 소개해 주세요

  • 연정아님

    5월에 피는 장미들 너무 예뻐요~~~
    아직 장미구경못갔는데, 떨어지기 전에 빨리 방문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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