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Together Vol. 134  2023.5월호

People Story

사랑은 삶을 유지하기 위한 전제
『가재가 노래하는 곳』

삶은 성장하고 새로운 환경을 경험하게 한다. 그 안에는 어려움도 있고 불안도 자리한다. 이를 통해 삶의 방향이 바뀌기도 한다. 그러나 시작부터 끝까지 삶을 관통하는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사랑이다. 사랑은 어떠한 모습이든 삶을 유지하기 위한 전제라고 이 책의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이에 공감한다는 유구필 과장의 이야기를 통해 삶과 사랑에 관한 깨달음을 따라가보자.


글. 삼천리 고객지원팀 유구필 과장

포커스 포커스

가재 일상 속에서 사용하는 단어에 우리는 특별히 의미부여를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마주한 한 단어가 의식의 흐름을 멈춰 세우고 깊은 감상에 빠지게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아내가 읽으려고 식탁 위에 쌓아 놓은 책들 사이에서 ‘가재’라는 단어를 우연히 본 순간 햇빛에 반짝이는 개울물에서 도랑 치고 가재 잡던 어린 시절 추억이 사진처럼 선명하게 떠오른 그날이 그랬습니다.


동물학자 가재라는 단어 하나로 흥미를 이끌어낸 이 장편소설의 저자 델리아 오언스의 본업은 동물학자입니다. 대학에서 동물학을 전공하고 30년 가까이 아프리카 야생에서 동물들을 연구하면서 출간한 다큐멘터리 저서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지요. 역시나 자연에 대한 생동감 넘치는 묘사와 인간과 동물의 본성에 관한 예리한 관찰이 책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습니다.


습지 쓰레기 마을에서 떨어진 해안가 습지대 깊은 곳에 사는 6살 소녀 카야는 가난하지만 어머니의 사랑 속에서 형제들과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알코올과 도박 중독에 빠져 있는 아버지의 폭력을 참지 못한 어머니를 비롯해 가족들이 하나 둘 집을 떠나버리자 홀로 남고 말았습니다. 사람들은 가끔 물건을 사기 위해 마을에 나타나는 카야를 야만인 또는 습지 쓰레기라 부르며 싸늘하게 바라봅니다.


습지와 늪 이 책은 1부 습지와 2부 늪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습지는 다양한 동식물이 생장하고 번식하는 빛의 공간인데 홀로 남겨진 카야에게 홍합과 물고기를 내어주고 지적호기심을 채워주며 갈매기떼를 벗삼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따뜻한 공간입니다. 그러나 습지 곳곳에는 한 번 빠지면 살아서 나올 수 없는 어둠의 공간인 늪이 도사리고 있지요. 늪은 죽음의 이유를 묻지 않으며 심지어 부패와 침전을 통해 죽음을 빠르게 지워버립니다. 습지에 숨어 살던 카야가 성인으로 성장하면서 육체적·사회적 관계를 갈망하기 시작하는데 이러한 자연스러운 인간의 욕구가 안타깝게도 카야를 늪에 빠지게 만듭니다.

음흉한 섹스 도둑 카야는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2차 성징이 찾아오고 사랑에 대한 목마름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이런 그녀 앞에 2명의 매력적인 남자 테이트와 체이스가 나타납니다. 이 책의 매력 중 하나는 인간 본성을 야생동물의 습성에 빗대어 예리하게 묘사한 부분입니다. 야생에서 암컷은 훌륭한 DNA를 소유한 수컷만 선택하고 발육 미달의 수컷(음흉한 섹스 도둑)들은 과장된 몸짓 같은 거짓신호에 의존해 교미의 기회를 움켜쥐려고 하죠. 과연 테이트와 체이스. 두 남자는 카야에게 훌륭한 DNA(진정한 사랑)를 보유한 수컷일까요. 아니면 음흉한 섹스 도둑일까요.

가재가 노래하는 곳 이 책의 제목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생명이 생명답게 살아갈 수 있는 곳을 뜻합니다. 그럼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곳은 어떤 곳일까요? 작가는 사랑이 가득한 공간이 바로 그곳이라고 말합니다. 인간이 외로움을 넘어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전제조건이 바로 사랑이라고 말이죠. 여러분이 이 책을 만난다면 사랑의 소중함을 깊이 있게 알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깨달음을 통해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소중한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 바랍니다.

댓글 2

  • 이양례님

    카야의 성장과정을 보며 제 삶을 돌이켜 봅니다. 사람이 힘들어하는 것도 바로 인간관계이고, 반대로 그 절망을 이겨낼 수 있는 치유의 힘도 인간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양날의 검 같은 이 대인관계를 원만히 잘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원천은 바로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불변의 진리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좋은 글 써주신 유구필 과장님께도 감사합니다.

  • 김태현님

    가재가 노래하는 곳, 제목이 흥미를 유발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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