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던 상식은 무너졌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강렬한 제목에 끌려 첫 장을 펼친 후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띵할 정도의 울림을 느꼈다는 서희연 사원. 시간에 대한 상식을 흔들어버린 이 책은 특히 <인터스텔라> <컨택트> <테넷> 등의 SF영화를 즐기거나 시간과 우주에 대한 색다른 이론을 읽어보고 싶은 이들에게 강추한다고 한다. 인간의 삶에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한 시간이 어쩌면 인간이 만들어낸 허구적 개념일 수 있음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도 저마다의 시간을 정의내려보자.
글. 삼천리 IT서비스팀 서희연 사원
이 책은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 이론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가 쓴 책으로 양자이론과 중력이론을 결합한 ‘루프양자중력’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1부는 고대부터 현대물리학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시간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이해해왔는지 설명하고 있고 2부와 3부는 시간이, 우리가 만들어낸 허구적 개념이라는 이론적 고찰을 담고 있습니다.
시간은 정말 흐르는 것인가
사람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시간이 흐른다고 판단할까요? 시간은 과거에서 미래로만 흐르는 걸까요? 내가 느끼는 시간의 흐름이 다른 사람의 시간과 다를 수 있을까요? 본질적으로 시간이 흐르는 건 맞을까요? 이런 질문을 통해 저자는 저를 깊은 고뇌에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시간은 위치에 따라 다르게 흐른다고. 인간이 알아챌 수 없을 만큼 미세하지만 우리 이마에 흐르는 시간은 발가락에 흐르는 시간보다 빠르다고. 또 시간이 과거에서 미래라는 방향성을 갖고 흐르는 것이 아니라 엔트로피의 낮고 높음의 차이로 결정된다고도 말합니다. 엔트로피는 무질서도에 비례하는데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엔트로피 특성상 시간 역시 과거에서 현재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엔트로피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흐른다고 말이죠.
같은 맥락에서 사고를 조금 더 확장해 우주까지 넘어가보면 전 우주적 관점에서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가령 4광년 떨어진 프록시마 A 행성에 있는 남동생에게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4년 후에나 ‘4년 전’ 남동생이 하고 있던 일에 대한 답을 받을 것입니다. 저에게도 남동생에게도 분명 현재였을 시간이 결국 시간의 혼돈으로 무의미해지는 거죠.
생각이 확장되면 무엇이 달라지나
저는 물리학자가 아니라서 이 책의 모든 과학적 이론을 이해해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만 책을 읽을수록 저자가 단순히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는 과학적 사실만 전달하려는 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짙어졌습니다. 우리가 흐른다고 믿고 있던 시간은 흐르지 않습니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살아간다고 생각했는데 그 현재라는 것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시간을 어떻게 이해하고 또 어떻게 그 시간 속에서 살아가야 할까요? 굉장히 철학적이면서도 심오한 질문이죠? 사실이라고 믿고 있던 것이 그렇지 않을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데는 꽤나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야 하니까요. 저도 아직 답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답을 찾아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시간에 대한 관점뿐 아니라 세상을 보는 시각도 달라졌습니다.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시간조차 허구의 개념일 수 있다는 충격적 생각의 전환으로 인해 ‘생을 살아가는 데 정말 중요한 개념이나 생각은 무엇일까?’ ‘진리라는 건 무엇일까?’ 하는 질문들이 꼬리를 물었거든요. 어쨌든 시간의 개념이 이렇다 한들 그와는 상관없이 인간은 살아가고 있습니다. 허구의 개념 속에서도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며 열심히 살아갈 원동력을 얻곤 하죠. 그런 걸 보면 ‘시간은 흐른다’는 허구적 진리가 오히려 인간에게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삶에 감사함을 느끼게 만든 것은 아닐까요. ‘시간은 본질적으로 기억과 예측으로 만들어진 뇌를 가진 인간이 세상과 상호작용을 하는 형식이며 우리 정체성의 원천이다. 그리고 우리 고통의 원천이기도 하다’는 저자의 말처럼 말입니다. 저는 오늘도 그저 후회 없는 저만의 시간을 살아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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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지식은 업데이트해야겠어요
삼천리북커스 정말 좋은 코너인것 같습니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꼭 읽어보고 싶네요.
너무도 좋은 책 소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