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Together Vol. 140  2023.11월호

빛깔 고운 만추에 여기 어때?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도종환 시인의 ‘단풍 드는 날’이다. 버려야 할 게 한둘이 아닌 걸 보니 인생도 나무와 다르지 않은 듯하다. 시나브로 흘러가는 계절 한가운데 서서 물끄러미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인생에서 아름다웠던 순간이라 기억되지 않을까. 빛깔 고운 만추에 인천과 고창으로 떠나보자.

글/사진. 임운석 여행작가

인천광역시 단풍 1번지, 인천대공원

청명한 하늘이 계절을 더욱 성숙하게 만들어간다. 가을이 한창 무르익어가는 만추를 즐기고 싶다면 인천대공원을 찾아보자. 인천시민들이 단풍 1번지로 꼽는 이곳은 관모산(160.8m) 자락에 걸쳐 있으며 소래산(299.6m)과 골을 맞대고 있다. 1996년 3월에 문을 연 인천대공원은 어느덧 장성한 청년처럼 성장했다.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경관을 선보이며 맑은 공기를 제공하는데 덕분에 365일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또 공원 주변이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도심 속 오아시스이자 허파와 같은 역할도 톡톡히 해낸다.

인천대공원에는 출입구가 여럿 있다. 지하철을 이용한다면 인천대공원역과 가까운 남문을 추천하고 버스나 자가용 이용객이라면 버스정류장이 많고 주차장이 넓은 정문이 편리할 것이다. 인천대공원은 호수정원을 중심으로 다양한 정원과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권역에 따라 감성존, 웃음존, 생태존, 힐링존이 있는데 그중 힐링존이 가장 넓으며 인천수목원이 있는 감성존은 자녀와 함께 나들이하기 좋은 곳이다. 정문 공원안내소를 지나면 감성존의 인천수목원과 연결된다. 아이들의 생태체험학습장은 물론이고 시민들의 자연친화적 여가활동과 식물 분야 학술활동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하반기 약용식물 시민강좌 ‘생활 속 약초교실’이 12월 22일까지 매주 금요일에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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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정원 옆 장미정원은 제철이 지난 탓에 스산하지만 그 옆에 자리한 온실은 사계절 푸른색을 뽐내는 식물로 가득하다. 노란빛이 특히 고운 아름드리 느티나무길을 지나면 조각공원과 탁 트인 잔디마당으로 이루어진 어울큰마당도 마주할 수 있다. 조각공원에서 호수정원을 따라 타박타박 발걸음을 옮겨보자. 이어지는 구간이 가을에 가장 인기 있는 코스다. 백범광장, 메타세콰이어길, 치유의 숲길, 무장애길 등이 모여 있는데 여기에 백범광장이 들어선 이유는 백범 김구 선생이 독립운동 중 일제에 붙잡혀 두 차례에 걸쳐 인천에서 수감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메타세콰이어길은 올곧게 자란 나무가 서로 키를 자랑하듯 하늘을 뒤덮고 있어 포토존으로 유명하다. 이 길을 지나면 휠체어나 유모차를 끌고 이동할 수 있는 무장애길도 잇대어 있다. 더 걷다가 치유의 숲길 초입에 이르면 생의 절정을 맞이한 단풍나무를 만날 수 있다. 여기에 잠시 멈춰보자. 그리고 햇빛을 받아 찬연한 단풍, 바닥을 수놓은 단풍 등 꽃보다 아름다운 단풍들을 바라보며 가을의 정취를 한껏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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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 : 인천대공원 032-466-7282

산기슭에 자리한 단풍 성지, 전북 고창

세계유산도시 고창은 오랜 역사와 청정한 바다, 아름다운 산세가 어우러진 고장이다. 특히 선운산도립공원과 천년고찰 선운사와 문수사는 이른바 단풍순례지로 소문난 곳이다. 선운산도립공원은 사계가 모두 아름답지만 가을이 으뜸이다. 이유는 울긋불긋한 단풍이 기암괴석과 어우러져 화려함을 뽐내기 때문이다. 또 천년고찰 선운사의 깊이 있는 운치와 도솔천을 따라 평탄하게 이어진 산책로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선운사는 한때 89개 암자와 189개에 이르는 요사(寮舍)를 품은 거대 사찰이었다. 지금도 명맥만큼은 유장하여 김제 금산사와 함께 전북 2대 본사로 통하고 있다. 선운사가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가수 송창식이 부른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라는 대중가요 덕분인데 노랫말에도 등장하는 선운사 동백나무숲(천연기념물)은 2월이 제철이다. 이 외에 보물로 지정된 대웅전과 만세루 등 다양한 문화유산도 보유하고 있다. 선운산도립공원의 단풍은 선운사에서 시작해 도솔천을 따라 이어진다. 그중 추심을 자극하는 곳은 선운사 앞 계곡에 비친 단풍나무의 반영이다. 이 풍경을 사진에 담기 위해 1년을 기다린 사진가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다. 도솔천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는 조붓한 숲길을 따라 도솔암까지 이어지는데 발길 닿는 길마다 화려해 그 앞에 선 사람은 누구나 모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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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에서 27km 가량 떨어진 문수사 또한 단풍순례지로 통한다. 신라 고승 자장율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문수사의 주변 단풍나무숲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천연기념물로 등록된 숲이다. 청량산 입구부터 문수사 입구까지 약 700m 구간. 단풍나무의 수령은 100년에서 400년으로 추정되는데 비탈진 산에 5백여 그루가 고로쇠나무, 졸참나무, 개서어나무, 상수리나무, 느티나무 등과 어우러져 자라 있다. 문수사 단풍나무는 대부분 당단풍보다 잎이 작은 아기단풍으로 잎이 9~11개로 갈라져 있고 잎과 열매가 당단풍나무에 비해 훨씬 작으며 열매가 수평으로 벌어진다. 나무는 우산모양을 닮아 신부가 드는 부케를 닮았다. 숲길에서 백미로 꼽히는 곳은 문수사 입구의 아름드리 단풍나무숲이다. 숲속에 발을 들이면 붉게 물든 단풍 덕에 어르신들의 낯빛도 홍조로 물든다. 단풍의 화사한 빛깔이 살아온 세월을 무색하게 할 정도다. 호젓한 단풍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단풍잎이 떨어지는 만추에 찾아보길 추천한다. 가을이 익는 소리는 발아래에서 나는 법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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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 : 선운산도립공원 063-560-8681

<깊어가는 가을의 지역별 빛축제 소개>

금세 어두워지는 가을 끝자락. 밤하늘과 마음을 아름답게 수놓을 환상적인 지역별 빛축제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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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최인혁님

    저도 종종 방문하는 인천대공원이 소개되서 넘 반갑네요 ^^ 가을 단풍 만나러 이번 주말에 다녀와야겠습니다~

  • 김윤희님

    단풍 사진으로나마 눈호강하며 힐링합니다. 좋은장소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청죽님

    매주마다 운동하러 방문하는 인천대공원의 가을 정취가 이렇게 화려하고 볼곳이 많은 줄 알게 되었네요.
    가끔은 운동도 좋지만 주변 산책도 하고 붉은 단풍으로 물든 고목들의 사진도 찍으면 좋을 듯 합니다.
    완상하고 갑니다.

  • 김태현님

    지금 만추에 시간 보내기 정말 좋은 장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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