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Together Vol. 114  2021.9월호

Life Story

여름과의 이별 가을과의 만남
초가을에 떠나는 감성 여행

인생은 수많은 이별과 만남의 연속이다. 그 여정에서 추억할 것과 잊힐 것을 구분하는 게 인생일 수 있다.
그렇다면 떠나 보내야 할 여름날의 추억은 무엇일까?
또 새롭게 만날 가을날의 기대는 무엇일까?
그에 대한 대답으로 뜨거운 열기가 한풀 꺾인 초가을에 만나는 안성과 남원을 소개한다.

글 / 사진. 임운석 여행작가

고요한 풍경에 마음이 편안해지는 경기도 안성

경기 남동부에 위치한 안성은 수도권과 가까워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하다. 안성에서 처음 찾은 곳은 고즈넉한 풍경이 인상적인 고삼저수지. 안성에서 가장 큰 저수지로 도시 어부들의 쉼터다. 수상좌대와 보트낚시를 운영하는 곳이 10여 곳에 이를 정도로 강태공들에게는 소문난 낚시터다. 낚시와 풍경까지 즐기고 싶다면 1박 2일로 머물러도 좋다. 특히 일교차가 큰 아침이면 저수지에 안개가 얕게 드리워 매우 몽환적인 모습도 볼 수 있다. 한편 고삼저수지 입구 봉산교는 알록달록한 조형물과 트릭아트로 꾸며져 있는데 봉산교 아래에는 무지개공원도 조성돼 있어 새로운 볼거리를 선사한다.

여름과 이별하고 가을과 만나는 9월. 초가을의 서정을 물씬 느끼기 좋은 곳으로 안성팜랜드도 있다. 1969년 10월에 문을 연 이곳은 현대적 낙농 기술이 낙후됐던 그 시절 독일로부터 젖소 2백 마리를 들여와 낙농 기술을 가르쳤던 한독낙농시범목장이었다. 그 역사를 반영해 우리나라 낙농업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팜랜드역사관이 운영 중이다. 뾰족지붕으로 지은 건물들이 즐비한 중앙광장은 독일의 마을을 보는 듯하며 낙농체험관, 목장체험, 동물체험 등 체험 거리도 풍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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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맘때는 드넓은 초원을 가득 메운 코스모스와 핑크뮬리가 최고의 볼거리다. 약한 바람에도 쉬이 흔들리는 꽃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팍팍한 일상의 시름이 모두 날아갈 것만 같다. 안성팜랜드 종합행사장(라파우자뮤지엄)에서는 미디어 아트 전시도 한창이다. 눈으로만 즐기는 평면적인 전시가 아니라 손으로 만지고 소리도 듣는 입체적인 전시다. 이번 전시는 자연이 인간을 초대하는 것으로 출발해 상상의 바다를 건너 판타지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테마로 작품 감상에 약 40분 정도 소요된다.

안성의 골목 구석구석을 걷다 보면 예쁜 벽화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그중 안성천과 함께 물 흐르듯 굽이치는 거리가 ‘추억의 6070거리’다. 오래된 건물들과 골목에서 느낄 수 있는 아날로그적 재미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비록 짧지만 옛 향수에 젖어봐도 좋을 듯하다. KBS1 도시기행 다큐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에도 소개된 적이 있다.

안성에서 독특한 풍경을 보고 싶다면 죽주산성을 찾아보자. 신라 때 처음 성을 쌓았다고 알려져 있으며 임진왜란 때 격전지였다.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은 잉카제국의 잃어버린 공중도시 마추픽추와 흡사하다며 입을 모은다. 안성에 그런 곳이 있을까 싶은 마음에 발걸음을 재촉했다면 성곽을 따라 걸어보면 된다. 울창한 수목이 길동무가 돼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상쾌한 기분도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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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리 방방곡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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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로맨스의 고장 전북 남원

「춘향전」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고전이다. 고전 속 주인공 춘향이와 이몽룡이 사랑을 꽃피운 곳이 남원이니 이별과 만남이 교차하는 이맘때 찾으면 어떨까 싶다. 첫 여행지는 옛 서도역이다. 산성역과 오수역 사이에 있는 이 역은 전라선 개량공사를 하면서 현재의 위치에 역사를 신축해 이전했다. 하지만 2008년 역무원이 상주하지 않는 간이역으로 격하되면서 역무실은 폐쇄됐다.

서도역이 특별한 이유는 보기 드문 목조건축물이라는 점과 최명희의 소설 『혼불』의 무대가 되었다는 점 그리고 인기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 제물포역으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역사 내부에는 드라마 대본과 주인공이 입었던 의상들도 전시돼 있어 마치 드라마 속으로 성큼 들어선 듯하다. 이에 오래된 철길과 메타세쿼이아 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매우 많다.

옛 서도역과 가까운 노봉마을은 최명희의 소설 『혼불』의 배경지로 알려진 곳이다. 서도역을 포함해 종가, 노봉서원, 청호저수지, 새암바위 등이 소설처럼 그대로 자리하고 있다. 일제강점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몰락해가는 매안 이 씨 종가를 둘러싼 가족사와 신분해방을 꿈꾸는 하층민들 간의 갈등을 다룬 작품이다. 문학관을 돌아본 뒤 청호저수지를 산책하며 문학의 향기에 취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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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전」 하면 광한루원(명승 제33호)이 먼저 떠오른다. 중심 누각인 광한루(보물 제281호)는 전설 속 달나라 미인 항아가 산다는 광한청허부에서 이름을 따왔다. 누각 주변엔 은하수를 상징하는 호수가 있고 견우와 직녀를 만날 때 건너는 오작교도 있다. 호수에는 봉래섬, 방장섬, 영주섬이라 부르는 삼신산을 만들어 놓았는데 이 모든 것이 조선시대 사람들의 우주관에서 비롯됐다. 선선한 갈바람과 야경의 특별한 매력을 즐기고 싶다면 저녁을 노려보자.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야간개장에 맞춰 방문한다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야경을 마주할 것이다. 야간은 무료다.

광한루원 인근에 있는 춘향테마파크는 「춘향전」의 내용을 모두 다섯 마당으로 나눠 조성해놓았다. 춘향과 몽룡의 만남부터 이별과 시련, 재결합까지 대표적인 장면을 실물 크기 모형으로 재현해놓아 현장감이 느껴진다. 이곳도 역시 야간에는 무료개장이다.

춘향테마파크에서 함파우길로 향하면 독특한 외관을 자랑하는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이 있다. 마치 큐브하우스처럼 생긴 이 미술관 바닥엔 물이 담겨 있어 보는 이들에게 여유를 선사한다. 그래서 관람객들은 건물 앞에 서서 물을 물끄러미 응시하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발걸음을 옮기곤 한다. 모르긴 해도 바쁜 일상에 작은 여유가 느껴져서일 것이다. 미술관은 남원 출신의 화가이자 작가인 김병종의 대표작 4백여 점을 기증받아 2018년 3월에 개관했는데 전원의 고즈넉한 풍경과 어우러져 마음에 작은 위로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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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리 방방곡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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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 이준범님

    경기도 안성에도 명소가 많네요~~ 핑크뮬리 보러 가면 좋겠습니다.
    죽주산성 풍경도 무척 시원하고 좋네요.

  • 서덕인님

    남원 광한루 인근에 춘향테마파크가 있었네요. 어머니께서 가끔 그 곳에 가 보고 싶다고 하셨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못 모시고 갔었어요. 이번 기회에 꼭 가 보고 싶어요~^^

  • taesoo12님

    우리가 멈춰야 코로나도 멈춘다는데.....  떠나고 싶어지네요.

  • 최인혁님

    생생한 여행 사진과 글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것 같네요 ^^
    기회가 되면 저도 꼭 안성과 남원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습니다~

  • 곽정호님

    집에서 멀지 않아서 몇번 가봤던 안성의 명소들이 소개되었네요ㅎㅎ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경기도 사시는분들은 멀지않으니 꼭한번 방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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