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Together Vol. 114  2021.9월호

Special Story

도시가스 타공사 사고와 EOCS 제도

1995년 대구 상인동 사고를 계기로 국내 도시가스 안전관리 제도는 큰 변화를 맞았다.
그러나 타공사로 인한 사고가 지속되며 2005년 굴착공사원콜시스템(EOCS: Excavation One-Call System) 제도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 됐다. 서울에서 시범운영되던 EOCS는 2008년 전국으로 확대돼 현재에 이르렀으며
굴착공사원콜센터의 역할도 커졌다. 현재는 도시가스뿐 아니라 고압가스와 LPG배관망까지도 관리대상에
편입됐고 타공사로 인한 지하 매설배관 파손사고를 예방하는 파수꾼 역할을 톡톡히 수행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타공사로 인한 배관 파손사고 위험성은 상존한다.
변화기를 맞고 있는 EOCS의 역할과 과제는 무엇일까?

글/사진. 산업인뉴스 황무선 편집국장


도시가스배관 파손사고의 위험성

다양한 형태의 사고 중 가장 위험천만한 사고가 바로 타공사에 의한 도시가스배관 파손사고다. 국내 가스사고 역사에서 가장 참혹한 사고로 기록을 남긴 1995년 대구 상인동 지하철공사장 가스폭발사고가 바로 타공사에 의한 사고였다. 사고장소 인근에서 백화점 신축공사를 위해 지반을 다지는 천공작업 중 지하에 매설된 가스관을 파손한 것이 원인이었다. 35년 전 이 사고를 계기로 국내 도시가스의 안전관리 제도 역시 큰 변화를 맞았다.

하지만 이 같은 사고의 위험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사회가 발전하고 도시가 고도화되며 지하 매설물들이 갈수록 증가하고 복잡해지고 있다. 과거 상하수도와 도시가스가 전부였던 지하공간에 통신망을 비롯해 전력이나 지역난방 등 수많은 지장물들이 끼어들며 공간을 채우고 있다. 지하를 관통하는 지하철공사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지하철뿐 아니라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하 고속도로들도 새로 기획돼 대구 상인동 사고와 같은 위험성은 아직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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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스 안전관리 제도의 변화

대구 상인동에서 발생한 지하철공사장 도시가스 폭발사고는 1980~1990년대 천연가스의 도입으로 급격히 대중화되던 도시가스 산업의 인식 또한 근본적으로 바꾼 계기가 됐다. 사고 이후 안전관리 제도와 정책도 크게 달라졌다. 서울 아현동 가스공사 밸브기지 폭발사고와 대구 상일동 사고 이전만 해도 국내 도시가스 정책은 안전관리보다는 더 많은 세대에 가스를 공급하기 위한 보급 위주였다. 당시 가스안전공사를 제외하고 안전관리 전담 조직의 규모와 인원도 배관길이와 회사 규모에 비해 미흡한 실정이었다. 전체 구성원의 약 60~70%를 차지하는 현재의 안전관리 조직과 비교해보면 당시 도시가스사는 공사팀과 영업팀이 회사 내에서 더 우선시됐다. 게다가 공급품질이나 안전검사도 체계적으로 마련되지 않았다.

1990년대 초중반 발생하던 도시가스 사고를 보면 26.1%가 굴착공사로 인한 가스배관 파손사고들이다. 규모는 작아도 동일한 유형의 타공사 사고가 대구 상인동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 발생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구 상인동 사고를 계기로 드러난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타공사 사고들은 도시가스배관에 대한 체계적 관리 부실과 굴착공사 업무 종사자들의 인식 부족이 원인이었다. 이에 정부는 가스에 대한 종합적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성을 인식했다. 이에 개선계획을 마련하기 시작해 정부 중앙안전점검회의에 ‘가스안전관리체계 개선 계획(안)’이 제출됐고 8월 4일 공포돼 시행에 들어갔다.

‘종합적 안전관리 시스템’이란 가스사고 방지를 위해 가스공급자와 수요자 시설의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동시에 가스안전연구개발 업무를 확대함으로써 사고예방 기술을 정부 중심으로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구체적 시행방안으로 정부는 GSMS(가스안전관리체계)를 도입했고 관리감독기관인 가스안전공사에는 가스안전기술연구센터를 신설했다. 타공사 사고예방과 이상시설의 조기발견을 위해 ▲배관안전점검 제도 ▲도시가스배관 시공감리 제도, 상시 타공사가 이뤄지는 대형공사장에 대한 ▲가스안전영향평가 제도 등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제도들도 새로 도입했다.

정부 종합대책 전후 국내 가스사고 발생건수에 주목해보자. 대구 상인동 사고 발생 이전 1994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발생한 가스사고는 90년 59건, 91년 85건, 92년 93건, 93년 83건, 94년 114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대구 사고 당시인 95년에는 531건으로 연간 최고치를 갱신하며 전년대비 5배 가까이 증가했다.

원인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보면 1987년 이후 도시가스배관망 확충에 따라 국내 LNG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하게 된 것이 큰 이유다. 또 급격히 사고율이 늘어난 것은 94년과 95년 잇따른 대형사고를 경험한 국민들의 가스사고에 대한 두려움과 경각심이 커지며 관심 받지 못했던 가스누출에 대한 신고가 늘어난 것도 원인이다. 다행히 이후 정부 종합대책이 시행되며 사고는 감소했다. 96년 505건, 97년 392건, 98년 279건, 99년 162건 등 정부의 강력한 사고예방 대책이 지속적인 사고 감소를 이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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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적 안전관리 개선 대책 이후

정부는 타공사로 인한 도시가스배관 파손을 막기 위해 굴착공사 시 지하 지장물의 매설상황을 조사하고 동시에 도시가스사업자와의 협의를 의무화했다. 또 굴착부터 완공까지 전 과정을 제3자 기관이 감리하도록 하는 ‘시공감리 제도’와 시공에 따른 안전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가스안전영향평가 제도’도 마련했다. 지장물의 정확한 관리를 위해 지하배관의 전산화도 시작하고 가스배관 손상방지기준도 새로 마련했다. 과도한 규제라는 비난 속에서도 도시가스배관 15km마다 안전점검원을 배치토록 법령도 개정했다. 매일 관로를 순찰하며 타공사 또는 가스누출 등의 여부를 감시하는 의무를 수행토록 정부가 전례 없는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이처럼 서울 아현동 사고와 대구 상인동 사고를 겪으며 도시가스 안전관리를 위한 다양한 제도들이 도입돼 전체적인 사고 숫자는 줄었다. 그런데도 타공사에 의한 도시가스배관 파손사고는 매년 반복됐다. EOCS의 도입 전까지만 해도 굴착공사자가 도시가스사업자를 직접 방문해 관련서류를 첨부해야만 매설상황 확인을 요청할 수 있는 등 타공사 관련 협의절차와 과정이 복잡했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도를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사고가 계속됐다. 새로운 제도가 도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사고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도시의 집중화로 기반시설인 상·하수도, 전기, 통신, 가스, 지역난방 등 지하 매설물은 더욱 증가했고 앞서 매설된 것들 역시 노후로 인한 교체와 보수가 필요해지며 굴착공사로 인한 사고위험성이 더욱 높아졌다. 정부와 지자체를 중심으로 지하 매설물 현황파악을 위한 GIS(Geographic Information System)가 구축되기 시작했지만 전체를 아우르는 NGIS(National Geographic Information System)는 현재까지도 구축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매설물 운영자 간의 협조체제 역시 유기적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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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공사 사고 지킴이 EOCS 제도

이에 정부는 타공사로 인한 도시가스배관 파손사고를 보다 근원적으로 예방하자는 취지로 2005년 ‘굴착공사원콜시스템(EOCS : Excavation One-Call System)’을 도입했다. 2005년 9월 30일 한국가스안전공사 본사에 굴착공사원콜센터를 개소하고 시범운영 이후 가동을 시작해 2008년 7월 전국으로 확대 시행했다. 이렇게 도입된 EOCS가 올해로 15년차를 맞았다.

굴착공사원콜시스템은 굴착공사자가 전화 또는 인터넷을 통해 공사계획을 가스안전공사에 설치된 콜센터로 신고하면 자동으로 해당사항을 도시가스사에 통보하는 시스템이다. 복잡한 절차를 생략해 굴착공사자와 도시가스사가 공사현장에서 만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절차를 효율화했다. 도입 당시만 해도 굴착공사원콜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는 곳은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영국, 호주, 핀란드 등에 불과했다. 미국의 경우는 당시 50개주 1백여 곳에서 원콜센터가 운영되고 있었고 국내 도입된 EOCS 시스템은 이 중 버지니아주 콜센터모델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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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OCS 도입 후 타공사 사고의 변화

EOCS가 도입되면서 미신고 불법 굴착공사 사례가 상당수 근절되는 효과를 거뒀다. 통계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0년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타공사 사고는 총 129건인데 이 중 도시가스 관련 타공사 배관 파손사고가 118건, 고압가스 7건, LPG 4건 순이다. 중요한 점은 2000년 이후 타공사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가 현격히 줄었다는 점이다. 2000년부터 20년간 발생한 129건의 타공사 사고 중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가 단 한 건도 없다. 부상자가 발생한 사고 역시 4건에 불과했고 4명만 부상을 입었다.

이처럼 EOCS 제도는 타공사로 인한 도시가스 사고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감당했다. 도시가스사와 굴착공사자가 공사를 협의하지 않고 굴착을 진행하거나 공사 사실을 신고하지 않는 사례도 EOCS 도입 후 크게 줄어들었다. EOCS가 전국으로 확대된 2008년 이후 국내에서 발생한 타공사 사고는 지난해 말까지 총 70건이었다. 지하 매설물의 증가로 인해 협의대상이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EOCS 제도 도입은 관련 사고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이다.

그런데 제도 도입 이후 2015년까지는 연평균 3건으로 사고가 크게 감소했지만 2015년 이후부터는 다시 사고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다만 과거와 비교해 달라진 점은 사고가 대부분 사용자 부지 내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또 굴착자의 미신고로 인한 사고 역시 7건을 차지하는 등 EOCS 제도 역시 이전과 달라진 환경변화에 따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굴착공사가 근본적으로 크게 늘어난 점도 최근 다시 사고가 증가하는 원인이다. EOCS가 전국으로 확대된 2009년도 굴착센터로 신고된 타공사 건수는 13만 8,664건이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2020년 타공사 신고 건수는 26만 3,614건으로 늘었다. 매설상황 확인 대상사업자도 도입 초기와 비교해 20배 이상 증가했다. 또 2015년부터는 고압가스배관도 EOCS 관리대상으로 포함됐고 지난해부터는 LPG배관망까지 포함되는 등 신고자와 신고대상 모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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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변화 따른 굴착정보지원센터 변화 요구

이에 EOCS 제도 도입 15년차를 맞은 굴착정보지원센터는 최근 중장기 발전방안을 마련 중이다. 과거와 달라진 여건과 환경 등을 고려해 업무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배관등록정보 구역단위 개편 ▲재해 대비 시스템 이중화 ▲굴착공사 사고 완화 ▲대상 사업자별 굴착공사 개선방안 마련 등 단계별 발전계획을 구상 중이다.

이 중에서도 굴착정보지원센터는 가장 시급한 과제로 공급권역 세분화를 꼽는다. 현행 법정동과 지번주소로 구성된 배관등록정보를 도로명과 건물주소 체계로 변경해 도시가스사 등 배관 관리자들에게 보다 정확한 위치정보를 제공할 필요성을 느끼며 타공사 진행지점을 보다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 배관관리자의 불필요한 현장 방문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으로 인해 제2센터의 설치도 필요해졌다. 코로나19로 센터가 폐쇄되거나 지진과 화재 등 재난상황으로 센터가 파괴될 경우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굴착정보지원센터는 현재 비상상황에 대비해 업무의 연속성을 확보해야 하는 현실적인 위기가 구체화됨에 따라 재해복구 수준별로 미러사이트(Active-Active), 핫사이트(Active-Stand by), 웜사이트, 콜드사이트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자칫 감염병이나 재난 등으로 EOCS 업무가 중단될 경우 업무의 공백상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굴착공사 사고 완화도 새로운 시대적인 요구가 됐다. 최근 발생하고 있는 타공사 사고의 상당수가 공급배관이 아닌 사용자 단지 내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용자 단지 내의 경우는 무단굴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단지 내 배관위치에 대한 정보 역시 공급배관과 비교해 미비한 수준이다. 이에 제도보완을 비롯한 계도방안을 마련하고 사용자 부지 내 역시 매설배관의 위치와 공급자 도면을 정합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업자별 굴착공사 개선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과거 도시가스 중심의 EOCS는 고압가스와 LPG배관망으로까지 확대된 상황으로 과거 도시가스 중심으로 운영돼왔던 굴착공사정보지원센터의 업무는 법과 대상사업자별로 관리 실태를 새로 파악하고 문제점 및 개선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 이 기사는 기고자의 견해로 삼천리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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