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Together Vol. 112  2021.7월호

Life Story

몸과 마음에 시원한 바람이 부는 곳
화성 실크로드 & 용인 한택식물원

작열하는 태양볕 따라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풍경과 식물이 내뿜는 기분 좋은 향기.
코로나블루로 답답한 이들을 위로하는 자연은 힐링 그 자체다. 이에 올 여름엔 바다와 숲을 오가며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하고 또 더위를 피해보는 건 어떨까? 물론 그저 랜선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휴식은 충분할 것이다.

글 / 사진. 임운석 여행작가

고즈넉한 바다 벗 삼아 바람 맞으며 자박자박

세상이 통째로 찜통에 들어간 듯 무더운 여름. 후텁지근한 기운이 여기저기서 밀려온다. 습관적으로 손부채질을 해보지만 여름 더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딱 이맘때 고즈넉한 바다를 벗 삼아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박자박 걷기 좋은 곳이 있다. 경기도 화성의 제부도, 궁평항, 전곡항 등. 이름만 들어도 숨통이 트일 것 같다. 특히 뉘엿뉘엿 저무는 해가 아득한 수평선으로 들어갈 무렵 이곳의 풍광은 처연하고도 곱게 빛을 발한다. 일평생을 살면서 수도권에 이런 곳이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았다면 후회막급할 노릇이다.

화성시는 궁평항에서 전곡항까지 이르는 이 길을 ‘화성 실크로드’라고 이름 붙였다. 총 길이는 16km이며 5시간 남짓 걸린다. 화성 실크로드에서 아름다운 바다풍경 감상은 필수. 무엇보다 해넘이가 백미다. 천혜의 생태자원인 갯벌에서 다양한 어촌체험도 가능하다.
방방곡곡 방방곡곡

화성 실크로드의 시작은 해양레저의 중심인 전곡항에서 출발하는데 세계요트축제가 열리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여기서는 누구나 순백의 요트를 타고 이국적인 풍경 속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그렇게 이국적인 흥취에 빠졌다면 모세의 기적처럼 바다가 갈라지는 신비로운 체험도 빼놓을 수 없다. 하루에 두 번 물때에 맞춰 길이 열리는 제부모세길을 건너면 육지와 다른 섬의 정취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제부도 해안을 따라 설치된 데크길이 있어 여유롭게 산책하기에도 그만이다.

길은 바다를 조망하며 걷기 좋은 해안 산책로와 송림숲을 거니는 숲길 그리고 찰랑찰랑 바닷물 소리를 들으며 걷는 해변길 등 매우 다양하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바다풍경과 파도소리가 더없이 여유롭고 정겹다. 쉬엄쉬엄 거닐며 제부도에서만 한나절을 보내도 아쉬울 것 없겠다. 해안을 따라 들숨과 날숨처럼 바닷물이 들이치고 밀려나는 모습에 잠시 복잡했던 세상만사도 언제 그랬냐는 듯 시나브로 잊힐 것이다.

자녀와 함께라면 천일염 생산지인 공생염전체험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순백의 소금꽃이 피어난 염전을 지나면 백미리 어촌체험마을에 이르는데 화성은 물론 경기도권에서 꽤 유명한 곳이다. 수평선을 향해 달음박질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갯벌을 넉넉하게 채운다. 작은 어촌이지만 조개잡이를 비롯해 카누체험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있어 여름날이 즐겁다. 그리고 백미리 어촌체험마을을 지나면 길은 종착지인 궁평항에 닿는다. 이곳에서 화성 8경 가운데 4경으로 손꼽히는 궁평 낙조의 해넘이 절경을 만날 수 있다. 석양이 절정에 이르면 노란 호박빛으로 물든 서해가 환상적이니 끝까지 마음이 행복하기만 하다.
방방곡곡 방방곡곡

삼천리 방방곡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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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 우거진 숲에서 식물과 함께하는 힐링

식물원에서는 굳이 달력이나 시계가 필요 없을 듯하다. 이맘때 봄꽃은 이미 꽃잎을 떨어뜨렸고 여름꽃은 치열하게 꽃봉오리를 올리니 말이다. 그 사이 푸른잎 작은 움에서는 가을꽃이 슬며시 고개를 내민다. 한택식물원은 1979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옥산리에 문을 열었지만 정식 개원은 1984년이었다. 정식 개원이 늦은 이유가 식물원을 채울 식물 가족을 찾지 못해서였는데 지금은 66만㎡의 산기슭에 36개 테마정원과 자생식물 2,400여 종, 외래종 7,300여 종 등 총 9,700여 종의 식물을 보유한 국내 최대 사립종합식물원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비밀의 화원 촬영지로 유명세를 치렀으며 역대 대통령들이 꼭 한 번 이상 다녀간 곳으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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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녹음 짙은 여름날 용인 한택식물원에 발을 들이면 문득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가 떠오른다. 사계절의 변화에 따라 피고 지고를 반복하는 꽃들이 식물원에 가득하기 때문이다. 식물원은 테마별로 이름을 지었는데 아이리스원, 원추리원, 침엽수원, 무궁화원, 숙근초원, 암석원, 관목원, 나리원, 억새원, 음지식물원, 수생식물원, 희귀식물원, 호주온실, 중남미온실, 남아프리카온실 등 이름표가 붙은 곳마다 꽃말과 사연이 가득하다. 그 숱한 사연들은 식물원 내 침엽수길, 계류원, 백송길, 매화길, 목련길, 산수유길, 아까시나무길을 따라 물길처럼 굽이굽이 이어진다. 길에도 특징이 있다. 원래 있던 계곡이나 지형지물을 자연 그대로 살리면서 양지, 음지, 반음지 등으로 나눈 것이다. 또 한택식물원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기로 유명한데 생물들의 공존과 천적관계를 고려해 다양하게 조성하기도 했다.

온실에 발길을 들이면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에 나오는 바오밥나무를 마주할 수 있다. 신이 거꾸로 자라게 했다는 전설처럼 특이한 모양에 많은 사람들의 눈길이 사로잡힌다. 나무 높이 7m, 둘레 3.5m의 국내 최대 크기다. 호주 퀸즐랜드와 뉴사우스에 서식하는 것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곳에서만 볼 수 있다.

숲은 심리 안정, 우울증, 불안감 해소, 대인관계 개선에 좋다고 한다. 또 음이온, 피톤치드 등이 면역력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모두가 코로나블루로 힘든 요즘 집과 사무실에 작은 화초를 가꾸는 여유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 아울러 랜선 식물원 여행으로 잠시 마음에 쉼을 얻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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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리 방방곡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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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 이준범님

    제부도 어렸을 때 갔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 다시 가보고 싶네요^^

  • 황윤성님

    가 보고 싶내여

  • taesoo12님

    바다도 보고싶고 식물원도 가고싶고.
    어디든 떠나고 싶어지네요.

  • 최인혁님

    화성 실크로드 & 용인 한택식물원 두 곳 모두 사진만 봐도 정말 아름다워서
    저도 힐링의 시간을 만끽하러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드네요 ^^
    좋은 글 감사합니다~

  • 김영선님

    알찬 정보 감사합니다~!

  • 최윤정님

    염전체험과 어촌체험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네요.화성실크로드 꼭 아이들이랑 가봐야겠어요

  • 김태현님

    바람이 쉬원한 곳 떠나고 싶네요

  • 구희영님

    복잡한 도시를 떠나서 둘러보기에 너무 좋은 곳이네요 풍경도 너무 아름다워요

  • 지소영님

    울창한 숲과 자연광경을 실제로 보면너무 시원하고 행복해질 것 같아요 가보고 싶네요

  • 도사랑님

    코로나19로 인해 여름휴가가 취소되어 아쉬웠는데 화성과 용인으로 간단한 드라이브와 나들이를 가보고 싶어지네요 ㅎㅎ 좋은 정보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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