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Together Vol. 133  2023.4월호

Life Story

절정의 봄을 만끽하는 방법

하루가 다르게 해가 길어진다. 신선한 아침 햇볕과 따사로운 한낮의 태양은 대지를 골고루 어루만진다. 그 덕에 칙칙한 잿빛이던 들판에 푸른 기운이 가득하다. 그 위로 어여쁜 봄이 사뿐사뿐 걸으며 꽃바람을 날린다. 생수 한 통과 운동화 한 켤레만 있으면 어디든 떠나고 싶은 계절. 수원과 강화도로 봄꽃 여행에 나서보자.

글/사진. 임운석 여행작가

정조의 꿈이 어린 도시 수원을 봄꽃 따라 걸어보자

수원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수원화성을 품은 역사도시다. 수원화성은 조선의 부흥을 이끌었던 정조대왕이 직접 계획하고 만든 계획도시였다. 아버지 사도세자의 불행한 죽음을 묵과할 수 없었던 그는 사도세자의 능을 화성으로 옮기면서 수원 역사를 써 내려갔다. 무의미한 당쟁정치를 쇄신하고 강력한 왕도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정조는 정약용을 기용해 행궁을 짓고 성곽을 쌓았다. 조선의 르네상스를 꿈꿨던 그의 비전은 수원화성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수원화성은 사계절 언제 찾아도 좋지만 꽃바람 부는 요맘때를 놓칠 수 없다. 팔달산(128m)을 끼고 이어지는 성곽길에 벚꽃과 철쭉, 능수버들이 피어나 사람들의 마음에 봄바람을 지핀다. 봄꽃 산책의 첫 시작은 행궁이다. 이곳에 정조의 효심이 잘 나타나 있는데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장수를 기원하는 회갑연, 진찬례를 이곳에서 치렀다. 행궁 안에서는 조선시대 전통의상 체험, 뒤주 체험 등을 할 수 있고 앞마당에서는 무예24기 등 각종 공연을 볼 수 있다.

행궁에서 나와 곧장 서장대로 향해 팔달산 정상까지 가파른 계단을 10여 분 오르면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른다. 산 정상에 있는 서장대는 정조가 군사훈련을 진두지휘하던 지휘소로 화성의 하이라이트 구간이며 수원 최고의 전망지로 손꼽힌다. 군데군데 꽃망울을 터트린 벚꽃은 성곽에 색감을 더한다. 행궁을 시작으로 구불구불 성곽이 이어지는데 안팎에는 크고 작은 건물들이 오밀조밀하게 모여 앉아 있다.


방방곡곡 방방곡곡

서장대에서 화서문으로 가는 길은 완만하고 걷기 좋아 봄꽃과 더불어 걷다 보면 콧바람이 절로 난다. 화성 4대문 중 서문인 화서문은 원래 모습이 잘 보존돼 있어 보물 제403호로 지정됐는데 성문을 감싼 반원 모양의 옹성이 특히 아름답다. 발걸음을 재촉하면 화성 정문인 장안문과 수원천을 잇는 화홍문에 이르러 방화수류정에 발걸음이 닿는다. 이곳은 군사지휘소 역할은 물론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는 정자 기능까지 더하던 곳이다.

여기서 몇 걸음 가지 않아 도착하는 동장대. 무예를 수련하던 곳이라 연무대라 부르는 이곳에서는 활쏘기(국궁) 체험을 할 수 있다. 과녁판 뒤로 동북공심돈이 눈에 띈다. 공심돈은 성곽 주위와 비상 시 적의 동향을 살피는 망루로 화성에는 서북과 남쪽에 세워져 있다. 건축 당시에도 그랬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이국적인 모습이다.

창룡문을 지나면 마지막 팔달문까지 치성과 포루가 연이어 등장한다. 치성은 성곽에서 바깥으로 튀어나온 시설이고 포루는 치성 위에 지은 목조건물인데 군사들이 망을 보며 대기하던 곳이다. 팔달문에 이르면 지동시장, 영동시장, 팔달문시장으로 연결된 분주한 저잣거리가 잇대어 있다. 치킨골목을 비롯해 만두 등 각종 먹거리가 풍부하니 봄꽃 산책의 마무리로 이보다 좋을 수 없다.


방방곡곡 방방곡곡

* 문의 : 수원종합관광안내소 031-228-4672

진달래 바닷속으로 파묻힐 강화도 고려산 산행에 나서보자

등산 인구가 예전보다 많이 늘었다. 평소 등산을 즐기지 않더라도 1년 중 딱 지금이 적기인 봄꽃 산행은 놓치기 아쉽다. 봄철 산에 군락을 이뤄 피는 꽃은 단연 진달래와 철쭉이다. 대구 비슬산, 여수 영취산, 창녕 화왕산이 대표적인데 대부분 영호남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수도권에는 강화도 고려산(436m)이 있으니 말이다. 이곳은 앞서 나열한 명산에 버금가는 진달래군락지로 이름이 높다.

고려산의 원래 이름은 오련산이었는데 몽골이 고려를 침략하자 강화도로 천도하면서 고려산으로 이름이 바꿨다. 고려산에는 고구려 장군 연개소문이 살았던 것으로 알려진 집터와 무술을 연마하고 군사훈련을 시켰다는 치마대, 말에게 물을 먹였다는 5개의 연못 오련지가 남아 있다. 원래 고려산에는 지금처럼 진달래가 많지 않았다. 1980년대쯤 산불이 크게 났는데 그때 나무들이 죄다 불타버리고 민둥산이 됐다고 한다. 이후 자생력 강한 진달래를 심어 지금에 이른 것이다. 산불이 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덕에 지금처럼 진달래군락지가 조성됐으니 아이러니하다.

방방곡곡 방방곡곡

고려산 산행코스는 다양하다. 백련사를 기점으로 고려산 정상, 진달래군락지, 고인돌군, 낙조봉을 거쳐 미꾸지고개로 하산하는 코스의 경우는 총거리 7.4km이며 소요시간은 약 3시간 정도다. 가장 짧은 코스는 청련사를 기점으로 고려산 정상을 거쳐 고비고개로 내려오는 코스인데 총거리 3.4km이며 소요시간은 1시간 남짓이다. 진달래를 보러 간다면 일반적으로 백련사코스를 찾는다. 입구부터 길목마다 벚꽃과 개나리가 피어 상춘객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데 특히 등산 진입로를 따라 들어서면 진달래꽃이 수줍은 듯 모습을 내비친다. 이 즈음엔 화려한 등산복과 봄날의 색감이 더해져 산행의 설렘이 가득하다.

백련사를 지나 15분 정도 오르면 고려산 정상 전망대가 나온다. 서쪽 멀리 아득한 갯벌과 서해바다가 눈에 들어올 텐데 탁 트인 전망에 만족하긴 이르다. 진달래의 명산, 고려산의 하이라이트는 시작도 안 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10여 분을 더 걸어가면 그야말로 진달래군락지 속에 파묻히게 된다. 산 전체가 온통 분홍빛 진달래로 물들어 가슴까지 점령당한 기분일 터다. 나무데크로 이어지는 완만한 산책코스는 진달래를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다. 특히 고려산 진달래꽃은 내륙의 꽃보다 색이 선명하고 고운데 아마도 강화도의 맑은 공기와 해풍이 한몫하지 않았을까 싶다.

방방곡곡 방방곡곡

* 문의 : 강화군 터미널 관광안내소 032-930-3515

댓글 11

  • 김호철님

    수원과 강화도로 나서는 봄꽃 여행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 이준범님

    수원을 봄에 가본 적은 없는데 한번 가봐야겠어요!
    성곽길 걷고 행궁열차도 타봐야겠어요.

  • 최인혁님

    저도 수원과 강화도로 봄여행 떠나보고 싶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 전영철님

    덕분에 멋진 구경하였습니다~^^;

  • 이진원님

    서울에 살고 있으면서도 가깝다고 하면 가까운 수원을 자주 가보지 못했던거 같아요.
    이렇게 이쁜 사진과 함께 수원의 방방곡곡을 보게 되니 이번 달에 한번 수원을 놀러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글 좋은 사진 감사드립니다~

  • 송민주님

    저도 이번에 고려산 진달래 군락지 다녀왔어요. 제가 본 모습보다 더 아름답고 화려하게 사진이 잘 나와서 좋습니다.
    이런 좋은 곳, 소개해 주셔서 늘 감사해요.
    꼭 읽어보는 페이지랍니다.
    수원화성도 예전에 가봤지만, 기사보니 또 가고 싶네요

  • 연정아님

    코로나가 끝나고 외출이 자유로워지니, 봄꽃들의 향연들이 더욱 이쁘게 보이더라구요~~~
    봄이 다 가기전에 봄꽃놀이 열심히 다녀야겠습니다.

  • 이경재님

    여행에 대한 게시글 잘 보았습니다. 여행도 하고 우리나라 역사도 공부 하고  정말 좋네요.  자세히 설명하여 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 송준선님

    - 꼭 한번 시간 내서 가봐야겠네요.

  • 김태현님

    사진을 보니 강화도를 경험해 보고 싶네요

  • 도사랑님

    가족과 함께 다녀오고 싶은 곳이네요. 나들이 삼아 산행하다 보면 예쁜 사진도 많이 찍고, 추억도 많이 남길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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