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Together Vol. 133  2023.4월호

People Story

다른 듯 닮은 두 작가와의 흥미로운 만남

김진명 작가의 『싸드』를 읽던 중 주변에서 “김진명 작가가 한국의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최상호 과장은 흥미가 생겨 지난해 11월부터 지금까지 두 작가의 책을 번갈아 읽고 있다. 그렇게 읽은 책이 십여 권. 이에 흥미로운 두 작가의 이야기와 추천작까지 함께 소개한다.


삼천리ENG 기획관리팀 최상호 과장

포커스 포커스

싸드로 시작된 두 작가와의 만남

이 독서 릴레이의 시작에는 김진명 작가의 『싸드』가 있습니다. 싸드는 군사용 레이더 설치 찬성과 반대라는 단순한 이슈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더군요. 한반도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심각한 정치적·군사적 딜레마에 빠져 있고 싸드 설치 후보군에는 처음부터 수도권이 제외됐고 또 미군이 전방을 버리고 평택으로 이전한다는 점까지 종합해볼 때 앞으로 한반도에서 벌어질 전쟁의 양상이 적나라하게 반영돼 있는 것이더라고요. 이에 소시민에서 깨어나야 할 것 같은 울림이 와 후배에게 얘기를 했는데 여러 이야기 끝에 후배가 “김진명 작가가 한국의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이때 처음으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를 듣게 됐고 이처럼 흥미롭게 글을 쓰는 작가가 타국에도 있다고 생각하니 매우 설렜습니다. 물론 두 작가의 색채는 조금 다르지만 어쨌든 그때부터 저는 두 작가의 작품을 번갈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를 소개합니다

우선 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 미스터리의 거장입니다. 이름은 몰라도 작품명은 누구나 한번쯤 들어 봤을 겁니다. 대표적으로 『브루투스의 심장』 『호숫가의 살인사건』 『범인 없는 살인의 밤』 『백은의 잭』 등이 있죠. 이 작가의 작품 특징은 범인이 누구이고 왜 범죄를 저질렀을까, 계속 생각하면서 읽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중반 정도쯤에선 범인을 추리해보는 재미도 있지요. 처음부터 범인일 것 같은 사람은 뻔하고 전혀 생각지 못한 사람이 범인이면 뒷부분이 장황해 긴장감이 떨어질 테니까요. 작가는 미스터리라는 장치로 독자와 밀당을 잘해 범인과 범죄동기를 독자에게 퀴즈 내는 것 같기도 합니다. 또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끝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게 만들죠. 그래서 결말까지 가면 수긍하고 감탄을 자아낼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이야기는 흥미롭게 전개되면서도 사건의 진상을 보면 적나라한 인간 폭로도 나와 한번 더 놀라게 만듭니다. 범인이 드러나는 순간 만나게 되는 인간의 민낯 또는 욕망으로 인한 상처들은 놀라울 정도죠. 특히 『백야행』에서는 인간이 이렇게까지 추할 수 있다는 것, 죄와 상처가 되물림되면서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어버리는 상황이 나와 주인공에 대한 분노와 연민의 여운이 오래 남기도 했습니다.


김진명 작가를 소개합니다

김진명 작가의 작품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한반도입니다. 그는 강대국 사이에서 우리의 것을 지키고 이어가는 이야기, 한반도에서 살아왔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로 그리고 있습니다. 『고구려』와 『살수』도 단순히 흥미로운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강대국 사이에서 정치적 딜레마에 직면하면서 전쟁과 침략을 당하는 상황에서도 어려움을 이겨낸 한반도 사람들의 지혜와 용기를 담은 서사라 할 수 있죠. 물론 지금 이 시대 한반도에서 사는 사람들의 모습은 많은 부분이 달라졌을 겁니다. 그러나 한반도가 처해진 상황도 그런가요? 우리는 여전히 미국, 중국, 일본, 북한에 둘러싸여 정치적·경제적·군사적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이에 작가는 이 상황이 멀리 있는 일처럼 느껴지지 않게 개인의 스토리를 활용하곤 합니다. 『싸드』와 『미중전쟁』을 보면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등장인물이 사건에 개입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거대한 담론을 밝혀가죠. 이 담론들을 읽으며 애써 ‘소설이라 다행이다’ 위로해보지만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탓에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는 없더라고요.


『브루투스의 심장』 그리고 『직지』

그래서 제가 추천하는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중에선 『브루투스의 심장』입니다. 이 책은 추리소설에 입문하는 사람에게 좋습니다. 릴레이 살인이라는 발상도 기발하고 끝을 모르고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도 압권입니다. 불우한 가정에서 성공만을 바라보며 대기업에 입사한 주인공이 회장 손녀사위가 되기 위해 임원실 여직원에게 정보를 얻는데요. 그러다 내연관계로 발전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회장 아들이 주인공을 호출해 만나보니 회장 아들을 포함해 3명이 그 여자와 내연관계였던 겁니다. 이에 여자한테 협박 받고 있던 3명은 살인을 함께 모의하고 알리바이를 위해 시체를 주고 받으며 오사카에서 도쿄까지 운반하기로 하죠. 그런데 막상 2번째 사람이 전달받은 시체는 놀랍게도 회장 아들이었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여러분이 직접 읽고 확인해보세요.

그리고 김진명 작가의 소설 중에는 『직지』를 추천합니다. 이 작품은 정말 소설이라는 장르가 가진 특징을 잘 활용한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 미국과 프랑스의 학자들이 금속활자에 대해, 세계 최초일 뿐 아니라 구텐베르크에게 전파됐을 가능성을 논하고 있다죠. 전자현미경으로 비교한 결과 구텐베르크가 인쇄한 성경이 직지의 활자주조법 특징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에 근거해 작가는 조선의 금속활자가 독일 구텐베르크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이 당시 글은 권력을 독점하기 위한 강력한 수단이었는데 백성을 사랑하는 세종과 많은 사람들 그리고 구텐베르크가 기존 세력의 반대와 위협에도 불구하고 인쇄를 통해 역사를 바꾸어 나가는 진한 감동의 서사가 펼쳐집니다. 이 감동을 느껴보고 싶다면 역시나 여러분이 직접 책을 만나보길 바랍니다.

댓글 3

  • 서유미님

    스릴러 소설 및 영화를 좋아하는데 딱 제 기호와 취향에 맞는 책을 소개해 주셔서 바로 서점으로 달려갑니다. 고급정보 감사합니다.^^

  • 김태현님

    자신의 생각을 담아 표현하는 것 어려운 것 같아요

  • 강정희님

    다른 듯 닮은 두 작가와의 흥미로운 만남 기사 너무도 좋네요.
    책을 읽고는 싶은데 어떠한 책을 읽으면 좋을지 고민이었는데
    너무도 좋은 정보가 된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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