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Together Vol. 139  2023.10월호

버려진 공간에 문화를 입히다

용도를 다한 오래된 산업시설들, 출산율 저하로 폐교된 학교. 모두 자칫 방치하면 흉물스럽게 변해 도시 미관을 해치거나 우범지역으로도 변할 수 있는 낡은 건물들이다. 그런데 이런 공간들이 문화공간으로 변신하며 새로운 추억과 낭만을 채워주고 있다. 그 대표적 공간을 완주와 평택에서 만나보자.

글/사진. 임운석 여행작가

예술로 소통하는 삶의 공간, 완주 누에&삼례문화예술촌

낯선 듯 익숙한 이름, 누에. 곤충이 아니라 전북 완주군 용진읍에 자리한 복합문화지구의 이름이다. 원래 이곳은 1987년부터 누에를 연구하던 호남 잠종장(누에 품종 개량 연구시설)이었다. 당시 잠종장은 양잠산업과 함께 발전했지만 시대 변화에 따라 2011년에 문 닫은 후 시간이 지나면서 흉물로 전락한 채 철거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산업단지 및 폐산업시설 문화재생 사업을 통해 복합문화지구로 탈바꿈했다. 지난 역사를 증명하듯 공간의 이름은 ‘누에’로 정해졌는데 인간에게 이로운 누에와 같은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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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 전체 건물은 총 21동. 이 가운데 9개 동이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공간으로 다양한 예술작품 전시와 공연이 진행되는 누에아트홀, 신선한 식재료를 사용해 숨은 맛집으로 알려진 누에살롱, 어르신들의 일자리 참여로 운영되는 실마리카페, 도심에서 자연을 즐기는 누에 캠핑장과 라운지, 게스트하우스 숨, 취미목공실과 기계실, 도자실과 가마실, 섬유실, 금속실 등이 있다. 이 중 누에아트홀에서는 ‘강·들·바람’ 전시가 12월 31일까지 열리는데 어린이를 위한 미술관 프로그램으로 ‘물고기 행진’ ‘돛단배 타고’ ‘철새를 따라서’ ‘손바닥 친구들’ ‘누가 살고 있을까?’ 등 5개 주제로 전시된다. 누에는 어린이를 위한 문화예술교육 놀이터로도 활용되고 있다. 6~8세 어린이들을 위해 분기별로 테마 놀이터 공간을 조성하고 있으며 안전을 위해 체험 도슨트도 상주한다. 누에 입장료는 없으며 개별 체험에 따라 체험비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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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와 가까운 곳에 있는 삼례문화예술촌도 챙겨볼 만하다. 세월의 흔적이 엿보이는 이곳 건물들은 1920년대 일제강점기에 호남평야에서 거둬들인 양곡을 옛 삼례역과 군산역을 통해 일본으로 반출하기 위한 곡물창고로 지은 것이다. 백여 년이 흘러 시대의 아픔이 잊힐 무렵 건축물은 등록문화재로 지정됐고 완주군이 2013년 지역 문화예술공간으로 재단장했다. 전시관과 다목적 공간, 공연장, 카페 등으로 운영 중이다. 로봇 태권브이를 비롯해 여러 조형물도 있어 포토존으로 인기다. 삼례문화예술촌 앞에 최근에 옛 삼례역을 리모델링한 여행자 쉼터 쉬어가삼례와 책박물관도 있으니 함께 돌아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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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 : 복합문화공간 누에 063-246-3951, 삼례문화예술촌 063-290-3862~3

잡초가 무성했던 폐교의 변신, 평택 웃다리문화촌

완주의 누에가 폐산업시설을 활용한 문화공간이라면 평택의 웃다리문화촌은 폐교를 활용한 문화공간이다. 폐교는 산업시설과는 좀 다르게 정서적으로 따뜻하고 아련한 추억이 묻어 있다. 시골 출신들이 모교의 폐교 소식에 가슴 아파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문 닫는 학교 소식이 시골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언론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경기도에도 폐교 건물이 89곳에 이른다고 한다. 서울도 예외가 아니어서 문 닫는 학교가 4곳에 달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진 텅 빈 교정. 상상만 해도 을씨년스럽다.

평택시 서탄면 금각리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인데 이 마을의 금각초등학교는 8·15광복 직후인 1945년 10월에 개교했다. 오랜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듯 마을 주민 대부분이 이 학교에 다녀 부모와 자녀가 동창생들이다. 그러나 마을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1993년에 분교로 격하됐고 2000년에 들어 폐교되고 말았다. 3대가 졸업한 학교가 문을 닫자 주민들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해 시간이 지날수록 잡초가 무성해졌고 아무도 찾지 않는 흉물로 전락했다. 그러던 2006년 평택시가 평택교육지원청으로부터 건물을 무상 임차해 평택문화원이 시민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했다. 웃다리는 농부들이 농사에 흥을 돋우고 수고를 위로하기 위해 벌이는 농악의 한 종류로 평택을 비롯한 경기도와 충청도에서 주로 행해지던 놀이다. 웃다리문화촌의 설립 목적과 방향성이 사실상 이름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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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문을 지나면 넓은 운동장과 소담스러운 교사(校舍)가 한눈에 들어온다. 교장이 훈시하던 강단 옆에는 이승복 어린이 동상, 책 읽는 아이 동상 등 추억의 조형물들이 있어 이곳이 학교였음을 증명한다. 운동장과 뒤뜰은 야외전시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농업의 동반자로서 가장 큰 역할을 해온 역동적인 황소가 운동장을 지키고 옥상에는 운동회 단골종목인 줄다리기를 모티브로 한 ‘인생’, 작가 내면을 표현한 ‘낙원’ ‘안락한’ 등의 다양한 작품이 전시돼 있다. 실내 전시공간은 모두 3곳으로 나뉘는데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을 우선해 전시한다. 전시실 내에는 작품 감상과 함께 관람객을 위한 체험공간도 마련돼 있다. 관람하는 전시에서 참여형 전시로 진행하려는 의도다. 또 모든 전시 관람은 무료이며 체험은 종류에 따라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문화촌이 문을 연 이후 수많은 여행객이 다녀갈 정도로 이곳에선 다양한 프로그램과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주민들에겐 학교가 지금도 문이 열린 공간이자 살아 있는 추억으로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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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 : 웃다리문화촌 031-667-0011

지역별 가을축제 소개

지역 특색과 계절감 가득한 다채로운 축제소식을 소개합니다. 가족 혹은 친구나 지인과 함께 개성 가득한 축제를 즐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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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김호철님

    삼례문화예술촌 앞에 있는 여행자 쉼터 쉬어가삼례와 책박물관에 한 번 가보고 싶네요!!!

  • 최인혁님

    모두 다 가보고 싶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 김태현님

    소멸되고 있는 지역에 큰 힘이 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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