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Together Vol. 142  2024.1월호

골목에 깃든 이야기 따라 떠나는 마을 여행

골목은 우리네 일상이 묻어 있는 생활공간이다. 골목에 깃든 일상은 세월이 지나면서 추억이 되고 역사가 된다. 그리고 박제되지 않은 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친구이자 이웃으로 남아 말을 건넨다.

글/사진. 임운석 여행작가

예술가의 발걸음 따라 걷는 ‘서울 부암동’ 산책

부암동은 인왕산과 경복궁 사이 청와대와 이웃한 동네다. 오랫동안 그린벨트에 묶여 상대적으로 개발이 늦었다. 그래서 대단위 아파트단지 대신 단독주택들이 자리 잡았다. 삶을 예술로 승화시킨 예술가들도 많이 사는데 그래서인지 미술관과 개성 넘치는 주택들이 많다. 부암동에서 챙겨봐야 할 곳은 윤동주문학관이다. 이곳에 문학관이 들어선 이유는 시인이 연희전문학교 재학시절 후배 소설가 김송의 집에서 하숙하며 이 일대를 산책했기 때문이다. 그 무렵 쓴 시가 ‘서시’ ‘별 헤는 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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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의 역사도 흥미롭다. 버려진 청운 수도가압장과 물탱크를 개조한 것. 전시실은 모두 3곳인데 시인채(1전시실)에는 시인의 인생 여정을 따라 흑백사진과 친필원고가 배열돼 있다. 또 열린 우물(2전시실)은 시 ‘자화상’을 모티브로 용도 폐기된 물탱크의 윗부분을 개방해 아래에서 보면 마치 네모난 우물에 들어와 있는 듯하며, 닫힌 우물(3전시실)은 시인이 운명한 감옥을 떠올리게 한다. 짙은 어둠 속에서 영상과 음성으로 전하는 그의 시가 뭉클하게 다가온다. 문학관에서 나와 뒷길을 오르면 시인의 언덕에 다다른다. 인왕산을 올려다보고 부암동을 내려다보기 좋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서시’가 새겨진 시비를 읽으며 청년시인 윤동주를 기억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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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언덕에서 내려오면 청운문학도서관을 만나게 된다. 종로구 최초의 한옥공공도서관으로 독서·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기와의 색감이 유독 돋보이는데 알고 보니 돈의문 뉴타운 지역에서 철거한 한옥 기와를 재사용했다고 한다. 지난여름 연꽃이 만개했을 법한 아담한 연못과 폭포, 단아한 정원이 겨울에도 운치가 있다. 한옥답게 열람실은 좌식이다. 시집 한 권을 빌려 따뜻한 바닥에 앉아보자. 문밖은 맹추위로 꽁꽁 얼어붙었건만 책장을 넘기는 동안 마음만큼은 문학의 꿈이 봄꽃처럼 피어날 것이다. 자하미술관도 들러보자. 이곳은 서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미술관으로 노출 콘크리트 건물이라 그 자체가 하나의 오브제 같다. 실내에 들어서면 투명한 천창을 통해 자연광이 따사롭게 미술관을 비추고 기성작가보다는 참신한 신진작가의 작품을 전시해 예술가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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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 : 윤동주문학관 02-2148-4175 / 청운문학도서관 070-4680-4032 / 자하미술관 02-395-3222

그때 그 시절을 걷는 ‘인천 독정이마을’ 골목 여행

인천광역시 미추홀구에는 걷기 좋은 골목 여행지가 있다. 야트막한 수봉산 자락에 위치한 용현1.4동이다. 오랜 시간 ‘비랑리’와 ‘독정리’로 불려온 이 마을은 1906년 동리명을 개정할 때 독정리와 비룡리로 불리다 광복 이후 용현동으로 바뀌었다. 비랑은 벼랑을, 독정이는 가파른 언덕을 뜻한다.

인천항이 개항될 때만 해도 마을은 초가집이 드문드문 있고 수봉산 능선을 따라 구릉지대에 논밭이 가득했다. 마을에 사람들이 모여든 것은 한국전쟁 이후 피란민들이 대거 몰려들면서부터다. 1954년 인하대학교 개교와 1960~70년대 급격한 산업화와 함께 1969년 우리나라 최초로 전 구간 개통된 경인고속도로가 독정이마을 발전을 견인했다. 한때 곱창골목으로 유명했던 용일시장도 1972년에 문을 열었다. 현재 수봉산 아래 조성된 단독주택도 대부분 그때 지어졌는데 가파른 비탈을 계단식으로 터 닦고 그 위에 계획적으로 집을 지었다. 당시 주택은 한옥에서 양옥으로 넘어가는 시점이라 지상 1층에 다락방이 있는 구조다. 오랜 세월이 흐르며 집과 마을은 함께 쇠락했지만 마을의 온기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주민들의 사랑과 관심도 상당해 골목길을 아름답고 특색있게 가꿔가고 있다. 특히 지난 2020년에는 ‘봄 벚꽃길’ ‘가을 단풍길’을 조성했고 이듬해에는 마을 역사와 함께 주민들의 생활상을 추가해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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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골목길 여행은 역사가 있는 소통골목(수봉로 6번길)에서 시작된다. 주민자치회가 주민주도형 공모 사업을 진행하면서 조성했다. 어린 자녀와 함께라면 여행에 앞서 독정골어린이도서관을 찾아보는 것도 잊지 말자. 도서관의 블록상상키움 프로그램이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은데 스마트폰을 잊은 채 레고놀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골목 여행은 좁다란 골목을 따라 수봉공원 방향으로 올라가기도 하고 마을 아래로 내려가기도 하면서 이곳저곳을 누비게 된다. 그러는 동안 마을공동체가 조성한 우마쉼터와 행복한 골목학교, 빈집은행, 골목 꽃·갤러리길, 미추홀촬영길 등 다양한 테마도 마주할 수 있다. 스탬프 투어로 즐겨도 재밌다. 골목 여행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용현1.4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아보자. 센터 2층에 독정이마을박물관과 수다방이 있는데 시간을 잘 맞춰 가면 박물관 해설도 들을 수 있다. 또 수다방에서는 차를 무료로 마실 수도 있으니 소소한 골목 여행이 이렇게 풍성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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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 : 용현1.4동 행정복지센터 032-728-6161

<기분 좋은 겨울왕국, 눈꽃·얼음 축제 소개>

새하얀 설경과 동화 같은 얼음나라에서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행복한 낭만과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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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명 일정 장소 소개
대관령 눈꽃축제 1/27~2/11 대관령 송천 일원 눈이 많이 내리는 대관령에서 펼쳐지는 다채로운 프로그램 가득한 겨울축제
평창 송어축제 ~1/28 평창군 경강로 3562 얼음낚시를 주제로 1급 청정수 오대천에서 열리는 인기 높은 지역축제
얼음나라화천 산천어축제 ~1/28 강원도 화천천 2011년 미국 CNN이 선정한 ‘겨울의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힌 이색 겨울축제
양평 산수유마을 빙어축제 ~2/4 향리낚시터 꽁꽁 얼어 있는 저수지 위에 올라 구멍을 뚫어 빙어낚시를 즐길 수 있는 축제
안성 동막골 빙어축제 ~2/12 광혜원저수지 상류 일원 겨울철 얼음판 위에서 펼쳐지는 빙어낚시 겨울 레포츠 체험축제
홍천강 꽁꽁축제 ~1/21 홍천강둔치주차장 얼음낚시와 맨손숭어잡기까지 인삼송어와 함께하는 온 가족의 얼음축제

댓글 9

  • 이준범님

    부암동 윤동주문학관 가보고 싶네요~

  • 최인혁님

    인천시민으로서 인천 독정이마을에 꼭 한번 가봐야겠네요 ^^ 좋은 여행 정보 감사합니다~

  • 김태현님

    겨울을 즐기는 축제들이 상당히 인상적이네요

  • QPbmCRVM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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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QPbmCRVM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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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QPbmCRVM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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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QPbmCRVM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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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QPbmCRVM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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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한배님

    골목에 깃든 이야기 따라 떠나는 마을 여행 기사 정말 최고네요.
    여행을 좋아하는 우리가족에게 너무도 유용하고 행복한 기사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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