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Together Vol. 117  2021.12월호

Life Story

한 해를 잔잔히 마무리하는 문화 힐링

팬데믹 시대 2번째 해의 끝이다. 처음에는 익숙지 않던 비대면문화도 차츰 일상화되고 있다.
그 와중에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다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때 잠깐 멈춤의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이에 인간 내면에 깊은 울림을 주는 거장의 작품과 메마른 감성을 두드리고 마음의 치유를 선사하는
예술을 통해 힐링타임을 느껴보자.

글 / 사진. 임운석 여행작가

세계적 비디오아트의 거장, 백남준의 예술세계를 만나다

전통적으로 화가는 캔버스나 종이에 그림을 그렸고 조각가는 나무, 돌, 금속 등을 이용해 작품을 완성했다. 그러나 현대예술가들은 옛 창작방식에서 벗어나 텔레비전, 비디오 등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해 예술작품을 창작한다. 비디오아트의 창시자이자 거장인 백남준은 단순한 회화와 조각에서 벗어나 예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즉 음악과 미술, TV라는 전자매체가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그 결과 1996년 독일 「포쿠스」 지가 선정한 ‘올해의 100대 예술가’, 1997년 독일 「캐피털」 지가 선정한 ‘세계의 작가 100인’ 중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런 그의 작품을 용인시에 있는 백남준아트센터에서 눈과 귀로 체험할 수 있다. 2001년부터 작가 백남준과 경기도가 미술관 건립을 논의하기 시작했고 2006년 그가 타계한 후 2년 뒤 백남준아트센터가 문을 열었다. 미술관 건물은 백남준의 영문 첫 글자 P를 본떴고 외벽은 여러 겹의 거울로 이루어져 독특하다. 1층은 제1전시실과 뮤지엄숍, 카페테리아가 있으며 2층은 제2전시실과 세미나실, 연구도서관과 비디오 아카이브로 이루어져 있다.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그의 대표작들을 볼 수 있는데 TV 정원, TV 왕관, TV 물고기, 퐁텐블로, 달은 가장 오래된 TV, 찰리 채플린 등 실험적 예술정신을 고스란히 담은 작품을 다수 만날 수 있다. 현재 ‘웃어’라는 주제로 2022년 2월까지 기획전도 열리는데 사회 전통적 가치와 예술제도에 도전한 플럭서스와 백남준을 유머의 관점에서 재조명했다. 이 전시는 30여 명 국내외 작가들의 플럭서스작품과 아카이브 2백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작품은 기록사진과 영상, 음향을 통해 구현되며 주제별로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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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경기도박물관은 백남준아트센터에서 불과 5분 거리에 있다. 대중교통으로 방문했다면 백남준아트센터 뒷동산을 넘어서면 곧바로 닿을 수 있다. 이곳은 구석기시대부터 현대까지 경기도의 문화유산을 전시한 곳으로 미술실과 민속생활실 등을 갖췄다. 최근 리뉴얼공사를 마쳐 기존의 어둡고 폐쇄적인 공간에서 밝고 열린 공간으로 전환하는 등 한결 쾌적해졌다. 경기도는 오랫동안 역사와 한반도의 중심이었다. 고려와 조선을 거치며 수도 서울을 아울렀기 때문에 주요 도로와 수로도 경기도를 관통했다. 그 덕에 자연스럽게 사람과 물자가 모여 시장이 형성됐으며 문화를 꽃피웠다. 그 역사적 유물들을 한자리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찾을 이유는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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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리 방방곡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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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사실주의 화풍의 대가, 이상원을 만나다

“산골에 이런 곳이 있다니…” 차에서 내리는 순간 자동반사적으로 나오는 혼잣말이다. 약 20여만㎡ 대지에 총면적 5천여㎡의 건축물 6개 동으로 구성된 이상원미술관은 화악산의 깊고 아늑한 품에 포근히 감싸여 있다. 산 중턱에 자리한 까닭에 계곡까지 끼고 있으니 호젓한 풍광으로는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다. 그리고 미술관 아래에는 자연과 예술이 조화된 공간에서 특별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뮤지엄 스테이도 꾸며져 있다. 특급호텔에 견주어도 부족할 것 없는 시설에 금속, 유리, 도예 스튜디오에서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보는 특별한 체험까지 가능하다.

이상원미술관은 2014년 이상원 작가의 아들 이승형 관장이 건립했다. 이 관장은 미술관 개관에 앞서 10여 년 동안 화랑 운영은 물론이고 해외 미술관 초대전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다. 미술관을 이곳에 건립한 이유는 춘천이 이상원 화백의 고향이자 후반기 작품활동의 터전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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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전시실은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해 있다. 오후엔 태양이 화악산에 걸려 미술관을 따사롭게 비춘다. 원형으로 지어진 미술관은 태양이나 보름달이 떠 있는 듯한 모습으로 그 자체가 훌륭한 건축작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내부 또한 개성만점이다. 까마득한 높이의 천장과 액자를 보는 듯한 시원한 창문. 미술관에 자연을 고스란히 담으려 했던 건축가의 욕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4층까지 올라간 후 한 층씩 내려오면서 감상하면 편리한데 건물 곳곳에 커다란 창이 있어 자연 속 작품을 감상하는 기분이 들 것이다.

현재는 이상원 신작전 ‘흙 - 器’가 지난 5월부터 전시 중이다. 극사실주의 화풍의 대가로 손꼽히는 작가는 4년여 전부터 흙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작품에 반영해왔다. 그 결과물로 2019년에 ‘歸土 귀토’ 전시, 2020년에 ‘흙, 그 어눌하고 다정한’ 전시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작가는 삶의 근원이자 인간성의 지향점으로서 흙에 주목함으로써 흙의 깊이 있는 메시지를 다루고 있다. 작품은 한지에 먹과 유화물감과 황토로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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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음식은 시대와 지역성을 반영한 산물로 인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그래서 한 지역의 음식을 알면 그 지역의 문화와 역사가 보인다. 내륙에 자리한 춘천의 경우 겨울에 제맛인 춘천 막국수가 대표적이다. 막국수가 춘천을 대표하는 음식인 만큼 그 위상에 걸맞게 박물관도 있다. 가마솥 형상으로 지어져 막국수체험박물관임을 직감할 수 있다. 실내엔 막국수를 만들던 전통도구부터 오늘날 사용하는 도구까지 시대순으로 전시 중이다. 척박한 땅에서 생산한 메밀로 별식을 만들던 조상의 지혜가 스민 듯하다. 2층엔 막국수를 직접 반죽하고 면을 뽑는 체험코너도 있어 직접 만들어 먹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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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리 방방곡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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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 이준범님

    이상원 작가의 극사실주의 작품들 만나보러 가고 싶네요~
    이상원미술관 한번 방문해 봐야겠습니다!

  • 홍명순님

    춘천에 막국수체험박물관이 있는 줄 몰랐네요. 시댁이 춘천이라 자주 가는 곳인데도 이 번에 처음 알았네요. 시댁이다 보니 관광은 커녕 늘 일하기 바쁘네요. ^^

  • 최인혁님

    유익한 정보 감사합니다 저도 기회가 되면 문화힐링하러 가봐야겠네요 ^^

  • 김윤희님

    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에서 막국수를 직접 만들어 볼수도 있다니 재미있네요. 춘천에 간다면 꼭 가봐야겠습니다.

  • 진음분님

    막국수를 개인적으로 즐겨먹는데요
    춘천갈일 있으면 춘천 막국수체험박물관에 들러보고 싶으네요 ~

  • 윤한샘님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가족과함께 방문해야겠습니다

  • 박승희님

    막국수체험박물관과 이상원작가전을 제일 가보고 싶어요! 좋은 정보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김태현님

    얼음물 속의 막국수 상당히 인상적이네요

  • 배지현님

    백남준아트센터에서 백남준 작가님의 작품을 보며 작품세계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고 배워보는 시간을 갖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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