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Together Vol. 138  2023.9월호

초가을, 발길은 미술관으로 향한다

지난 여름 한반도는 뜨거운 찜통이었다. 하지만 그 또한 계절의 변화 앞에선 꼬리를 내렸다. 어느덧 해 질 녘이면 선선한 바람이 느껴진다. 여름과 가을 사이 멀리 가기보다 가까운 곳에서 여유를 즐기고 싶다면 당일치기 여행도 괜찮지 않을까. 특히 그곳이 예술적 감성으로 충만한 곳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다. 용인과 춘천에 자리한 미술관으로 떠나보자.

글/사진. 임운석 여행작가

구중궁궐 후원을 닮은 ‘용인 호암미술관’

감호는 거울처럼 맑은 호수로 봄에는 벚꽃이 가을에는 단풍이 특히 아름다워 용인8경에 꼽힌다. 호암미술관이 고요한 감호와 하나 되니 그 모습이 다정하게만 보인다. 호암미술관은 삼성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삼성그룹 창업자가 수집한 미술품을 전시하는 전통정원 희원(熙園)과 전통한옥 형태의 미술관 본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안내센터를 지나면 미술관 본관으로 향하는 길목에 보화문이 있는데 바깥마당과 안마당을 연결하는 정원의 시작점이다. 전통문양의 전돌을 쌓아 올린 것이 덕수궁의 유현문을 닮아 있고 왕실 정원보다는 소박하지만 운치만큼은 그에 못지않다. 몇 발걸음 옮기자 수풀 속에 마을이나 사찰, 성문을 지키는 벅수가 여럿 서 있다. 퉁명스러운 표정, 익살스러운 표정, 화난 표정 등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을 보니 입가에 미소가 드리운다. 낮은 담장을 경계로 연못과 관음정이 나뉘어 있는데 이곳은 소원이라 부른다. 물에 비친 관음정의 운치는 평온하고 냇물소리는 청아하다. 소원을 벗어나면 미술관 본관이 올려다보이는 법연지에 이른다. 여기서 시선을 들면 높은 석축 위에 자리한 미술관 본관이 병풍처럼 펼쳐진 뒷산과 함께 한눈에 담긴다. 본관 중앙에 있는 아치가 특히 인상적이다. 불국사의 백운교를 본떠 만들었다고 하며 본관 왼쪽에 불국사 다보탑을 재현한 것도 있다. 본관으로 향하는 길목에 시선을 차단하는 꽃담을 설치해 희원과 미술관 본관을 구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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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미술관은 지난 1년 반 동안 리노베이션을 거쳐 재개관 첫 전시로 김환기의 회고전 <한 점 하늘_김환기>를 열었다. 김환기(1913~1974) 화백은 전남 기좌도에서 태어나 세계미술 중심지 뉴욕에서 ‘전면점화’라는 독창적 예술세계를 완성했다. 박수근, 이중섭과 함께 국민화가로 사랑받는 한국 추상미술의 대표작가다. 김 화백 작품 가운데 ‘우주(1971년)’는 한국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인 132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으며 한국 현대미술 경매 최고가 10점 중 9점이 그의 작품이다. 작품 감상과 함께 차경도 즐기면 좋다. 차경(借景)은 창을 통해 보는 풍경으로 ‘경치를 빌린다’는 의미다. 소유하지 않지만 초가을의 풍경을 곁에 두고 볼 수 있으니 이만한 호사가 없다. 생동감 넘치는 자연미와 질리지 않는 색감에 미술관 여행의 감동이 한껏 증폭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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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 : 호암미술관 031-320-1801~2

초가을의 숲이 미술관을 품은 ‘춘천 이상원미술관’

서울에서 2시간 남짓한 곳에 이상원미술관이 있다. 미술관으로 향하는 길이 마치 북한강의 발원지를 찾아가는 것 같다. 차를 타고 구불구불한 산간도로를 따라 달리면 계절이 가을의 문턱에 서서 여름과 작별하는 순간을 마주한다. 이상원미술관은 화악산(1,468m)의 깊고 아늑한 품에 포근히 안긴 듯하다. 미술관은 약 2만㎡ 대지에 총면적 5천㎡ 건축물 6개 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미술관이 자리한 곳은 졸졸 흐르는 계곡물이 한껏 여유로운 산 중턱이다. 미술관 아래에는 자연과 예술이 조화된 공간에서 특별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뮤지엄스테이가 있고 1박2일 패키지를 이용할 경우 미술관 관람, 공방체험 프로그램 참여, 조식 브런치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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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화백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극사실주의 화가로 유명하다. 이상원미술관은 2014년 화백의 아들 이승형 관장이 건립했다. 이 관장은 미술관 개관에 앞서 10여 년 동안 화랑 운영은 물론이고 해외 미술관 초대전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미술관을 이곳에 건립한 이유는 춘천이 이상원 화백의 고향이자 후반기 작품활동의 터전이었기 때문이다. 미술관 전시실은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해 있다. 오후에는 화악산에 걸린 태양빛이 역광을 발산하는데 그 모습이 매우 찬연하다. 특히 원형으로 지어진 미술관은 태양이나 보름달이 떠 있는 듯한 모습으로 그 자체가 훌륭한 건축작품이다. 미술관 내부 또한 특별한 개성을 뽐낸다. 까마득한 높이의 천장과 액자를 보는듯한 시원한 창문. 미술관에 자연을 고스란히 담으려 했던 건축가의 욕심을 엿볼 수 있다.

미술관 1층은 카페와 뮤지엄숍, 2층부터 4층까지는 전시실, 5층은 직원공간이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4층까지 올라간 후 한 층씩 내려오면서 감상하면 편리하다. 건물 곳곳에 커다란 창이 있어 자연 속 작품을 감상하는 기분일 것이다. 현재는 이상원 화백의 대표작품을 전시 중이다. ‘동해인’ ‘마대의 얼굴’ 등과 초기작 ‘풍년’ ‘시간과 공간’을 선보이고 있다. 초기의 극사실적 회화에서 최근의 황토재료를 사용한 작품까지 이상원 화백의 작가로서의 여정을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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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 : 이상원미술관 033-255-9001

댓글 1

  • 김태현님

    마을 전시관이 앞으로 계속 늘어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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