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Together Vol. 138  2023.9월호

무엇이 에너지 전환의 속도를 결정할까

모든 것이 그렇겠지만 특히 에너지 분야는 그 변화 추이를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단순한 메커니즘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변화를 전망해보고자 한다면 그 변화의 중심에 있는 요인부터 살펴야 할 것이다. 에너지 트렌드는 세상의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글. 한국석유공사 스마트데이터센터 최지웅 과장

에너지 분야에서는 변화 속도 예측이 어렵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변화의 속도를 인지하지 못한 사례들이 많다. 제러미 리프킨은 2002년에 발간한 『수소 혁명』을 통해 수소의 가능성과 수소경제의 필요성을 설파했다. 그는 약 20여 년 전에 수소경제의 새벽이 임박했다고 말했지만 아직 수소시대는 체감되지 않는다. 심지어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수소차의 시대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화성 이주를 이야기할지언정 수소의 미래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의 비즈니스 시계에 수소는 포함되어 있지 않는 것이다.

반면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변화가 다가온 사례도 있다. 미국의 셰일이 그렇다. 2001년 5월 미국 부시 행정부는 2020년경에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일일 약 500만 배럴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2018년에 미국의 원유 생산은 일 1,200만 배럴을 넘어섰고 미국은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등극했다. 2001년의 전문가들은 수평시추와 수압파쇄 등 셰일 관련 기술의 발전 속도를 전혀 가늠하지 못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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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속도 예측 요인 1. 개발도상국

마찬가지로 지금도 각 에너지의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예측을 하기 보다는 변화의 속도를 결정할 2개 요인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개발도상국’의 변화다. 지금 에너지 전환을 주도하는 것은 유럽이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발전원에서 석탄발전 비율이 한 자리 수 이하로 감소했다. 특히 영국과 프랑스는 1~2%의 비율을 보이고 있다. 반면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의 석탄발전 비율은 60~70% 수준이고 한국도 30% 이상이다. 유럽이 개도국에게 왜 이리 전환이 느리냐고 비난할 만한 상황이지만 개도국은 선진국과 동일한 탄소감축 의무를 부담하거나 동일한 전환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서구 선진국들은 화석연료를 가장 먼저 훨씬 더 많이 사용하면서 산업화와 경제 발전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도국은 선진국과 동등하게 탄소감축 노력을 부담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1997년에 체결된 교토의정서에서는 38개 선진국만 탄소감축 의무를 부담하기로 했다. 이후 교토의정서가 만료되면서 2015년 파리기후협약이 체결되는데 파리협약에서는 선진국과 개도국 구분 없이 모든 국가가 자발적으로 탄소감축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하기로 했다. 기후변화 대처라는 대의명분에 밀려 개도국들도 협약에 서명하긴 했으나 그렇다고 탄소배출의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개도국의 불만이 사라지진 않았다. 그래서 당시 파리협약에는 선진국이 개도국의 에너지 전환을 지원하고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복구를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 이후 선진국의 지원은 지지부진했고 개도국의 불만은 누적됐다. 지난해 11월 이집트에서 열린 ‘제27차 기후협약당사국총회’에서는 이 문제가 가장 큰 이슈로 부각됐다. 여기서 선진국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개도국의 손실과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기금을 설립하겠다는 것에 동의했다. 다만 어느 나라가 얼마를 부담할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지 등 구체적 사항은 여전히 논의 중이다.

선진국들이 앞장서서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던 것은 개도국을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흐름에 동참시키기 위한 서구의 솔선수범이다. 물론 의도와 배경이 어떠하든 탄소감축은 꼭 달성해야 할 인류의 과제이다. 또 그것은 형평성보다 시급성이 우선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형평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개도국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힘들다는 점에서 선진국의 노력이 더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바로 그것이 속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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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속도 예측 요인 2. 전기차

두 번째 결정 요인은 ‘전기차’다. 현재 석유의 약 절반은 휘발유와 경유 등으로 정제돼 자동차연료로 사용된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세계의 모든 자동차가 전기차로 대체된다면 석유 수요의 약 절반이 사라질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전기차 구매 요인과 관련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소비자가 전기차를 선택하는 주된 이유는 저렴한 연료비와 국고보조금 때문이다. 휘발유에 유류세 등 높은 세금이 붙고 전기료는 상대적으로 세금 부담이 덜하기 때문에 전기차 수요는 세제와 보조금 등 정책 지원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언제 전기차가 자체 경쟁력으로 정책 지원 없이 시장에서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까? 아마도 그 시기는 자율주행이 상용화되는 무렵일 것이다.

물론 내연기관차에도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미래의 자동차는 기계가 아니라 전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율주행 기술은 카메라, 센서, 인공지능, 통신 시스템 등의 결합체라, 이 다양한 전자기기를 구동할 전력 시스템이 필요하고 이 점에서 전기차가 훨씬 유리하다. 내연기관은 연료 흡입과 압축, 폭발의 과정을 거치는 기계적 특성상 컴퓨터의 주행제어가 더 어렵기도 하니 말이다. 현재로선 완전한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 시점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다만 많은 전문가들이 완전한 자율주행 기술 완성이 10년 안에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어느 시점이건 자율주행 기술이 완성된다면 전기차는 보조금이 없어도 스스로 엄청난 수요를 창출할 것이다. 더불어 전기차의 수요 증가에 힘입어 에너지 전환도 정책이 아니라 시장으로부터 동력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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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과 석유 줄이는 추세라면 가스는?

앞서 개도국과 전기차를 에너지 전환 속도의 결정 요인으로 제시한 것은 개도국이 석탄의 주 수요처이고 자동차용 연료가 석유 수요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즉 이 2개 요인이 각각 석탄과 석유의 소비를 결정하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스의 수요는 어떻게 될까? 가스는 화석연료 중에서 가장 탄소배출이 적다. 따라서 에너지 전환기에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생각하기는 힘들다.

각국이 탄소감축을 위해 1차적으로 줄이는 것은 석탄이다. 지난 2021년 영국에서 열린 ‘제26차 기후협약당사국 총회’에서도 각국은 석탄 사용의 단계적 감축에 합의했다. 향후 석탄 소비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석탄 대체재인 가스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생각하기는 힘들다. 실제로 석탄 사용량이 많은 중국과 인도는 LNG 수입량을 크게 늘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01년 이후 20여 년간 가스 소비는 매년 평균 2.5%씩 일정하게 증가해왔다. 따라서 적어도 5년 이내의 가까운 미래에는 가스 수요가 안정적으로 증가 또는 유지될 것이며 아마 이후에도 급격히 감소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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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기고자의 견해로 삼천리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 2

  • 김태현님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식이 달라지면 빠르게 변화네요

  • 김민서님

    에너지 분야에서는 변화 속도에 대한 흥미로운 기사 잘봤습니다.
    에너지의 미래를 정확히 예측은 쉽지 않지만 흐름은 나름 유추할수 있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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