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Together Vol. 139  2023.10월호

매주 한 편의 시가 한 권의 책으로
현운식 시인의 『사랑초 핀 역 앞에서』

지난 2020년 1월호 사보에서 시인 등단의 꿈을 이룬 삼천리가족을 소개한 적이 있다. 주인공은 삼천리 환경·에너지사업담당 현운식 상무. 한국문학예술 신인상 공모에서 수상하며 등단한 그가 3년 만인 2023년에 자신의 작품들을 모아 시집 『사랑초 핀 역 앞에서』를 출간했다. 시집 속 다양한 작품들 중 작가가 추천한 두 작품과 인터뷰를 소개한다.

정리. PR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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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 출신으로 삼천리에 입사한 이래 30년간 에너지 한 길만 걸어온 현운식 상무에게서 시나 문학적 연결성을 바로 떠올리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수십 년간 시를 벗삼아 걸어 왔고, 최근에는 단순 취미를 넘어 등단에 도전, 올해 초 시집 출간까지 이르게 되었다. 시를 만나며 떠났던 깊고 광활한 문학적 사유의 여정에 하나의 큰 이정표를 세운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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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떻게 처음 시를 쓰게 되어 이번 시집 출간까지 이어졌는지 궁금합니다.

중학교 1학년 때 연로하신 국어선생님이 내주신 숙제로 현대시를 처음 접한 이후 시인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가끔 시를 쓰긴 했으나 공학을 전공하고 에너지 분야에서 일을 하다 보니 시 쓰는 것을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어 오랜 시간 제가 쓰는 시가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었죠. 그렇게 SNS에 시 게재를 망설이고 있을 때 한 에너지 전문 매체에서 연 백일장에서 장원으로 선정되며 용기를 얻었습니다. 또 어느 날 몸이 아픈 환자 중 한 사람이 ‘매주 올리는 시 한 편을 읽는 것이 큰 기쁨이고 다음주에는 또 어떤 시가 올라올까 하는 기대가 병마와 싸우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쓴 글을 보고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와 같은 심정으로 꾸준히 써 나갔습니다. 이렇게 개인 SNS에 작품 올리며 몇 년이 지나니 책 한 권을 엮을 수 있을 정도가 되더라고요. 이에 용기를 내 시집을 출간하게 됐습니다.

Q. 시에 대한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나요?

사물을 보면서 그 내면의 의미와 상징을 끄집어 내보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이죠. 하나의 의미를 포착하면 관련된 일련의 상황이나 장면을 사진으로 모으려 노력하고 이것들을 통해 의미를 구체화해요. 그렇다고 모든 시가 사진이 모티브가 되는 것은 아니고 어떤 경우에는 대화 중에 또 어떤 경우에는 책 속에서 혹은 TV나 영화에서도 다양하게 느낌을 찾습니다.

Q. 작품을 쓰는 과정은 어떠한가요?

시를 쓰는 습관은 시인들마다 상당히 다른 것 같습니다. 저는 길지 않은 시간 안에 시를 완성하는 스타일이죠. 대략 30~40분 정도에 맞춤법과 띄어쓰기까지 교정을 보아 완성을 시키는데 짧으면 10분 만에도 완성할 때가 있습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일요일이나 토요일 저녁 잠깐 동안 작품활동을 하는 편입니다.

Q. 이번 시집 출판과 관련해서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3번의 신인문학상을 받았음에도 가족의 인정을 받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더군요. 시집을 출간하겠다는 계획을 전하니 무모한 도전이 아닌가 걱정하더라고요. 하지만 직장생활 30주년을 맞아 제 버킷리스트라고 설득해 실행에 옮길 수 있었습니다. 막상 책으로 출간되니 요즘에는 가족들이 더 많이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떠한가요?

저는 매주 1편의 시를 쓰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이들이 모여 두 번째 책 한 권을 이룰 것이라 기대해 봅니다. 그러기 위해선 평면적이지 않은 깊은 사유를 할 수 있는 날카로운 의식이 여전히 살아 있어야겠죠.

Q. 시를 쓰면서 떠올렸던 소회를 공유해주세요.

글이란 의도치 않은 곳에서 예상치 못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시인으로서의 공적 사명감이 있다고나 할까요. 한 사람이라도 글을 통해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는다면 지속해야 할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이번 시집에서 추천하는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우선 ‘사랑초 핀 역 앞에서’를 추천합니다. 이 시는 사랑초가 피어 있는 관악역에서 어떤 이를 기다리며 지은 시로 사랑초의 상징성을 바탕으로 공간적 관점과 시간적 관점 모두를 포괄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긍휼하다’입니다. 시란 비관적이거나 슬프기보다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해야 바람직하다고들 하는데 이 ‘긍휼하다’는 긍휼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함에 대한 자기고백적 시입니다. 내가 우리가 모두가 조금씩 긍휼해지면 유토피아가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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