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며 생각하며… 3월에 새겨진 기억
우리 강토를 침탈한 일제는 헌병경찰을 통한 무단정치를 강행하였다. 압제가 강할수록 민중의 탄식도 커졌다. 1919년 3월 1일 서울 종로 탑골공원에서 “대한독립만세”가 울려 퍼졌다. 이 소리는 전국 방방곡곡에 전달되어 각 지방에서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일제의 폭압에 맞서 저항했던 그 현장을 찾아 떠나보자.
조직적 무력항쟁이 펼쳐졌던 화성의 3·1운동
3·1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되자 화성도 가세했다. 4월 3일 우정·장안에서 만세를 외치며 거리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화성의 3·1운동은 그 양상이 기존과 사뭇 다르다. 이전 3·1운동이 평화적이었다면 이곳의 만세운동은 조직적 무력항쟁으로 확산됐다. 이 과정에서 면사무소와 주재소가 불타고 일본 순사가 처단됐다. 이로 인해 일제의 보복은 더욱 악랄해졌다. 가옥을 불태우는 것은 물론이고 대규모 학살까지 벌어진 것이다.
‘화성3·1운동만세길’은 우정·장안에서 만세를 외치며 시위대가 걸었던 길과 역사적 현장을 복원한 길이다. 총 31km에 달하는 이 길은 방문자센터를 기점으로 독립운동가 집터와 생가, 관공서, 횃불시위 장소 등 15개의 유허지가 표시돼 있다. 방문자센터는 우정읍 화수리에 자리한 옛 우정보건소 건물을 리모델링했는데 앞마당에 제주도 화산석을 깔고 태극기를 꽂아 방방곡곡에서 전개된 3·1운동을 시각화했다. 그 뒤 첨탑 형태의 외벽에는 화성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 건물은 ‘2019 아이코닉 어워드’와 ‘IF 디자인 어워드 2020’에서 각각 대상과 금상을 수상한 건축작품이다.
화성 3·1운동에서 군중을 주도한 인물들이 있다. 그중 차병혁은 면장과 면서기를 만세운동에 참여시키는 등 활발히 활동하다 징역 3년을 받았다. 차병혁 생가 앞마당에 3·1운동을 상징하는 만세 형상의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전도사와 교인 다수가 3·1운동을 주도한 수촌교회의 경우 예배당을 비롯해 민가 42채 중 38채가 일제에 의해 불탔다. 현재 초가 예배당이 있는데 1987년에 복원한 것이다. 김연방도 을사늑약(1905) 때 낙향해 교육에 힘쓴 인물로 3·1운동이 발발하자 주민들을 규합해 운동을 주도했다. 이로 인해 99칸 종가집이 전소됐고 집에서 총살당했다.
처음 3백 명으로 시작된 시위는 1,500명으로 불어났다. 시위대는 쌍봉산에서 횃불시위를 한 뒤 조암리로 향했다. 조암리는 예부터 우정·장안 주민들의 생활 중심지였는데 조암리를 거친 시위대는 우정면사무소를 파괴한 뒤 각리와 죽리로 향했다. 지금은 고즈넉한 시골 풍경이 여유롭지만 당시 이곳은 시위대가 태극기를 들고 거리를 행진했던 곳이다. 끝으로 시위대가 도착한 곳은 화수리 주재소. 이곳은 일제 순사들이 근무하던 곳으로 주재소에 있던 일본 순사는 시위대에게 총을 난사해 1명이 죽고 여러 명이 다쳤으며 이에 격분한 시위대는 순사를 처단했다. 한마디로 비극의 연속이었다. 이렇게 화성에서는 조금 아픈 기억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잊으면 안 되는 기억인 만큼 깊게 새겨질 수 있도록 천천히 걷고 더 많이 생각했으면 한다.
* 문의 : 화성3·1운동만세길방문자센터 031-358-0301
김포 오라니장터에서 만나는 대규모 3·1운동
김포의 3·1운동은 1919년 3월 22일부터 29일까지 8일간 양촌면, 고촌면, 월곶면 등지에서 12회에 걸쳐 전개됐다. 1만 5천 명이 참여했고 120명이 다쳤으며 2백 명이 체포됐다. 이는 당시 경기도에서 2번째 큰 규모에 해당하는 3·1운동이었다. 미주 지역에서 발행된 <신한민보>는 김포의 3·1운동을 가리켜 ‘1만여 명의 대관중’이라 적기도 했다.
김포의 3·1운동 유적지 중 걸어서 돌아보기 좋은 곳이 양촌인데 양촌·대곶면민 만세운동 유적비에서 출발해 오라니장터, 3·1독립만세운동궐기장, 김포시독립운동기념관, 현충탑까지 약 4km다. 3·1운동이 오라니장터에서 열린 것은 당시 오라니장이 김포읍장과 군하리장을 합친 것의 2배에 달하는 큰 장이라 사람이 많이 모였었기 때문이다. 오라니장터 3·1운동은 1919년 3월 29일 오후 2시와 4시 두 차례에 걸쳐 전개됐다. 장터는 태극기 물결로 넘쳤고 만세 소리로 들썩였다. 그런데 105년이 지난 지금의 ‘오라니장터’에서는 그날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비좁은 골목을 따라 장날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오라니장은 끝자리 1일과 6일에 열리는 오일장이다.
번잡한 장터를 벗어나 발걸음이 멈춘 곳은 ‘3·1독립만세운동 궐기장’이다. 상가가 밀집해 오가는 사람과 차량이 많다. 이곳이 궐기장임을 알리는 비석 뒤로 늙은 느티나무가 우두커니 서서 주변을 내려다볼 뿐 여느 도심의 일상과 다르지 않은 풍경이다.
‘김포시독립운동기념관’은 1층에 전시실과 영상실 등의 관람공간이 있고 2층은 양촌읍 청소년문화의 집으로 활용 중이다. 기념관에 들어가면 영상실을 거쳐 독립의 열망이 간절하게 전해오는 태극기를 마주할 수 있다. 3·1운동 전개과정을 살펴본 뒤 김포 전역에 울려 퍼졌을 만세운동도 날짜별로 확인해보자. 특히 만세를 주도했던 인물들의 긴장된 음성과 일제의 탄압, 심문과정까지 현장감 있게 묘사된 음성을 들을 수 있어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다. 항일 의병들이 일본에 맞서 싸울 때 사용한 화승총과 농기구, 죽창 앞에서는 한없이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어진 추모공간에서 나라를 되찾기 위해 희생했던 독립운동가들의 면면을 보다 보면 한없이 강했던 그들이 자랑스럽고 존경스러워질 것이다.
끝으로 찾은 곳은 김포한강 신도시 호수공원 한편에 있는 ‘현충탑’. 태극기와 무궁화를 모티브로 제작한 이 탑은 높이 15m, 가로 5.5m 크기로 무궁화 꽃송이가 피어오르는 형상이다.
* 문의 : 김포시독립운동기념관 031-996-6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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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시독립운동기념관에 저도 아이들 데리고 꼭 한번 가봐야겠네요 유익한 정보 감사드립니다 ^^
화성에서의 3.1운동에 대해 알수 있었네요. 3.1운동의 확산으로 화성에서도 독립에 대한 열망이 커지고 무력항쟁으로 확산이 되었네요.
화성3·1운동만세길 한번 다녀와야겠어요.
화성에 이런곳이 있었는지 몰랐네요. 가까운 곳인데 시간내서 한번 가봐야겠습니다.
모르는 곳을 알게 되었어요. 방문해 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