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Together Vol. 130  2023.1월호

Special Story

수소사회로 가는 길, 왜 지금은 천연가스인가?
구조로 이해하는 천연가스의 중요성

비교적 청정하다고 알고 있는 천연가스. 나아가 미래의 에너지라 얘기되는 수소. 그렇다면 천연가스에서 수소로의 변화는 당연한데 왜 그 변화의 속도는 더딜까? 이는 천연가스의 성질을 이해하고 그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확인할 수 있다. 현재의 천연가스가 왜 중요한지 그리고 왜 수소사회로 가는 길을 서둘러야 하는지 함께 살펴보자.

글. 이독실 과학칼럼니스트

구조를 중심으로 가스의 성질을 파악해보자

가스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교육에서는 항상 두 종류의 가스를 이야기했다. 액화석유가스 LPG와 액화천연가스 LNG. 흔히 부탄가스와 도시가스라고 불렀다. 교육은 암기였다. 그래서 외워야 했다. LPG는 무겁고 LNG는 가볍다. 밀도에 따라 대응법이 다르다. LPG는 무거워서 바닥에 깔리니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도 가스가 잘 빠져나가지 않아 문을 열고 빗자루로 바닥을 쓸 듯이 밖으로 몰아내야 한다. 기체가 폭발하기 위해서는 일정 농도가 필요한데 집 안에서 가스를 완전히 내보내지 않아도 폭발하는 농도 이하로 떨어뜨리면 안전하다. 반면 LNG는 가벼워서 천장 부근에 모이니 창문을 열어 환기시켜야 한다. 이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열심히 외웠다는 소리가 아니다. 가스 유출의 대응은 밀도라는 성질에서 기인하는데 단순히 외우는 것보다 이유를 알고 기억했기에 가스 안전교육을 받은 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기억할 수 있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밀도 차이가 나는 이유를 알고 있으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다. 어떤 성질을 보일지 예상도 가능하다. 또 하나를 알면 둘을 응용할 수 있다. 구조를 중심으로 성질을 파악하면 얻을 수 있는 장점들이다. 적어도 한 번은 체계적으로 특히 구조를 중심으로 성질을 파악해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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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체 생명활동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메테인

천연가스는 별다른 가공 없이 자연에서 그대로 얻을 수 있는 가스를 의미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메테인(CH₄)을 지칭한다. 가장 간단한 탄화수소인 메테인(메탄)은 탄소를 중심으로 4개의 수소 원자가 결합된 지극히 단순한 구조다. 분자량은 16. 대기의 평균 분자량이 대략 29 정도인 것을 생각하면 공기보다 가볍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구조가 단순한 덕에 자연적으로 많이 생성되기도 한다. 그래서 유기물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가장 단순한 탄화수소인 메테인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과거 쓰레기매립장이던 하늘공원에 가면 메탄가스수집장치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하늘공원이 조성되기 전 난지도는 메테인으로 인한 화재가 잦은 곳이었다. 설령 화재로 번지지 않더라도 섬 곳곳에서 조용히 유출되는 메테인은 강한 온실효과로 환경에 지속적인 악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분해는 유기물 쓰레기들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되새김질을 하는 초식동물의 위에서도 미생물들에 의해 식물들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메테인이 발생한다. 소의 트림이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가 이것이다. 이산화탄소에 비해 메테인은 그 양이 훨씬 적어서 지구온난화에 기여하는 정도는 적지만 이산화탄소의 20배가 넘는 지구온난화지수를 고려해보면 소 대량 사육의 영향이 무시하기 힘든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식물의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에 반추동물은 반드시 메테인을 생성하는 메테인생성균의 도움을 받아야 하니 이는 반추동물 사육의 근본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인간의 방귀도 마찬가지다. 장 내 미생물들에 의해 섬유질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메테인이 주 성분인 방귀가 만들어진다. 즉 유기체의 생명활동은 어떻게든 메테인과 연관돼 있는 셈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정말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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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가 많을수록 수소와의 비율은 줄어든다

그러나 메테인을 에너지원이자 연료로 바라보게 되면 환경적 해석은 전혀 달라지게 된다. 가벼운 기체라는 점에서 포집 후 불순물을 거르기 용이하고 가장 단순한 탄화수소로 탄소 대 수소 원자 비율이 1:4로 높다는 점에서 완전연소가 잘 되는 특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탄소 대 수소 비율이 높다는 점은 같은 에너지를 낼 때 이산화탄소를 상대적으로 적게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친환경성을 확인할 수 있는데 구조를 살펴보면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테인은 탄소 1개의 탄화수소로 CH₄의 분자식으로 표현된다. 탄소를 중심에 두고 4개의 수소 원자가 결합된 형태다.

또 다른 상대적으로 청정한 연료 LPG의 경우 주로 뷰테인(부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탄소 4개인 탄화수소로 C₄H₁₀의 분자식으로 표현된다. 탄소와 수소 비율은 1:2.5다. 탄소의 수가 늘어날수록 탄소 대 수소 비율은 줄어든다. 그리고 휘발유, 경유, 이렇게 탄소수가 늘어날수록 수소와의 결합은 1:2에 가까워진다. 이유는 간단하다. 긴 직선 모양의 탄화수소 양쪽 끝은 수소 3개와 결합할 수 있지만 가운데 탄소들은 수소 2개만 결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탄소수가 많을수록 상대적으로 탄소당 수소의 비율은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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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를 발생시키면서 온실가스를 낮게 배출하는 메테인

이 연료들이 연소할 때 에너지를 낸다는 것은 현재 이루고 있는 결합들이 끊어진 뒤 산소와 결합하면서 스스로의 에너지가 낮아지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 과정에서 낮아진 에너지 즉 잃어버린 에너지는 외부로 방출된다. 이것이 화석연료가 에너지를 내는 원리다. 즉 수소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은 탄소가 산소와 결합해서 이산화탄소가 생기면서 내는 에너지보다 수소와 산소가 결합해서 물이 생기면서 내는 에너지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똑같은 에너지를 내지만 더 적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연료가 바로 메테인인 것이다.

물론 탄소 대 수소 비율 외에도 완전연소의 용이함, 황화물 등 불순물의 양, 연소온도로 인해 질소산화물의 발생 정도 등 다양한 부분을 살펴봐야겠지만 적어도 청정성에 있어서 천연가스는 어떤 석유화합물보다도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

청정에너지 수소의 사용으로 왜 바로 이어지지 않는가

이쯤 되면 드는 의문이 있다. 그렇다면 탄소가 아예 없다면 가장 청정하지 않을까? 바로 수소 말이다. 수소는 연소하면 아예 온실기체를 발생시키지 않는다. 물만 생성되기 때문이다. 물은 사실 온실효과를 보이지만 대기 중에 적절한 양이 유지되고 그 양이 많아지면 비를 통해 바로 조절되기 때문에 온실기체가 아니다. 물의 순환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니까. 그래서 수소는 온실기체를 전혀 발생시키지 않는 점에서 궁극적으로 사용될 에너지원으로 꼽히고 있다. 여러 이론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긴 하지만 결국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화석연료와 다른점은 수소는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소가 에너지의 저장 혹은 운반수단에 더 가까운 이유도 땅 속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히 생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는 에너지가 들어간다. 생산된 수소를 운반해서 사용할 때 그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 물론 부생수소라고 석유화합물을 채굴하고 정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소를 이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수소를 사용하는 과정에서는 청정에너지원이지만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므로 진정한 의미의 청정에너지라 할 수 없다. 결국 수소 사용량이 높아질수록 화석연료 사용량도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수소 자체를 화석연료에 의지하지 않고 생산하는 것이다. 탄소포집을 통해 온실기체의 양을 줄이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궁극적으로 재생에너지와 핵융합 발전 등으로 온실기체 배출 제로를 달성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생산된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시켜 수소를 얻어야 한다. 그런데 수소 생태계가 완성되기 전까지 손 놓고 기다릴 수는 없다. 아직 수익성이 부족한 수소 사업에 미래만 보고 자본을 들이부을 기업도 찾기 어렵다. 결국 가장 합리적인 방안은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서서히 수소 생태계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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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생태계 연착륙 위해 지금은 천연가스가 필요하다

수소는 공기보다 가벼운 기체이고 연소 시 물을 만든다.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지 않은가. 앞서 언급한 천연가스 즉 메테인이 지닌 성질과 비슷하다. 다행히 메테인은 이미 공급망과 수송관 등 인프라가 완성돼 있는 상태다. 즉 완전한 수소경제로 가기 전에 메테인으로 대표되는 천연가스배관을 이용하는, 구체적으로는 천연가스에 수소를 혼입하는 단계를 생각해볼 수 있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연료 연소 시 같은 에너지당 온실가스 생성이 감소하니 말이다.

실제로 단계별로 천연가스배관 내 수소의 비율을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천연가스배관의 수소 전용화를 완성하려는 계획이 추진 중이다. 탄소제로로 가는 이 시점의 이 대목에서도 천연가스의 중요성이 드러난다. 기존의 천연가스 인프라를 이용해 서서히 수소경제를 실현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천연가스배관 등 인프라는 미래에 제거되거나 교체된다기보다 업그레이드된다는 말이 더 적합한 듯하다.

한국전력거래소의 발전설비현황을 보면 2021년 발전량에서 LNG는 29.2%, 석탄은 34.3%였다. 2019년 기준 LNG 25.6%와 석탄 40.4%와 비교하면 불과 2년 만에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고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은 더 증가할 것이며 천연가스 인프라는 조금씩 수소에 그 자리를 내어줄 것이다. 바로 그 과정의 연착륙을 위해 천연가스에게 한동안 신세를 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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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기고자의 견해로 삼천리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 2

  • 김대엽님

    천연가스의 중요성에 대한 기사 정말 잘읽었습니다.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은 갈수록 증가 될것으로 수소에 대한 이해와 더욱더 관심이 필요할때인것 같습니다.

  • 김태현님

    가성비 있게 수소 생산이 이루어지면 에너지 사용이 크게 변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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